[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코스피가 사상 첫 9000선을 돌파했지만 지수의 화려한 기록과 개인투자자의 체감 사이에는 깊은 괴리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초대형주에 쏠린 수급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열풍 속에 “저평가된 슈퍼사이클인가, 과열된 양극화 장세인가”를 둘러싼 논쟁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밀어올린 ‘코스피 9000 시대’
18일 코스피 지수는 장중 9000선을 넘어선 뒤 9063.84에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불과 지난달 15일 8000선을 처음 돌파한 뒤 22거래일 만에 1000포인트를 추가로 끌어올린 급등세로, 상승 동력의 상당 부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메모리 가격 강세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의 AI 서버 수요 확대가 실적 추정치를 끌어올리며 양사의 주가를 정점으로 밀어 올린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전망을 잇따라 상향 조정하며 목표주가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다. 일부 하우스는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0만원대, SK하이닉스를 400만원까지 제시하며 “메모리 공급 부족이 구조화되는 국면”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 기관 역시 HBM4E 등 차세대 제품의 가격 인상과 공급 제약을 근거로 한국 반도체주의 재평가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삼전닉스’가 먹어치운 코스피…시총 비중 50% 넘어
지수 레벨의 급등 이면에는 전례 없는 ‘쏠림’이 자리한다. 한국거래소와 주요 외신 보도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은 이미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상태로, 5월 말 기준 50.7%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최근에는 53% 안팎까지 확대된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3월에 40%를 처음 돌파한 뒤 두 달여 만에 10%포인트 이상 점유율을 높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양사의 주가는 1~2년 사이 2배 이상 뛰며 글로벌 AI 수혜주 상단부에 위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 대비 90%를 넘어 사상 최소 격차로 좁혀지며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추월하면 반도체 랠리의 상투 신호가 될 수 있다”는 경고성 리포트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상 두 종목이 코스피 인덱스를 ‘단독 견인’하는 비정상적 구조가 공고해진 모양새다.
지수는 9000, 체감은 4700…‘불장 속 마이너스’의 역설
문제는 지수의 화려한 숫자가 대부분 투자자에게는 ‘남의 잔치’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한 전날 기준, 유가증권시장 상장 946개 종목 가운데 상승 종목은 112개에 그쳤고, 791개(83.6%) 종목은 오히려 하락했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는 동안 10종목 중 8종목이 떨어지는 이례적 장세가 펼쳐진 셈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 계산한 ‘체감 코스피’는 4700선 수준에 불과하다고 진단한다. 이는 실제 공식 지수의 약 48%에 그치는 수준으로, 중소형주와 비(非)반도체 업종에 투자한 개인들은 “코스피 9000 시대에도 계좌는 마이너스”라는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6~7% 상승에 그치며 코스피와의 격차가 4.6배에서 9배 안팎으로 벌어져 이중 구조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광풍…금감원 “최대 일 60% 손실”
이 같은 쏠림을 증폭시킨 또 다른 배경으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의 폭발적인 인기와 그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를 2배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이 5월 말 상장된 이후 시가총액은 4조5000억원에서 보름여 만에 9조6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기간 개인투자자는 해당 상품을 8조원 이상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은 2000억원가량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당국은 이들 상품이 개별 기업 위험에 2배로 노출되면서, 이론상 하루 최대 60%까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가 이틀 연속 기초 주가와 반대로 40% 안팎의 움직임을 보이는 등 ‘궤도 이탈’ 사례가 발생하면서, 레버리지 구조와 복리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개인투자자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저평가된 구조적 재평가” vs “집중 리스크의 늑대”
국내외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이 각각 6배 안팎, 5배대 중반에 머무르는 점을 근거로 “글로벌 AI 관련주 가운데 이익과 수익성 대비 여전히 저평가된 영역”이라고 본다. HBM 전 제품의 2027년 이후 가격 인상과 글로벌 메모리 3사의 보수적 증설 기조, 장기공급계약(LTA) 확대에 따른 이익 안정성 강화 등을 감안하면 목표주가 추가 상향도 가능하다는 논리다.
반면 일각에서는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이 두 종목에 몰린 현재 구조를 “지수의 집중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약점으로 전이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으로 지적한다. AI 대전환의 낙수효과가 다른 업종으로 아직 충분히 확산되지 못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상품을 통해 ‘삼전닉스 올인 베팅’에 나서는 현상은 시장 양극화를 확대할 뿐만 아니라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대규모 손실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9000 피 시대는 분명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이정표지만, 그것이 모든 투자자에게 ‘황금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구조적 재평가를 인정하되, 개별 종목과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과도한 쏠림에는 냉정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는 “지수 숫자에 취하기보다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그리고 포트폴리오 내 위험 집중도를 먼저 점검할 시점”이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