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스페이스X의 상장이후 뉴욕 월가의 키워드가 다시 바뀌고 있다.
팡(FAANG)과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 BATMMAAN으로 이어진 빅테크 약어 게임의 최신판은 인공지능(AI) 패권주 6개를 묶은 ‘망고스(MANGOS)’다. 스페이스X 상장과 오픈AI·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대기 속에 일부는 아직 직접 투자조차 할 수 없는 기업들까지 한 바구니에 담으면서, “투자 논리 없는 마케팅”이냐 “차세대 AI 패권지도의 프리뷰”냐를 둘러싼 논쟁이 동시에 달아오르고 있다.
망고스(MANGOS), ‘살 수 없는 종목까지 묶은’ 새 AI 간판
망고스(MANGOS)는 메타(Meta), 앤트로픽(Anthropic), 엔비디아(Nvidia), 구글(Alphabet/Google), 오픈AI(OpenAI), 스페이스X(SpaceX)의 머리글자를 딴 신조어다. 구성만 놓고 보면 GPU(엔비디아)와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플랫폼(메타·구글), 최전선 AI 연구·모델(오픈AI·앤트로픽), 우주·통신 인프라(스페이스X)까지 AI 가치사슬의 가장 높은 레벨만 추려 담은 셈이다.
특징은 단순하다. 6개 가운데 상당수가 비상장 혹은 상장 초기 기업이라는 점이다. 스페이스X는 2026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한 직후 공모가 135달러에서 약 50% 급등한 20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며 한때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총액 글로벌 4위에 올랐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아직 비상장이지만, 연내 IPO 추진 소식에 “AI 호황의 과실이 비상장 대형 AI 연구소로 본격 이동하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투자자금도 이미 망고스 축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집계에 따르면 2026년 6월 초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보관금액 1위는 엔비디아로, 181억213만달러(약 24조원) 규모가 몰려 있다. 같은 기간 알파벳, 메타 역시 해외 보관 상위권을 차지하며 “국내 개인이 이미 MANGOS의 상장 축을 상당 부분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FAANG → MANTA → M7 → BATMMAAN…숫자·약어로 요약되는 권력 이동
팡(FAANG)은 2013년 CNBC 진행자 짐 크레이머가 페이스북(현 메타),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을 묶어 부른 이후 미국 빅테크 황금기를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 이들 5개 기업은 2016~2018년 초 S&P500 상승을 주도했고, 한때 S&P500 전체 시가총액의 19.2%를 차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엔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엔비디아, 테슬라, 알파벳을 묶은 ‘만타(MANTA)’가 부각됐다. 골드만삭스는 이 5개 기업이 2021년 4월 이후 S&P500 상승분의 51%를 혼자 책임졌다고 추산했다. 팬데믹과 초저금리, 디지털 전환 수혜가 동시에 겹치며 ‘FAANG에서 MANTA로’ 초점이 이동한 것이다.
2023년 이후엔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이 시장을 장악했다. 구글(알파벳), 애플,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7개 종목으로 구성된 이 그룹은 “미국 증시 상승분의 대부분을 가져간 소수 초거대 성장주”로 요약됐다.
2025년 들어서는 여기에 브로드컴을 더한 배트맨(BATMMAAN, 브로드컴, 애플,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 알파벳, 엔비디아)이 등장했다. 8개 기업의 2024년 초부터 12월 30일까지 평균 주가 상승률은 74%에 달했고, 엔비디아는 171~174% 급등, 브로드컴은 146% 급등이라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주목할 대목은 순서다. BATMMAAN에서는 엔비디아가 맨 뒤로 밀리고, 브로드컴이 약어의 첫 글자를 차지한다. 브로드컴은 구글·메타·바이트댄스 등과 함께 맞춤형 AI 가속기(XPU)를 개발하며 2024년 12월 장중 주가가 24% 이상 급등, 시총 1조달러를 처음 돌파한 9번째 미국 기업이 됐다.
반면 엔비디아는 2024년 170%대 주가 폭등 이후 매출 성장세 둔화와 중국 제재 등 변수로 “고점 부담”이 부각되면서, “차세대 AI 칩 플레이어로 브로드컴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미국·일본·유럽으로 확장된 약어 게임도 흥미롭다. 일본 증시는 토요타, 스바루, 도쿄일렉트론, 디스코, 스크린홀딩스, 어드반테스트 등으로 구성된 ‘사무라이7(S7)’이 사상 최고가 랠리를 이끌었다. 유럽에서는 골드만삭스가 GSK, 로슈, ASML, 네슬레, 노바티스·노보노디스크, 로레알, LVMH, 아스트라제네카, SAP, 사노피 등 11개 우량주를 묶어 ‘그래놀라즈(GRANOLAS)’라고 이름 붙였고, 이 11개 종목이 스톡스유럽600(Stoxx Europe 600) 지수 전체 시가총액의 약 25%를 차지한다.
망고스 ETF까지 나온 월가…“트레이딩용 정어리일 뿐”이라는 냉소도
새 약어가 나오면 월가는 곧바로 상품으로 포장한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코기 ETF 트러스트는 순자산의 80% 이상을 MANGOS 6개 기업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코기 MANGOS ETF’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청했다. 요크빌 아메리카는 MANGOS에 AMD, 브로드컴, 마이크론, 인텔, 델 등 반도체·하드웨어 종목 바스켓을 얹은 ‘MANGO 플러스 ETF’ 2종을 예비 등록했다.
문제는 오픈AI·앤트로픽이 여전히 비상장이라는 점이다. 운용사들은 파생상품, 만기 없는 영구선물(perpetual futures), 사모 투자기구(PEF·SPV) 등을 통해 간접 편입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지만, SEC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라 실제 상장 여부와 구조는 모두 ‘미지수’다.
일부 ETF 분석가는 “마케팅은 번쩍이는데 투자 논리는 희미하다”고 비판한다. ETF닷컴의 데이브 나디그 연구 책임자는 “비상장사 몇 곳과 초대형 하이퍼스케일러 몇 곳을 섞어 놓고 이를 투자 논리라고 부를 학문적 근거는 전혀 없다”며, “단지 모멘텀과 인지도가 높은 종목을 한데 모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진짜 AI 상장주에 투자하고 싶다면 ETF보다 해당 종목을 직접 매수하는 편이 더 간단하다”며, 망고스 ETF를 “장기 투자처라기보다 단기 매매용 ‘트레이딩용 정어리(trading sardine)’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알파벳 놀이’의 두 얼굴…서사 vs 데이터로 본 망고스의 함의
이번 망고스 부상에는 두 가지 흐름이 겹친다. 첫째는 FAANG·M7·BATMMAAN 일부 종목이 성장률 둔화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예전만큼의 광채를 잃고 있다”는 인식이다. 둘째는 AI 투자비 급증으로, AI 연구소·모델 개발사와 고성능 반도체·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이 자본시장으로 직접 손을 뻗는 구조 변화다.
조지프 파워스 RWA 웰스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일부 투자자들이 매그니피센트 7 비중을 줄여 신세대 고성장 AI 종목을 담을 공간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AI 투자 비용이 늘수록 더 많은 기업이 자본 조달을 위해 증시로 향할 것”이라며, “스페이스X·앤트로픽·오픈AI가 얼마나 많은 자금을 흡수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데이브 나디그가 지적했듯 약어는 이미 검증된 초대형주를 요약해 보여줄 때는 유용하지만, 아직 검증되지 않은 스토리를 섣불리 상품화할 때는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다. 망고스는 분명 AI 연구소·반도체·클라우드·상장 직후 고성장주로 옮겨 간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압축한 ‘서사’지만, 이것이 “다음 10년을 지배할 지속적 주도 그룹”이 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망고스’는 전략이 아니라 질문 리스트
전략적 관점에서 망고스는 ‘답안지’라기보다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리스트에 가깝다.
첫째, GPU 중심 구조에서 ASIC·XPU, CPU·메모리·네트워크까지 확장되는 AI 인프라 스택에서 누가 진짜 초과이익을 가져갈 것인가. 둘째, 모델·플랫폼·서비스 레벨에서 오픈AI·앤트로픽, 메타·구글이 어떻게 수익 구조를 재편할 것인가. 셋째, 스페이스X처럼 ‘우주+통신+AI’를 묶은 인프라 플레이가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프리미엄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다.
이 질문에 대한 각 투자자의 답은 다를 수 있지만, 공통점은 하나다. FAANG·M7 시대와 달리 이제 월가의 키워드는 상장 대형주와 비상장 AI 연구소·우주 인프라 기업이 뒤섞인 “복합체로서의 AI 패권”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망고스라는 알파벳 조합은 그 변화를 가장 자극적인 방식으로 압축한 슬로건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