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상무부가 앤트로픽(Anthropic)의 최상위 모델 ‘페이블5(Fable 5)’와 ‘미토스5(Mythos 5)’를 외국인 전면 사용금지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첨단 생성형 AI가 사실상 핵심 전략물자급 통제 체제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 밖 이용자는 물론 미국 내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자까지 포함한 ‘포괄 금지’로, 상무부가 민간 상용 AI 모델을 직접 수출통제 리스트에 올린 첫 사례라는 점에서 글로벌 AI 패권 구도의 중대한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수출통제 1호 된 민간 첨단 AI
미국 상무부는 6월 12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장관 명의 서한을 통해 페이블5·미토스5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 내외 모든 외국인의 접근 차단을 앤트로픽에 공식 통보했다. 앤트로픽은 온라인상에서 국적을 일일이 식별·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규정 준수를 위해 두 모델 자체를 전 세계에서 중단하는 초강수를 택했다.
상무부가 제시한 공식 사유는 ‘탈옥(jailbreak)을 통한 사이버·국가안보 위험’으로, 아마존 연구진이 특정 프롬프트 반복을 통해 보안 취약점 정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보고한 것이 직접적 계기로 알려졌다.
“좁은 탈옥인데 수억 명 모델을 회수하라?”…앤트로픽의 반격
앤트로픽은 성명을 통해 “제한적인 탈옥 가능성만으로 수억 명이 사용하는 상업용 모델을 회수하라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고 반박하며, 같은 수준의 취약성은 다른 최상위 모델에서도 재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이번 조치가 특정 ‘좁은 탈옥(narrow jailbreak)’ 사례에 기반한 과잉 대응이며, 같은 기준을 업계 전반에 그대로 적용하면 “향후 모든 프런티어(frontier) 모델 출시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데이비드 색스 전 백악관 AI 차르는 "행정부가 다리오 아모데이 CEO에게 취약점 수정 또는 모델 철회를 요구했다"면서 "회사가 수용하지 않아 수출통제가 선택됐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과잉 대응했다’는 프레임에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미·중 AI 블록화 가속…중국 오픈소스 모델 ‘풍선효과’ 현실화하나
이번 조치는 미국 AI 생태계 내부를 겨냥한 규제이면서 동시에 글로벌 기술 블록화를 가속하는 지정학적 파급력을 지닌다. 미국 의회 산하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에 따르면, 이미 2024년 기준 미국 스타트업의 약 80%가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을 활용하고 있으며,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서 중국 연구기관 모델 다운로드 비중은 1년 새 약 1.2%에서 30% 수준으로 폭증했다.
미국이 최상위 폐쇄형 모델에 대한 접근을 자국민 중심으로 좁히는 동안, 해외 개발자·기업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중국 개방형 모델로 이동할 유인이 커지는 구조다. 한국, 영국, 캐나다 등 우방국 개발자들까지 페이블5·미토스5에서 배제되면서 “중국에는 첨단 AI 칩 수출이 부분 허용되는데, 동맹국은 모델조차 못 쓴다”는 역차별 논란도 제기된다.
안보 vs 윤리…미국 정부와 앤트로픽의 ‘이중 전선’
앤트로픽과 미국 정부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 전쟁부(옛 국방부)는 3월 앤트로픽이 군사·감시 분야 활용 제한을 고수했다는 이유로 회사를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고, 이에 앤트로픽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국방장관 등 고위 인사를 상대로 지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합법적인 모든 목적’으로 AI를 쓰게 해달라고 요구한 반면, 앤트로픽은 대국민 감시와 완전 자율살상무기에는 모델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안전정책을 고수해 왔다. 갈등이 격화되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상원 청문회에서 앤트로픽을 “이념적 미치광이”라고 공개 비난하는 등, 안보 논리와 AI 윤리 원칙이 정면충돌하는 이중 전선이 형성된 상태다.
IPO 앞둔 ‘클로드 제국’…투자심리 냉각 리스크
앤트로픽은 6월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밀 방식의 IPO 예비 서류를 제출하며, 이르면 올가을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AI 대형 IPO 레이스’에 공식 합류한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 가치는 약 9650억달러(약 1460조원)로, 오픈AI와 맞먹는 초고평가를 받고 있으며, 일부 리포트는 2분기 매출 109억달러와 올해 첫 흑자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한다.
그러나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는 “행정부의 변덕스러운 AI 정책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국 AI 기업을 ‘안전한 출자처’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규제 리스크가 향후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로 전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상무부의 이번 수출통제가 장기화될 경우, 이용자·기업 고객이 오픈AI·구글·중국계 개방형 모델로 이탈하고, ‘클로드’ 생태계 확장 전략의 핵심인 기업용 코드·보안 시장 성장세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