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LG전자의 북미 영업을 총괄했던 전임 임원이 미국 플로리다 소재 마케팅 업체와 공모해 100억원대 리베이트를 수수한 혐의로 미국 연방 검찰에 기소되면서, LG가 표방해온 ‘정도경영’과 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시스템이 거센 도마 위에 올랐다.
670만달러 리베이트…PUIPH로 자금세탁
미 뉴저지 연방검찰청과 연방법원 기소장에 따르면, LG전자 북미법인 전 영업 책임자 브라이언 노만(Brian Normann)과 플로리다주 마케팅업체 GS 라인(GS Line) 대표 앤서니 윌리엄 로시 3세(Anthony William Rossi III)는 전신 사기(Wire Fraud) 및 정직한 서비스 사기(Honest Services Fraud) 공모 혐의로 최근 기소됐다.
검찰은 노만이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 관련 마케팅·판촉 물량을 GS 라인에 집중 배정하고, 그 대가로 약 670만달러(약 101억원)의 리베이트를 수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GS 라인은 같은 기간 LG전자로부터 약 3360만달러(약 509억원)의 마케팅·프로모션 예산을 수령했으며, 이 중 일부는 허위 또는 과다 청구 형태로 집행됐다.
검찰은 이들이 2019년 12월 ‘팝업 지식재산권 홀딩스(Pop-up Intellectual Property Holdings·PUIPH)’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해 자금 이동 통로로 활용했으며, LG전자가 허위·과장 인보이스를 지급하면 자금이 PUIPH를 거쳐 노만과 로시의 개인 계좌로 흘러들어가는 구조를 구성했다고 적시했다.
노만은 이 과정에서 빼돌린 자금으로 약 200만달러(약 30억원) 상당의 고급 주택을 매입하고, 개인 주식투자 계좌 운용에도 일부 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죄가 인정될 경우 범죄 수익에 대한 몰수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으로, 자산 추적과 동결 절차도 병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 감사에서 발각…민사소송이 형사사건으로 전환
이번 사건은 LG전자 내부 감사에서 비위 정황이 포착된 뒤, 민사소송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구체화되면서 형사사건으로 비화됐다. LG전자는 2020년 내부 감사 과정에서 노만의 비정상적 거래 패턴과 GS 라인과의 유착 정황을 확인했고, 이후 노만은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GS 라인 측은 2023년 10월 LG전자를 상대로 미지급 대금 및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LG전자는 같은 해 12월 답변서와 반소를 제출하면서 노만, 로시, 데보라 헐 로시, 애덤 가르시아, 저스틴 블리스, 허리 마케팅 그룹(Hurley Marketing Group) 등을 제3자 피고(Third-Party Defendant)로 추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사 절차에서 제기된 의혹은 연방수사국(FBI)의 형사 수사로 이어졌고, 지난달 연방 대배심이 노만과 로시에 대한 정식 기소를 의결하면서 사건은 형사재판 단계로 넘어갔다. 두 사람은 현재 뉴저지주 뉴어크 연방법원에서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상태며, 향후 공판 과정에서 구체적 혐의 입증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다만 미국 사법체계상 피고인은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무죄로 추정되며, 현재 제기된 혐의는 재판을 통해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LG전자 ‘정도경영’ 상처…글로벌 컴플라이언스 시험대
LG전자는 그동안 ‘정도경영’과 준법·윤리경영을 핵심 가치로 내세워 왔지만, 이번 사건은 북미법인 고위 임원이 수년간 사외 협력사와 결탁해 수백만달러 규모 회사 자금을 유용한 정황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타격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LG전자 베트남 판매법인에서도 협력업체와 결탁해 5억원대 리베이트를 수수한 직원이 적발되는 등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노출돼 왔다. 북미법인의 경우 이번 사건과 별개로 스마트TV 시청정보 무단 수집 의혹, 보증기간 단축 관련 집단소송, 노동절 세일 문자마케팅 관련 전화소비자보호법(TCPA) 위반 소송 등 소비자·데이터·마케팅 영역에서 다양한 법적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번 리베이트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LG전자의 해외 법무·준법 시스템이 글로벌 규제 환경과 내부 통제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이 부각되고 있다.
휴대폰 사업 철수 이후 남은 ‘후폭풍’
이번 범행 시기는 LG전자가 아직 휴대전화 사업을 영위하던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로, 북미 모바일 사업을 둘러싼 마케팅·판촉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LG전자는 2021년 4월 휴대전화 사업 철수를 공식 선언했지만, 과거 영업 관행과 제3자 마케팅 파트너 구조에서 비롯된 법적 리스크는 사업 철수 이후에도 계속 표면으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 사건은 LG전자와 GS 라인 간 민사소송 과정에서 내부감사 결과와 거래내역이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이면서 형사사건으로 확전됐다는 점에서, 글로벌 기업의 민사·형사 리스크가 상호 연동되는 전형적 사례로도 평가된다.
향후 연방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노만과 로시에 대한 실형 여부와는 별개로 LG전자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파트너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