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메타(Meta)가 미국 국방부 납품업체인 랭크 원 컴퓨팅(Rank One Computing, ROC)과 협력해 스마트 글라스용 안면 인식 기능을 비공개로 테스트해온 정황이 드러나면서, ‘웨어러블 감시 인프라’ 논란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IT 전문매체 와이어드(Wired)의 잇단 폭로와 국내외 후속 보도를 종합하면, 메타는 공식적으로는 “기능 검토 단계”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미 수천만 대 스마트폰과 스마트 글라스 생태계에 관련 코드와 알고리즘을 광범위하게 배포한 상태다.
군수업체와 손잡은 메타의 ‘비공개 실험’
와이어드와 IT 매체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덴버 소재 안면 인식 기업 랭크 원 컴퓨팅과 협력해 레이밴·오클리 스마트 글라스용 안면 인식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왔다. ROC는 미 국방부와 법집행기관, 국경관리기관 등에 얼굴·지문·홍채 등 멀티모달 생체인식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100% 미국산 기술 기반”을 내세우며 2026년 2월 나스닥에 상장(종목코드 ROC)해 약 2,400만 달러(약 320억원)를 조달했다.
이사회에는 전직 CIA 부국장, 전 FBI 과학 수석 등 정보·치안 분야 고위 인사가 포진한 것으로 알려져, 메타의 민간 서비스와 미국 군·정보 커뮤니티 간 기술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미 5000만 대에 배포된 ‘네임태그’ 코드
논란의 핵심은 이 기술이 더 이상 ‘개념 검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와이어드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스마트 안경 전용 동반 앱인 ‘메타 AI(Meta AI)’ 앱 내부에 ‘네임태그(NameTag)’라는 이름의 안면 인식 기능 코드를 2026년 1월부터 단계적으로 삽입해 왔으며, 이 앱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 회 이상 다운로드된 것으로 전해졌다.
코드에는 카메라에 포착된 얼굴을 생체 정보로 변환해 로컬에 저장된 얼굴 템플릿과 대조하는 세 개의 AI 모델과, 동일 인물을 다시 포착했을 때 “이 사람은 누구”인지 화면 또는 알림 형태로 알려주는 UI 요소가 포함돼 있었다. 메타는 6월 5일 업데이트에서 얼굴 탐지 모델·생체 데이터베이스·“person recognized(인물 인식됨)” 알림 트리거를 제거했지만, 이는 언론 보도와 시민단체 비판 이후에야 이뤄진 사후 조치였다.
“안경이 만난 사람을 기억한다”는 기능의 의미
메타가 준비 중인 안면 인식 스마트 글라스의 콘셉트는 비교적 명확하다. 국내외 분석 기사에 따르면, 메타는 ‘슈퍼 센싱(Super Sensing)’이라는 이름으로 하루 종일 안경 카메라와 센서를 켜두고, AI가 사용자의 동선·대화·만난 사람을 모두 기억한 뒤 “저 사람 이름 뭐였지?” 같은 질문에 실시간으로 응답하는 기능을 구상해 왔다.
이미 출시된 레이밴 메타 안경은 음성 명령 “헤이 메타(Hey Meta)”를 통해 사진·영상 촬영, 사물 인식, 질의응답 등은 수행할 수 있지만, 사람 식별 기능은 공식적으로는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디인포메이션,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메타가 차세대 스마트 안경(내년 출시 목표)에 얼굴 스캔·신원 식별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준비 중이라고 보도하며, 현재의 공백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시민단체·규제당국,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
프라이버시 단체들의 반발은 수치로도 집계될 만큼 조직적이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포함한 75개 이상 시민단체는 2026년 4월 공개 서한에서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에게 레이밴·오클리 스마트 안경에 안면 인식을 탑재하는 것은 “사회가 결코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red line)”이라고 경고했다.
전자프라이버시정보센터(EPIC)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네임태그 기능 도입을 차단해 달라는 청원을 제기하며, 메타의 기존 개인정보 침해 전력을 이유로 “생체정보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감시 인프라” 위험을 지적했다. 메타는 공식 입장에서 “다양한 기술적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남은 코드일 뿐이며, 소비자 출시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이미 수천만 대 기기에 관련 코드가 배포된 뒤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정보 커뮤니티와 빅테크의 위험한 접점
메타의 이번 행보는 빅테크의 방위산업·안보 영역 진출이라는 더 큰 흐름 속에서도 읽힌다. 미국에서는 팔란티어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국방부 클라우드·AI 사업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으며, 메타 역시 국방부 출신 인재 영입을 우대하며 관련 조직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군·정보기관에 알고리즘을 공급해온 ROC와의 협업, 그리고 일상생활에 상시 착용되는 스마트 글라스라는 매개가 결합되면, “전장 기술이 민간 감시 인프라로 스며드는 전형적인 경로”라는 비판이 힘을 얻는다. 기술적 가능성만 보면, 특정 인물의 동선·대화·관계망이 실시간으로 수집·저장·분석되는 ‘웨어러블 CCTV’ 환경이 갖춰지는 셈이어서, 향후 각국 규제당국과 입법기관이 어떤 안전장치와 금지선을 설정할지에 따라 메타의 전략도 크게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