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양수천자 없이 산모 혈액만으로 태아 유전자 약 2만3000개를 읽어내는 비침습적 염기서열 분석(NIFS·Non‑Invasive Fetal Sequencing)이 기존 침습적 검사에서 발견되는 유전 변이의 95~99%를 재현했다는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산전 진단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무엇이 새롭나…‘다운 검사’에서 ‘전 유전자 스크리닝’으로
News-Medical, ESHG Documents, nichd.nih.gov, PubMed, broadinstitute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비침습적 산전검사(NIPT)는 주로 21번 염색체 삼체성(다운증후군) 등 소수의 염색체 이상과 일부 미세결실·성염색체 이상만을 겨냥한다.
반면 브로드 인스티튜트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진이 유럽인간유전학회(ESHG)에서 발표한 NIFS는 산모 혈액 속 무세포 태아 DNA(cffDNA)를 깊이 시퀀싱해 태아 엑솜(exome), 즉 단백질 코딩 유전자 약 2만3000개를 한 번에 포괄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구팀은 평균 임신 17주의 565건 임신 사례에서 산모 혈액을 채혈한 뒤, 고해상도 엑솜 시퀀싱과 전산 알고리즘을 결합해 태아 유전형을 추정했다. 이후 같은 산모들에게서 시행된 양수천자 또는 융모막 융모 생검(CVS) 기반 침습적 전장유전체/엑솜 분석 결과와 일대일로 비교해 NIFS의 성능을 검증했다.
숫자로 본 성능… 변이 95~99% 포착, 임상적으로 중요한 변이는 97.2%
ESHG 보도자료와 News‑Medical 등 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NIFS는 침습적 시술로 얻은 태아 검체에서 확인된 유전 변이의 95~99%를 변이 유형과 유전양식에 따라 포착한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연구진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질환’을 유발하는 변이만 따로 떼어 분석했을 때, NIFS는 그 가운데 97.2%를 검출해 기존 NIPT가 놓치던 단일유전자질환 영역까지 진입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번 접근법은 누난증후군, CHARGE 증후군, 연골무형성증(achlasia) 등 기존 비침습 선별검사로는 탐지하기 어려운 단일 유전자·희귀질환도 혈액검사만으로 식별해냈다고 알려졌다. 또한 태아 DNA가 모체 혈장 내 무세포 DNA의 3% 수준에 불과한 경우에도, 임신 10주대의 비교적 초기 임신 샘플에서 정확한 유전자 변이 해독이 가능했다는 점이 기술적 난제를 돌파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유산 리스크 0’의 유혹과 비용·접근성 변수
양수천자와 CVS는 대체로 약 0.1~0.3% 수준의 절대적 유산 위험을 동반하는 것으로 보고돼, 많은 임신부가 검사가 권고되는 상황에서도 심리적 부담 때문에 시술을 미루거나 포기해왔다. 브로드 인스티튜트와 미 국립아동건강·인간발달연구소(NICHD)가 전한 입장에 따르면, 연구진은 “침습적 전장유전체 분석과 유사한 진단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시술 리스크와 접근성 한계를 동시에 줄이는 것”을 NIFS 개발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NICHD 공식 브리핑은 이번 방법이 상업적 진단검사실에서 이미 운용 중인 시퀀싱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고, 별도의 자궁 내 시술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침습적 엑솜/전장유전체 분석보다 비용 효율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는 고심도 시퀀싱과 정교한 바이오인포매틱스 분석이 요구돼 단가가 충분히 떨어졌다고 보기 어렵고, 광범위한 엑솜 정보를 어디까지, 어떻게 보고·상담할 것인지에 대한 윤리·법제도 논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전문 학술지와 국제단체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음 과제… ‘모든 임신의 기본 옵션’이 될 것인가
연구팀은 NIFS를 고위험 임신에 국한된 옵션이 아니라, 이상 유무와 관계없이 ‘모든 임신에서 선택 가능한 선별 도구’로 확장하는 것을 장기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ESHG 학회장 알렉상드르 레이몽 교수는 이번 성과를 “대단한 위업(tour de force)”이라고 평가하면서, “치료와 예방 기회를 즉각적으로 넓히고 생식의학의 풍경을 영구적으로 바꿀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산전진단학회(ISPD)와 유럽인간유전학회가 과거 전체 유전체 기반 산전검사에 대해 반복적으로 경고해온 것처럼, ‘알 권리’와 ‘알지 않을 권리’, 우연 발견(incidental findings)의 처리, 보험·고용 차별 리스크, 국가별 규제 틀의 정비 등은 향후 NIFS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침습적 시술을 사실상 대체할 수준의 기술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와 별개로, 이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수용하고 제도권에 편입시킬지에 대한 글로벌 논의가 이제 막 본격적인 2라운드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