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스페이스X 사상 최대 IPO에서 한국·중국·홍콩 채널이 사실상 ‘0주 배정’ 수준의 소외를 겪은 것이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초과 수요 속 글로벌 북(주문장)을 쥔 대표주관사의 재량, 공모·사모 규제 차이, 지정학 리스크와 리테일 파워의 부재가 겹친 구조적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사상 최대 750억달러 IPO, “북을 쥔 쪽이 룰을 정했다”
스페이스X는 클래스 A 보통주 5억5555만5555주를 발행해 약 750억달러(공모가 135달러 기준)를 조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 IPO를 성사시켰다. 사전 장외거래에서 160~170달러에 형성되던 주식을 135달러에 공모하면서 이미 20% 안팎의 ‘상장 당일 차익’이 내재된 구조였고, 실제 상장 첫날 종가는 160.95달러로 마감했다.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약 19.2%로, 공모주만 받으면 사실상 확정 수익을 확보하는 구도였다.
이처럼 전 세계에서 초과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대표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장기 보유 성향의 패밀리오피스, 국부펀드, 대형 연기금, 미국 내 핵심 리테일 플랫폼 등을 최우선 배정 대상으로 올렸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SEC 공시상 미래에셋증권이 231만4815주(약 3억1250만달러, 한화 약 4700억원)를 인수하는 것으로 기재됐지만, 이는 ‘언더라이팅 커미트먼트(인수 비율)’일 뿐, 최종 배정 물량은 대표주관사 재량으로 재조정되는 구조였다. 간밤 나스닥 상장 직후 기관 수요가 폭증하자, 미래에셋에 배정될 예정이던 물량은 전량 회수됐다는 게 해명이다.
한국 0주·일본 22억달러…수치로 드러난 ‘리테일 파워 격차’
이번 IPO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극명한 대비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1조엔(약 62억달러) 이상을 청약해 최종적으로 약 22억달러어치 물량을 배정받았다. 신청액 대비 대폭 삭감이었지만, 최소한 ‘일부 물량’은 확보했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결이 다르다.
반면 한국은 전문투자자·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모 형태로만 청약이 허용됐고,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채널은 애초에 열리지 않았다. 스페이스X 투자설명서에는 일본·영국·스위스·캐나다·호주 등이 일반투자자 대상 퍼블릭 오퍼링이 가능한 국가로 명시된 반면, 한국은 ‘사모(Private Placement) 국가’로 분류돼 있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약 5억달러(한화 약 7조5000억원) 규모 배정을 신청하고 국내 전문투자자 대상 청약을 모두 완판시켰지만, 최종 배정은 ‘0주’로 귀결됐고 청약 증거금은 전액 환불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같은 아시아라도 ‘리테일 파워와 규제 구조’에 따라 운명이 갈렸다. 퍼블릭 오퍼링으로 1조엔이 넘는 개인·리테일 자금을 끌어모은 일본에는 약 22억달러 물량이 돌아간 반면, 사모 채널에 의존한 한국에는 단 한 주도 돌아가지 않았다. 글로벌 북런에서 “국가별 리테일 파워”가 하나의 배정 기준으로 작동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중국·홍콩 ‘실질 배제’…머스크 패밀리 생태계·지정학 리스크도 변수
중국과 홍콩 역시 스페이스X IPO에서 의미 있는 배정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배정 수치는 제한적으로 공개됐지만, 월가 소식통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본토·홍콩 기반 투자자의 참여는 규제·제재 리스크를 감안해 사전 단계에서부터 강하게 제한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정부가 위성통신·방산과 직결된 우주기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참여를 경계하는 만큼, 스페이스X 역시 국부펀드·연기금 등 ‘우호적 서방 자본’에 우선순위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가 X(옛 트위터)·테슬라·xAI 등을 포함한 ‘패밀리 그룹 생태계’와의 시너지를 중시하며, 자사 AI·데이터 인프라에 적극 협력하는 금융기관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업계 전문가는 "일각에서 한국의 경우 미래에셋증권이 X의 기업용 AI 솔루션 ‘그록 엔터프라이즈(Grok Enterprise)’ 도입에 소극적이었던 점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며 "하지만 이 부분은 추측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구조적 ‘아시아 패싱’…글로벌 IPO에서 무엇을 교훈으로 삼을 것인가
이번 스페이스X IPO에서 한국·중국·홍콩이 사실상 ‘배정 변두리’로 밀려난 것은, 단일 사건이라기보다 구조적 리스크를 드러낸 사례로 평가된다. SEC 공시에 정식 인수인으로 이름을 올리고도 대표주관사의 재량에 따라 최종 공급 물량이 전액 삭감될 수 있다는 점, 퍼블릭 오퍼링이 아닌 사모 구조로 해외 초대형 IPO에 접근할 경우 글로벌 북에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국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시문서에 인수 물량까지 명시해 놓고 최종 단계에서 단 한 주도 주지 않은 것은 글로벌 대형 주관사가 한국 시장과 국내 투자자를 철저히 소외시키고 무시한 조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향후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 초대형 IPO를 소싱할 때 단순 ‘인수단 합류’가 아니라, 계약 단계에서부터 국적·채널별 확정 물량 조항을 얼마나 강하게 확보하느냐가 향후 협상력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