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10달러(약 1만 원)짜리 플라스틱 인형이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 수퍼바이즈드)’를 사실상 농락하는 현상이 포착되면서, 6만4000위안(한화 1400만원, 미화 9400달러)짜리 운전자 보조 시스템의 근본적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0달러짜리 피규어 vs 9400달러 FSD
미국 IT 매체 와이어드(Wired)와 디지털트렌즈(Digital Trends) 보도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는 드웨인 ‘더 록’ 존슨을 닮은 플라스틱 피규어, 눈을 깜박이는 애니메이션을 띄운 소형 디스플레이,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가짜 얼굴’ 등 각종 우회 장치가 10~40달러(약 1만~5만원) 수준에 대량 유통되고 있다.
이들 제품은 테슬라 실내 카메라의 시야에 맞춰 천장, 앞유리, 백미러 주변에 부착되며, 카메라가 실제 운전자가 아닌 이 ‘가짜 머리·눈’을 운전자로 인식하도록 설계됐다. 반면 테슬라가 중국에서 판매하는 지능형 운전 보조 패키지 가격은 6만4000위안(약 9400달러) 수준으로, 10달러짜리 장치가 9400달러 시스템의 안전 전제 조건을 무너뜨리는 역설적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구조적 취약점 드러낸 운전자 모니터링
테슬라의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은 룸미러 위쪽 실내 카메라 한 대로 머리 위치와 시선을 추적하는 방식이며, 기본적으로 RGB 카메라 영상 분석에 의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단순히 카메라 프레임 속에 ‘앞을 보는 얼굴 형태’와 ‘깜박이는 눈 비슷한 패턴’만 구현되면 사람이 아니어도 일정 수준까지는 감시 시스템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중국 사례로 재확인됐다.
실제로 유튜브 시연 영상과 해외 테스트에서는 진짜 사람 대신 인형, 인쇄된 얼굴, 심지어 짙은 선글라스를 통해 경고를 회피한 사례들이 다수 공유돼 왔다. 2026년 6월 게시된 한 테스트에서는 FSD 버전 14.3.3 탑승자가 선글라스를 착용한 뒤 2분가량 눈을 감고 있어도 경고가 울리지 않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FSD 중국 출시와 ‘우회 산업’의 맞물림
테슬라는 2026년 5월 중국에서 ‘FSD 수퍼바이즈드’를 공식 도입하면서, 자사 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중국을 감독형 FSD 제공 국가 목록에 포함시켰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자 완성차 제조·자율주행 기술 경쟁의 격전지로, BYD·샤오펑·리오토·아이토 등 현지 브랜드가 L2+·L3급 고급 ADAS를 대거 투입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중국 자동차 리뷰팀의 비교 테스트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 Y의 FSD는 리오토 L7, 아이토 M9 등과 비교했을 때 34건의 교통법규 위반과 24회의 운전자 개입이 필요해, 각각 14건·9회(L7), 14건·12회(M9)에 그친 경쟁 모델 대비 열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운전자 모니터링을 회피해 FSD를 방치하는 ‘우회 기기’까지 확산되면서, 안전성과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는 모양새다.
경쟁사 대비 뒤처진 모니터링 기술
테슬라의 FSD 수퍼바이즈드는 이름과 달리 국제 기준상 레벨 2 운전자 보조 시스템으로 분류되며, 시스템 작동 중에도 운전자가 상시 감시·개입 의무를 지는 구조다. 안전 옹호론자들과 일부 연구기관들은 GM ‘슈퍼 크루즈(Super Cruise)’처럼 적외선 기반 정교한 시선 추적과 운전자 부주의 경고를 동시에 쓰는 시스템에 비해, 테슬라의 단일 RGB 카메라 의존 구조가 속이기 쉬우며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해 왔다.
글로벌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DMS) 시장은 2026년 19억 1000만 달러에서 2034년 51억 7000만 달러 규모로 성장(CAGR 13.3%)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성장 배경에는 졸음·부주의 사고를 예방하려는 규제 강화와 기술 고도화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시장 흐름을 감안하면, 카메라 한 대와 소프트웨어만으로 감시를 대신하겠다는 테슬라의 설계 철학이 이번 중국 사례로 정면 도전을 받은 셈이다.
규제·책임 논쟁 불붙을 듯
중국에서 이미 FSD가 자전거 전용 차선을 일반 차선으로 인식해 불법 우회전과 실선 침범을 반복하고, 일부 테스트에서 다수의 과태료를 유발했다는 현지 보도들이 잇따른 상황에서, 운전자들이 아예 모니터링 시스템을 속여 방치하는 행태까지 더해지면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은 한층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규제당국은 과거 빅테크·플랫폼 규제에서 보였듯 기술 리스크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해 온 만큼, 운전자 모니터링 회피 장치의 판매 규제, FSD 작동 조건 강화, 심지어 서비스 중단 명령까지 포함한 수위 높은 조치를 검토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테슬라는 아직까지 중국 내 우회 장치 확산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과거 미국 FSD 베타 프로그램에서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특정 패턴을 탐지·차단하는 방향으로 ‘소프트웨어 대 소프트웨어’의 공방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