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국내 비메모리 패키징 장비 강자 한미반도체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지분 500억원(약 3,300만 달러)을 전격 취득하며, 미국 증시 상장을 눈앞에 둔 ‘AI·우주 복합 플랫폼’에 직접 올라탄 첫 한국 제조업체 중 하나로 부상했다.
semiconductor-digest, 야후뉴스, nytimes에 따르면, 이번 투자로 한미반도체는 자본금 6,903억원의 7.24%에 해당하는 규모를 단일 해외 전략지분에 배팅한 셈이며, 스페이스X가 기록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IPO 이벤트와 맞물리며 상징성과 실리를 동시에 노린 ‘입장권 확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 제국 상장 타이밍에 맞춘 500억 베팅
한미반도체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스페이스X 보통주 및 지분증권 500억원어치를 오는 6월 15일까지 취득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공시에서 밝힌 투자 목적은 “인공지능(AI)·위성통신·항공우주·첨단반도체 수요의 폭발적 성장에 따른 스페이스X 및 테라팹(Terafab)의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전략적 투자”다. 투자 규모는 자본금(6,903억원)의 7.24%로, 단순 재무투자를 넘어 주요 고객·파트너 생태계에 진입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타이밍도 절묘하다. 스페이스X는 6월 11일(현지시간)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확정하고 5억5,556만 주를 발행해 750억 달러를 조달,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IPO 기록을 세웠다. 이를 통해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1조7,700억 달러 수준으로 평가되며, 기존 알리바바·사우디 아람코 등 대형 IPO의 기록을 뛰어넘는 초대형 기술 상장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이 국내 투자자 배분 물량으로 10억 달러 이상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미반도체의 직·간접 노출도는 향후 확대될 여지가 크다.
테라팹 1,190억 달러 프로젝트…장비업체의 ‘선점 효과’
한미반도체가 공식 설명에서 굳이 테라팹을 함께 언급한 대목은 이번 투자의 핵심이다. 테라팹은 스페이스X·테슬라·xAI 등이 주도하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 콤플렉스 프로젝트로, 텍사스 오스틴 및 텍사스 내 추가 부지에 단계적으로 건설될 예정이며 총 투자 규모는 최대 1,190억 달러(약 180조원)에 달한다. 스페이스X와 테슬라, xAI는 테라팹을 통해 연간 1테라와트(TW) 규모의 AI 연산 능력을 구현할 반도체를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초기 단계만 해도 550억 달러 이상이 투자되는 것으로 미 당국 제출 자료에 제시돼 있다.
이 같은 ‘수직계열화형 메가 팹’은 장비·소재·공정 자동화 생태계 전체를 새로 짜는 작업과 직결되며, 특히 패키징 및 고대역폭 메모리(HBM) 후공정 장비에 특화된 한국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수요 곡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업계 매체인 <Semiconductor Digest>는 테라팹을 “연 1TW급 AI 반도체를 생산하는 역대 최대 규모 반도체 시설”로 규정하며 한국 장비업체의 조기 진입 가능성을 언급했다.
‘피터 틸 – 곽동신’ 네트워크가 연 투자 채널
이번 딜 배경에는 곽동신 한미반도체 회장과 피터 틸(Peter Thiel)로 이어지는 네트워크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틸이 이끄는 사모펀드 크레셴도 에쿼티 파트너스(Crescendo Equity Partners)는 지난 2013년 한미반도체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양측 관계를 맺었다. 곽 회장은 이후 2021년에도 틸 연계 법인과 공동 투자에 나선 바 있어, 실리콘밸리·미국 첨단 기술 생태계와의 파이프라인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왔다는 평가다.
스페이스X는 비상장 시절부터 해외 연기금·PEF에 제한적으로 지분을 개방해 왔는데, 이번 한미반도체 지분 취득 역시 이러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 가능성이 열렸다는 분석이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제기된다.
미국 기술 생태계 ‘물리적 진출’과 맞물린 입체 전략
스페이스X 지분 취득은 한미반도체의 미국 시장 동시 공략 전략과도 맞물린다. 회사는 이미 2026년 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겠다고 밝힌 상태로, 팹리스·파운드리·빅테크가 밀집한 실리콘밸리 반경 내에서 영업·서비스·R&D·조인트개발(JDP)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테라팹 프로젝트가 텍사스에 구축되고, 스페이스X 상장으로 미국 내 AI·우주·반도체 삼각축이 금융시장과 실물시장 모두에서 가시화되면서, 한미반도체는 서부(실리콘밸리)–남부(텍사스) 기술 벨트 전체를 겨냥한 다리 하나를 놓은 셈이다.
시장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한국 주요매체들은 스페이스X 투자 공시 직후 한미반도체 주가가 서울 시장에서 급등했다고 전하며, 스페이스X IPO 참여 소식과 맞물린 국내 투자자의 기대감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스페이스X 테마주’ 프리미엄이, 중장기적으로는 테라팹 장비 수주·AI 패키징 수요 확대라는 실적 스토리가 주가에 반영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