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 화석에서 유래한 실험실 배양 소재로 제작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명품 핸드백이 6월 11일(현지시간) 파리 오텔 드루오(Hôtel Drouot)에서 경매에 부쳐진다. 예상 낙찰가는 30만~50만 유로(약 5억3000만원~9억원)이다. 경매사 지켈로 SAS는 이번 출품작을 “경매 역사상 가장 이례적인 오브제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화석·AI·바이오가 만든 ‘8억짜리 공룡 가방’
Moneycontrol, hypebeast, RobbReport Malaysia, FT.com, Le Monde에 따르면, 이번 T-Rex 레더 핸드백은 폴란드 테크웨어 레이블 앙팡 르베(Enfin Levé)가 디자인하고, 영국 상장사 BSF 엔터프라이즈의 자회사 랩그로운 레더(Lab-Grown Leather Ltd)와 바이오엔지니어링 기업 더 오가노이드 컴퍼니(The Organoid Company),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ML이 공동 개발했다.
가방은 진한 청록색(미드나이트 톤)의 톱 핸들 형태로, 공룡 발톱을 형상화한 세 개의 절개 디테일과 블랙 다이아몬드를 박은 스털링 실버 금속 장식, 2차대전 당시 영국 공군 파일럿 코튼 안감, 일본산 신도 나일론 스트랩 등을 채택해 ‘바이오테크 버킨백’을 지향한다.
핵심은 소재다. 연구진은 미국 몬태나 주에서 발굴된 약 6,500만~6,800만년 전 T. rex 뼈에서 콜라겐 단백질 조각을 추출한 뒤, AI 기반 계산생물학 모델을 이용해 결손 구간을 예측·보완해 ‘완전한 T. rex 콜라겐 설계도’를 재구성했다. 이 합성 DNA를 세포주에 삽입해 랩그로운 레더의 ‘고급 조직공학 플랫폼(ATEP)’에서 대량 배양하고, 동물 도살이나 합성 스캐폴드 없이 3차원 조직을 스스로 형성하게 해 가죽 유사 소재를 얻었다는 설명이다.
BSF 측은 "이 소재가 기존 소가죽보다 최대 3배 강하면서도 생분해·수선 가능하고, 탄소 집약적 축산 없이 생산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경매장은 왜 이 가방에 50만 유로를 매겼나
경매는 파리 오텔 드루오에서 열리는 ‘Tentation°4’ 세일의 하이라이트로 배치됐다. 경매사 지켈로와 드루오 측은 이 가방의 예상가를 30만~50만 유로 수준으로 책정했다. 인도 경제매체 머니컨트롤은 이 작품의 시작가가 약 6크로르 루피(약 66만3,000달러, 한화 약 9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하며, ‘일상용 패션’이 아닌 ‘컬렉터블 럭셔리’ 시장을 겨냥한 가격 설정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가방은 4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트 주 뮤지엄(Art Zoo Museum)에서 거대 T. rex 골격 옆에 전시되며 첫선을 보였다. AFP 등 외신은 "이번 프로젝트가 럭셔리 패션과 첨단 바이오테크, 스토리텔링 마케팅이 결합된 상징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T-렉스 가죽”인가, “공룡에서 영감받은 콜라겐”인가
다만 ‘T-Rex Leather™’라는 명명과 “공룡 가죽” 서사가 과학적으로 과장됐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고생물학 블로그 ‘에브리싱 다이노소어(Everything Dinosaur)’와 일부 학자들은, 이번 소재가 “화석화된 공룡 피부에서 직접 추출한 가죽이 아니라, 공룡 콜라겐 서열에서 영감을 받아 예측·합성한 바이오엔지니어링 콜라겐”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T. rex의 완전한 DNA는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 과학 수준에서는 영화 ‘쥬라기 공원’식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럼에도 BSF 엔터프라이즈는 이 제품을 자사 ‘엘리멘탈 레더(Elemental Leather)’ 포트폴리오의 첫 상업 사례로 규정하며, 향후 럭셔리 액세서리와 자동차 인테리어 등으로 응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브리포트(Robb Report)는 경매가 자체가 “지속가능 바이오 소재의 개념 증명(proof-of-concept)이자, 실험실 배양 가죽의 브랜드 스토리 구축을 위한 이벤트”라고 평가했다.
바이오·럭셔리 접점 시험대, 한국 시장에 던지는 질문
이번 T-Rex 레더 프로젝트는 ▲화석 기반 스토리텔링, ▲AI·생명공학 결합, ▲9억원대 희소성 가격 전략이 맞물린 ‘프리미엄 바이오 럭셔리’ 실험으로 볼 수 있다. BSF 엔터프라이즈는 런던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텍으로, 공룡 가죽 가방은 아직 매출보다 인지도 제고와 파이프라인 가치 부각에 초점이 맞춰진 프로젝트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동시에 동물복지·탄소배출·희귀 동물 가죽 규제 강화라는 글로벌 트렌드 속에서, 럭셔리 산업이 바이오 소재를 어떻게 브랜드 내러티브로 흡수할지 가늠하게 하는 상징적 이벤트다.
국내 패션·바이오·자동차 업계에도 시사점은 적지 않다. 한국의 세포배양·재생의료 기술력, 완성도 높은 가죽 가공·패션 제조 인프라, 그리고 K-컬처 기반 스토리텔링 역량을 결합한다면 ‘한국형 바이오 럭셔리’ 실험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관건은 과학적 사실과 마케팅 서사의 경계를 얼마나 투명하게 제시하면서도, 소비자가 지갑을 열 만큼 매혹적인 세계관을 구축하느냐다.
이 가방의 최종 낙찰가와 향후 후속 컬렉션의 성패는, 실험실에서 탄생한 소재가 진짜 럭셔리 카테고리로 편입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첫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