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구글이 차세대 AI 칩 ‘TPU v10(코드명 아이스피시)’ 생산을 두고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가면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과 AI 인프라 판도에 구조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TSMC 집중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구글의 멀티 파운드리 전략과 2나노 시대를 정면 돌파하려는 삼성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그간 부진했던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도 의미 있는 ‘레버리지 이벤트’가 형성되는 구도다.
11일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10세대 텐서 처리 장치(TPU v10) 아이스피시 칩을 기능별로 나눠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연산 집약도가 가장 높은 메인 프로세서 다이는 대만 TSMC가 1.4나노 공정으로 맡고,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TPU를 연결하는 메모리 입출력 다이(I/O 다이)는 삼성이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수주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은 TSMC 생산능력이 AI 수요 폭증으로 사실상 ‘풀 북(Full-booked)’ 상태에 근접한 상황과 맞물려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AI 열풍으로 반도체 주문이 폭주하면서 TSMC의 생산 능력은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며,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들이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파운드리 2위 삼성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구글이 아이스피시 설계에 대만 미디어텍을 끌어들인 점 역시, 단일 밸류체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칩 아키텍처 최적화를 가속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구원줄’에 가까운 물량이다. 삼성전자는 테일러(미 텍사스) 신공장을 포함해 2나노 GAA 공정에 막대한 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2026년까지 반도체 생산능력 확대와 R&D에 110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이미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에 테슬라의 차세대 AI 칩(계약 규모 165억달러 추정)과 AI 스타트업 그록(Groq)의 LPU 생산 수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혀 온 만큼, 구글 TPU 물량까지 확보할 경우 2나노 레퍼런스와 고객 다변화 면에서 TSMC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상징적 계기가 된다.
흥미로운 대목은, 구글의 파운드리 파트너가 삼성·TSMC·인텔로 삼각 분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IT매체 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구글은 2028년까지 인텔 파운드리에 300만개 이상의 TPU 생산을 맡기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글의 연간 TPU 생산 규모가 2027~2028년 600만개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인텔이 담당하는 구조라고 분석했다.
TPU 증산 속도도 가팔라지고 있다. 모건스탠리 리포트를 인용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외부 판매를 포함한 TPU 생산 계획을 기존 전망치보다 크게 상향 조정해 2027년 500만대, 2028년 700만대 생산을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27년 기존 목표치 300만대 대비 67% 증액된 수치이며, 2027~2028년 2년간 총 1200만대 생산은 2023~2026년 4년 누적 790만대를 크게 웃도는 규모다. 공급망 측면에서 보면, 7세대 ‘아이언우드( Ironwood)’에 이어 10세대 ‘아이스피시’까지 이어지는 로드맵이 사실상 AI 인프라의 ‘제2의 표준’으로 부상하는 흐름이다.
이번 구글–삼성 협상은 단순한 수주 뉴스라기보다, AI 반도체 공급망이 ‘엔비디아 GPU + TSMC’ 단일 축에서 ‘TPU 기반 멀티 파운드리’ 체제로 이행되는 징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구글이 TSMC에 연산 다이를 맡기면서도 I/O 다이와 패키징, 인텔 파운드리를 병행하는 구조를 선택한 것은 향후 수년간의 AI 인프라 투자에서 생산 병목과 지정학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험’ 역할이기도 하다.
동시에 삼성에겐 2나노 공정 신뢰도를 글로벌 톱티어 고객으로부터 직접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이자, 메모리·HBM–파운드리–패키징까지 수직계열화된 ‘풀 스택 AI 파운드리’ 비전을 실물로 증명할 무대가 된다. 실제 계약 체결 시점과 규모, 구글의 외부 판매 전략 전개 속도에 따라 삼성과 인텔, TSMC 간 AI 칩 패권 구도가 다시 한번 재편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