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삼성전자가 투자한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10곳이 K-반도체 공급망의 ‘지분 동맹’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7년 첫 투자 이후 2020년까지 공식 발표된 지분 투자액만 2,0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키우는 삼성의 실질적인 ‘백업 라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 주인공은 솔브레인·동진쎄미켐·에스앤에스텍·와이아이케이·케이씨텍·엘오티베큠·미코세라믹스·뉴파워프라즈마·원익IPS·SFA(에스에프에이)로 이어지는 ‘소부장 10선’은 삼성전자가 직접 지분을 넣어 키우고 있는 K-반도체 생태계의 핵심이다.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미세공정 전환의 파고 속에서, 이 10개 기업의 재무·기술 성과는 삼성전자의 장기 경쟁력을 가늠하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7년 솔브레인·동진쎄미켐에서 시작된 ‘지분 동맹’
삼성전자의 소부장 지분 투자는 2017년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전자는 당시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소재 업체 솔브레인에 약 556억원, 포토레지스트 등 감광액을 공급하는 동진쎄미켐에 약 480억~500억원 수준을 투입해 각각 약 4.8%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는 일본 수출 규제가 촉발되기 2년 전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고순도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 등 핵심 소재 국산화의 ‘마중물’ 역할을 한 투자였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2019년 7월 초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수출을 제한하자 솔브레인·동진쎄미켐이 국산 대체재를 공급하며 국산화율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2020년 7월, 에스앤에스텍·와이아이케이에 1,133억원 투입
일본의 수출 규제가 본격화된 뒤, 삼성의 지분 투자는 2020년 7월 ‘양적·질적 전환점’을 맞는다. 삼성전자는 2020년 7월 31일 에스앤에스텍과 와이아이케이 유상증자에 참여해 두 회사에 총 1,133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은 EUV(극자외선) 노광 공정용 블랭크 마스크를 생산하는 에스앤에스텍에 659억 3,300만원을 투자해 지분 8.0%를 취득했고, 메모리 웨이퍼 테스트 장비 기업 와이아이케이에는 473억 4,000만원을 넣어 약 13~15%수준의 지분을 확보했다.
EUV 블랭크 마스크와 메모리 테스트 장비는 미세공정에서 수율과 직결되는 핵심 공정이다.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1,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한 것은 단순 협력사 지원을 넘어, 미세공정 병목을 함께 해소할 ‘공동 운명체’로 두 회사를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2020년 11월, 케이씨텍·엘오티베큠·미코세라믹스·뉴파워프라즈마에 740억원
같은 해 11월 삼성전자는 또 한 번의 ‘소부장 베팅’을 감행한다. 삼성은 케이씨텍, 엘오티베큠, 미코세라믹스, 뉴파워프라즈마 등 4개사 유상증자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총 740억원 규모 지분을 투입했다.
세부적으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전공정 장비 업체 케이씨텍에 207억원, 건식 진공펌프 전문기업 엘오티베큠에 190억원, 세라믹 히터·ESC 등 장비용 세라믹 부품을 생산하는 미코세라믹스에 217억원, 플라즈마·RF 장비 업체 뉴파워프라즈마에 127억원 안팎이 투입된 것으로 공시됐다.
이로써 삼성은 2020년 하반기(7~11월)에만 에스앤에스텍·와이아이케이·케이씨텍·엘오티베큠·미코세라믹스·뉴파워프라즈마 등 6개 소부장 협력사에 총 1,873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집행했다.
‘10선’의 나머지 축, 원익IPS·SFA·솔브레인·동진쎄미켐
투자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삼성이 찍은 소부장 10선’에는 앞선 6개사 외에도 원익IPS, SFA, 솔브레인, 동진쎄미켐이 포함된다. 원익IPS는 ALD·CVD 증착·식각 장비, SFA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화 장비를 주력으로 하며, 솔브레인·동진쎄미켐은 화학 소재 및 포토레지스트 분야의 핵심 공급사다.
여러 투자 리포트와 블로그에 따르면, 솔브레인과 동진쎄미켐에 각각 4.8%, 원익IPS와 SFA에 3~4% 내외 전략적 지분을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공정별로 보면 보이는 ‘K-반도체 라인업’
삼성이 지분을 들고 있는 10개 기업의 포지션을 공정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K-반도체 라인의 ‘빈칸’이 어떻게 채워지는지 선명해진다.
공정 단계별로 보면 소재–증착·식각–CMP–진공·플라즈마–검사·자동화까지 라인의 대부분 구간에서 삼성 지분이 들어간 협력사가 하나씩 포진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전략적 구조를 두고 '삼성의 생산라인을 국산 소부장으로 둘러싼 안전망'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
지분 5~10%의 의미, 단순 협력사 넘어 ‘전략 파트너’
삼성의 소부장 투자는 대부분 지분 5~10% 안팎에서 이뤄져, 경영권 간섭에는 선을 긋되 장기 파트너십을 상징하는 수준에서 머무는 것이 특징이다. 에스앤에스텍(8.0%), 솔브레인·동진쎄미켐(각 4.8%), 와이아이케이(약 13% 내외) 등 공시·리포트에 등장하는 주요 수치를 평균 내면, ‘전략적 투자’로 분류되는 5% 전후 구간이 핵심대라는 점이 드러난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5% 이상 지분을 들고 있는 소부장 기업은 단순 납품처가 아니라 향후 5~10년 이상 공정 로드맵을 공유하는 전략 파트너”라고 분석했다.
K-반도체 패권 경쟁, ‘지분의 힘’이 관전 포인트
결국 삼성의 소부장 지분투자는 '파운드리 경쟁력의 그림자 투자'라고 볼 수 있다. 발단은 일본의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와 미국·중국 사이에서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었지만, 장기 수요와 기술 로드맵을 함께 공유한다는 '동반성장'이란 명분 아래 국내 소부장 생태계를 키워야만 파운드리·메모리에서 ‘초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한몫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 인텔 등 글로벌 경쟁사와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승부수는 공장 건물이나 설비 투자 규모 뿐 아니라 그 설비를 움직이는 소재·부품·장비 생태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