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의 위성 인터넷 사업 스타링크(Starlink)가 항공사 기내 Wi‑Fi(와이파이) 시장에서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 LEO(구 프로젝트 카이퍼)를 뚜렷하게 따돌리며 선도 사업자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아마존은 항공사 계약 속도에서 뒤처진 대신, 아프리카를 축으로 한 신흥시장·지상 인프라 전략으로 ‘측면 돌파’를 시도하는 양상이다.
스타링크, 항공사 고객 수에서 이미 ‘게임 체인저’
Reuters, cnbc, TechCabal, IrishExaminer의 보도와 U.S. News & World Report, 항공 인텔리전스 업체 밸러 컨설턴시 자료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2024년 8개 항공사, 2025년 22개 항공사에 이어 2026년 들어서만 이미 11개 신규 항공사 파트너를 추가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불과 2022년 3개 수준이던 항공사 고객 수가 3년 만에 10배 이상 늘어난 셈으로, “기내 인터넷은 더 이상 유료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프리미엄 고객 유치에 필수적인 인프라”라는 항공사 인식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로이터는 스타링크가 현재 궤도에 올라간 전체 위성의 약 3분의 2를 운영하고 있어, 대규모 LEO(저궤도)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고속·저지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올해 6월 말 첫 스타링크 탑재 B737‑800을 취항시키고 연말까지 300대 장착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아메리칸항공도 2027년 초부터 500대가 넘는 내로바디(중단거리) 항공기에 스타링크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유나이티드항공, 카타르항공, 루프트한자 등 20여 개 항공사가 스타링크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져, 2030년대 초에는 스타링크 기내 Wi‑Fi 탑재 항공기가 수천 대 규모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영국 밸러 컨설턴시는 스타링크 장비를 포함한 차세대 LEO 기반 기내 인터넷 탑재 항공기가 2034년까지 1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빠르고 싸게 다는 게 장점”…그러나 비용논쟁도 여전
스타링크는 안테나·터미널 통합형 키트를 통해 항공기당 설치 기간을 크게 줄이고, 레이턴시(지연)를 수십 ms 수준으로 낮춘 점을 항공사에 대한 핵심 세일즈 포인트로 내세운다. 실제로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택하는 항공사 상당수는 ‘무료 또는 사실상 무료 Wi‑Fi’를 전면에 내걸며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고, 스타링크의 고속 연결은 스트리밍·화상회의까지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항공기 1대당 설치비용은 약 17만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저가항공사(LCC)를 중심으로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상존한다.
유럽 저비용항공사 이지제트와 노르웨이전항공(Norwegian Air)은 각각 “현재 조건으로는 스타링크 도입의 경제성이 맞지 않는다”며 기존 유료 기내 인터넷 체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프리미엄·메이저 항공사 중심으로는 스타링크 도입 러시가 이어지지만, LCC 시장에서는 여전히 비용 대비 수익 구조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라는 점도 시장의 잠재 리스크로 꼽힌다.
아마존 LEO, 항공사보다 ‘에코시스템+아프리카’에 방점
후발주자인 아마존 LEO는 항공사 파트너십 공략 속도에서는 스타링크에 크게 뒤지지만, 클라우드·엔터테인먼트·커머스를 아우르는 통합 에코시스템을 앞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델타항공은 2028년부터 500대 항공기에 아마존 LEO 기반 위성 Wi‑Fi를 도입하기로 합의했고, 젯블루는 2027년부터 일부 기재에 아마존 위성 기술을 장착해 기존 무료 ‘Fly‑Fi’를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마존은 “저궤도 위성과 AWS, 프라임 비디오, 커머스 플랫폼을 연결해 항공사에 데이터·콘텐츠·커머스를 통합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B2B2C 모델을 강조한다는 평가다.
규제 측면에서는 미국 FCC가 아마존에 부과했던 ‘2026년 7월까지 전체 3,232기 위성의 절반 발사’ 의무를 유예하며, 2029년까지 전체 배치는 유지하되 중간 기한은 완화했다. 아마존 입장에선 위성 발사·지상 인프라 구축·소프트웨어 통합을 병행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완성도 있는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현재 궤도 위성 수는 스타링크에 비해 현격히 적어, 단기 커버리지·가용성 측면에서는 열세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프리카에서 정면충돌…속도는 아마존, 선점은 스타링크
아마존 LEO의 또 다른 승부처는 아프리카다. 아마존은 케냐 현지 법인 ‘Amazon Kuiper Kenya Limited’를 통해 케냐 통신청(CA)에 NFP(망시설 사업자) 2단계 라이선스를 신청했으며, 승인 시 15년간 전국적인 위성·지상 통신 인프라를 구축·운영할 수 있게 된다. 나이지리아에서는 2026년 1월, 위성 전송·인터넷 서비스·국제 데이터 게이트웨이를 아우르는 7년 라이선스를 이미 획득해 2월부터 본격 서비스 개시가 가능해졌다.
케냐 신청서에서 아마존은 일반 이용자 기준 최대 400Mbps, 기업·상업용은 최대 1.28Gbps 속도를 제시해 현지에서 서비스 중인 스타링크 대비 2배 이상 빠른 수준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속도·대역폭에서는 아마존, 서비스 커버리지와 상용화 경험에서는 스타링크”라는 구도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미 스타링크는 케냐를 포함한 아프리카 다수 국가에서 서비스를 운영 중으로, 일종의 ‘선점 효과’를 누리는 반면, 아마존은 규제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국가 단위 광대역 인프라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며 중장기적으로 스타링크 영향력을 잠식하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
“항공기는 스타링크, 지상은 아마존?”…투트랙 경쟁 구도 부상
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 항공기 기내 Wi‑Fi 시장에서는 스타링크 독주 체제가 이어지되, 중장기적으로는 아마존 LEO가 아프리카·신흥국 지상 인프라와 항공사·클라우드·콘텐츠를 연계한 복합 비즈니스 모델로 맞불을 놓는 ‘투트랙 경쟁’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스타링크는 수천 기 LEO 위성과 빠른 설치·검증된 성능을 앞세워 항공사·해운·원격 지역 B2C 시장을 장악해 나갈 공산이 크고, 아마존은 LEO 네트워크를 AWS·프라임·커머스와 묶어 ‘플랫폼형 통신사업자’로 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차별성이 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항공사들이 비용 부담과 서비스 차별화 사이에서 어디까지 무료 고속 Wi‑Fi 확대에 나설 것인가, 둘째, 아프리카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 “누가 국가 단위 디지털 인프라 파트너로 더 많은 정부·사업자를 선점하느냐”의 싸움이다. 항공기 안에서는 스타링크, 지상과 에코시스템 전장에서는 아마존 LEO라는 분업적 공존이 될지, 아니면 어느 한쪽이 타 영역까지 장악하는 ‘완전 승자독식’ 판으로 흘러갈지, 글로벌 위성 인터넷 패권 경쟁의 다음 막이 열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