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한화가 인수한 아워홈 용인공장에서 1년 만에 또다시 ‘목 끼임’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한화그룹 전 계열사에 퍼져 있는 구조적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올해에만 그룹 내 중대재해 사망자가 10명에 이른다는 노동계 주장까지 더해지면서, 한화의 ‘프리미엄’ 전략과 현실의 안전관리 수준 사이 괴리가 심각하다는 비판이 거세다.
1년 만에 되풀이된 아워홈 ‘목 끼임’ 참사
8일 오후 2시 50분경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작업장에서 50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약 30분 후 오산 한국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경찰은 작업 과정에서 근로자가 착용하고 있던 두건이 기계에 말려 들어가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사고가 특히 충격을 주는 이유는 같은 공장에서 불과 1년여 전 거의 동일한 유형의 끼임 사고로 30대 근로자가 숨진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2025년 4월 4일 아워홈 용인2공장 어묵 냉각 공정에서 30대 남성 노동자가 냉각 기계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해 심정지 상태로 이송됐고, 닷새 뒤인 4월 9일 결국 사망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당시 공장장과 안전관리책임자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으며, 사고 설비에는 끼임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추는 ‘인터록’이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공장에서는 그보다 앞선 2025년 3월에도 러시아 국적 30대 여성 하청 근로자의 왼팔과 손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끼임사고가 최소 3건 연속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 인수 아워홈, 안전관리 공백 드러났다
아워홈은 단체급식·식자재 유통기업으로, 한화그룹 계열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2025년 초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며 인수를 추진해왔다.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던 가운데 한화 측 김동선 부사장이 인수전에 참전해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안전경영 총괄 책임자 자리가 사실상 공백 상태가 됐다는 지적이 현장 안팎에서 제기됐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후 아워홈은 재난 대응 경력 30년가량의 전문가를 안전경영총괄로 영입했지만, 인수·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이 직책이 겸직 체제 또는 사실상 조직 정비 대상이 되면서 안전관리 체계가 느슨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2025년 4월 ‘목 끼임’ 사망사고 당시 안전 총괄 책임자는 부재했고,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아워홈 측은 당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사 안전관리 시스템을 점검·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1년 만에 같은 공장, 유사 공정에서 또다시 끼임 사고가 발생하면서 ‘재발 방지’ 약속의 실효성은 스스로 무너진 셈이 됐다. 이번에도 경찰은 사고 예방 조치 여부를 확인한 뒤 관련 책임자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그룹 차원의 중대재해 ‘10명’…한화 안전시스템 총체적 붕괴
아워홈 사고가 한화 인수 국면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이를 한화그룹 전체의 안전관리 수준과 연결해 비판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6월 2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 앞 기자회견에서 “2026년 한화그룹 내 중대재해 사망자는 한화가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것만 10명에 달한다”고 지적하며 “그룹사 전체의 안전·보건 체계가 총체적으로 무너졌다”고 규탄했다.
특히 대전 유성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에서 발생한 폭발 사고로 5명이 사망한 사건은 그룹 내 중대재해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한화오션, 한화오션에코텍, 한화솔루션 등 조선·중공업·화학 계열사에서도 중대재해가 연이어 발생해, 올해 공시 기준 중대재해 사망자 수가 두 자릿수에 이르렀다.
한화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해왔지만, 계열사별로 폭발, 추락, 협착 등 유형만 다를 뿐 대형 인명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후 수습’ 위주의 대응이 구조적으로 고착돼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내세우는 대기업이라면 그룹 차원의 통합 안전관리 컨트롤타워와 실질적 권한을 갖는 최고안전책임자(CSO)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게 노동계와 산업안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프리미엄’ 외친 갤러리아, 현실은 칼부림·안전 사각지대
한화그룹 유통·리테일 계열인 한화갤러리아도 최근 백화점 내 흉기난동 사건으로 안전관리 논란의 중심에 섰다. 2026년 4월 말 퇴근 시간대 백화점 지하 식당가에서 흉기 난동이 벌어져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현장은 한때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해당 사건은 단순 강력범죄를 넘어, 다중이용시설의 출입·위기 대응·피난 유도 체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로 이어졌다. 프리미엄 백화점 이미지를 강조해온 한화갤러리아가 정작 고객 생명과 직결된 물리적·인적 안전망 구축에서는 뒤처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고, 사건 이후에도 그룹 차원의 구체적 재발 방지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백화점·쇼핑몰 등 대형 유통시설은 테러·범죄·재난 위험에 대비한 시나리오 플래닝과 정기적인 모의훈련, CCTV·출입통제 시스템을 통한 사전 탐지 강화가 필수 조건으로 제시된다. 그러나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프리미엄 브랜드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쏟는 동안, 위기 대응 매뉴얼과 현장 교육은 여전히 최소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중대재해 ‘학습효과’ 없는 그룹…지배구조·인사 시스템이 문제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일련의 중대재해와 강력사건은 개별 사업장의 우연한 불운이라기보다, 지배구조와 인사 시스템이 안전보다 수익·확장에 치우친 구조적 문제라는 비판을 낳고 있다. 아워홈 사례만 보더라도 인수·지배권 다툼 속에서 안전경영총괄 자리가 공석 또는 겸직 상태로 방치된 채, 생산라인에서는 인터록조차 없는 설비가 가동되다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대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폭발, 해양·조선 계열사의 연쇄 중대재해, 갤러리아 백화점 칼부림 사건까지 이어지는 패턴은 ‘사고→사과→재발 방지 약속→또 사고’라는 전형적인 악순환 구조를 보여준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차에 접어든 시점에, 공시 기준 연간 사망자 10명을 기록한 그룹이 ‘안전 중심 경영’을 표방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한화의 ESG·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은 설득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노동계는 "그룹 차원의 최고안전책임자 직제를 신설하고, 계열사 안전 예산과 인력을 단기 실적이 아닌 법정·국제 기준에 맞게 상향 조정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중대재해 발생시 경영진 보수·성과급과 연동하는 강력한 페널티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장 노동자와 하청업체, 소비자·이용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안전’이 그룹 전략의 중심에 서지 않는다면, 아워홈 용인공장에서 반복된 끼임 사고와 같은 참사는 언제든 한화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