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독일 아마추어 러너 조이스 휘브너(Joyce Hübner·38)가 1년을 넘긴 367일 동안 매일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하며 여성 마라톤 연속 완주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는 10월 8일까지 495일 연속 마라톤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하며, 사실상 ‘독일 종단·횡단을 넘어 전국 일주’에 해당하는 초장거리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367일, 1만5700㎞, 신발 23켤레가 남긴 숫자들
독일 공영방송 NDR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휘브너는 2025년부터 2026년까지 367일 연속으로 매일 마라톤 풀코스(약 42㎞ 이상)를 완주했다. 마지막 367번째 마라톤은 2026년 6월 2일(현지시간) 오전 9시, 독일 니더작센주 보크홀트(Bocholt)를 출발해 제트루프(Setterich·보도마다 표기 상이)까지 42.7㎞를 달리는 코스로 마무리됐다. 이로써 휘브너는 종전 366일이었던 여성 마라톤 연속 완주 기네스 기록을 정확히 하루 늘려 경신했다.
기존 기록 보유자는 벨기에 러너 힐데 도소뉴(Hilde Dosogne·56)로, 그는 윤년이었던 202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6일 동안 매일 마라톤을 완주한 바 있다. 휘브너는 이 기록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약 1만5700㎞를 누적 주행한 것으로 집계된다. 이는 서울–부산(약 400㎞) 구간을 단순 거리 기준으로 39차례 왕복한 것과 비슷한 거리이자, 지구 적도 둘레(약 4만㎞)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초인적인 주행 거리의 흔적은 신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휘브너가 367일 도전 기간 동안 갈아 신은 러닝화는 총 23켤레로, 하루 평균 약 684㎞당(1만5700㎞÷23켤레) 신발 한 켤레를 소모한 셈이다. 마라톤 러너들이 통상 500~800㎞ 내외에서 러닝화를 교체하는 점을 감안하면, 휘브너의 신발 마모 속도는 엘리트 러너의 실제 사용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영하의 새벽이 가장 힘들었다”…인간지속성의 시험대
휘브너의 도전은 기록 수치만큼이나 ‘지속 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강하게 환기시킨다. 그는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세계 기록 보유자라는 표현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특히 “영하의 기온에 밖에서 달리는 것이 정말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단순한 체력 과시를 넘어, 날씨·부상·피로·일상생활 등 수많은 변수를 1년 넘게 통제해 온 ‘루틴 관리 능력’이 이번 기록의 진짜 핵심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독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휘브너는 마지막 날에도 혼자가 아닌 동료 러너 20여 명과 함께 코스를 소화했다. 기록 도전이 개인의 극한 퍼포먼스일 뿐 아니라, 지역 러닝 커뮤니티와 함께한 ‘장기 프로젝트’였다는 점이 부각되는 지점이다. 이는 근래 유럽과 북미 러닝 씬에서 확산되는 ‘커뮤니티 러닝’·‘챌린지 런’ 트렌드와도 맞닿는다.
기존 기네스 기록이 ‘윤년 1년’을 상징하는 366일이었다면, 휘브너는 여기에 정확히 하루를 더해 ‘365일+2일’이라는 새로운 상징성을 부여했다. 숫자 자체는 1일 차이지만, 그 하루를 위해 요구되는 정신적 부담과 피로 누적을 감안하면 실제 체감 난이도는 그 이상일 것이라는 해석도 설득력을 얻는다.
495일·2만1312㎞·독일 2059개 도시…‘움직이는 지도’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휘브너에게 367일은 ‘끝’이 아니라 ‘중간 기착지’라는 점이다. 그는 현지 방송과 인터뷰에서 오는 10월 8일까지 495일 연속 마라톤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힌 상태다. 이 계획이 예정대로 완주될 경우, 누적 주행 거리는 약 2만1312㎞, 방문 도시 수는 독일 전역 2059개에 달하게 된다. 현재까지 1만5700㎞를 달렸으니, 앞으로 남은 128일 동안 추가로 약 5612㎞를 달려야 하는 셈이다.
이는 단순 ‘연속 일수’ 경쟁을 넘어, 공간적으로 독일 전역을 촘촘히 연결하는 ‘움직이는 지도’에 가깝다. 마라톤이 시간과 공간을 동시에 축적하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휘브너의 도전은 “한 사람이 자신의 발로 한 국가를 얼마나 정밀하게 ‘그려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실험처럼 읽힌다. 독일 전역 2059개 도시를 잇는 2만1312㎞는, 독일 인구·경제·지역 격차를 현장에서 체감해 나가는 일종의 ‘러닝 르포르타주’이기도 하다.
숫자만 보더라도 이 도전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확인할 수 있다. 495일 동안 매일 42.7㎞를 뛴다는 것은, 하루 평균 주행 시간이 4~5시간에 달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식사·회복·이동·경로 조정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전업 러너’에 가까운 일상을 1년 4개월 가까이 유지해야 한다. 개인의 체력과 의지 외에 스폰서, 지역 커뮤니티, 가족의 지지가 결합된 장기 프로젝트로 봐야 하는 이유다.
‘슈퍼 휴먼’이 아니어도, 일상은 바뀐다
조이스 휘브너의 기록은 엘리트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아니라, 직업을 따로 가진 비(非)프로 러너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국내외 언론 역시 그를 ‘독일 러너’ 혹은 ‘아마추어 러너’로 규정하며, 고가의 과학 장비와 지원팀이 아닌 일상의 루틴 관리, 러닝화 23켤레, 커뮤니티 지원으로 쌓아올린 기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기록의 상징성을 ‘슈퍼 인간’의 영역이 아닌, 꾸준함과 반복의 영역으로 끌어내린다.
앞서 도소뉴가 윤년 366일 도전으로 세계 러닝 커뮤니티의 주목을 받은 이후, 유럽에서는 ‘연속 마라톤’이나 ‘연속 하프 마라톤’ 등 장기 챌린지에 도전하는 러너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번 휘브너의 사례는 그 연장선에서, 기록 경신을 넘어 러닝이 개인의 삶과 지역 커뮤니티를 어떻게 재구성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