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차세대 비만 치료제 레타트루타이드(retatrutide)가 3상에서 체중 감량을 넘어 수면무호흡증과 무릎 골관절염 통증까지 유의미하게 개선한 데이터가 공개되면서, 글로벌 비만 치료 시장의 게임 체인저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
PubMed, clinicaltrialsarena, adameetingnews, trials.lilly, mayoclinic.elsevierpure, ClinicalTrials.gov, Cision PR Newswire에 따르면, 주사 한 번으로 체중·수면·관절 통증을 동시에 겨냥하는 ‘멀티 모달리티’ 전략이 임상에서 일정 수준 입증됐다는 점에서, 향후 약가·급여·적응증 확장 등 헬스케어 생태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TRIUMPH-1, 비만·수면무호흡증·관절염을 한 바구니에 담다
레타트루타이드 임상 데이터는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제86회 학술대회에서 3상 TRIUMPH-1 결과로 처음 공개됐다. TRIUMPH 프로그램은 총 4개 3상으로 구성된 등록(레지스트레이션) 임상으로, 비만과 그 합병증을 한 번에 겨냥하는 ‘바스켓 트라이얼(basket trial)’ 설계가 특징이다.
TRIUMPH-1은 비만 혹은 과체중 성인 2,339명을 등록해 주 1회 피하주사로 레타트루타이드(4·9·12mg)와 위약을 비교한 체중 관리 3상으로, 여기에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 및 무릎 골관절염(OA) 코호트가 중첩(nested) 구조로 들어가 있다. 체중 변화는 체중 관리 파트의 1차 평가변수, 수면무호흡증은 무호흡-저호흡 지수(AHI) 변화, 무릎 OA는 WOMAC(서던온타리오·맥마스터대) 통증 하위척도 변화가 각각 주요 평가 변수로 설정됐다.
체중 30% 날리고, 65%는 ‘비만 탈출’
먼저 체중 감량 효과만 놓고 보면 레타트루타이드는 현존 비만 약물 가운데 최상위급 데이터다. TRIUMPH-1에서 12mg 고용량을 투여받은 참가자는 80주 동안 평균 70.3파운드(약 31.9kg), 체중의 28.3%를 감량했다. 미국 금융매체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은 리포트에서 “TRIUMPH-1에서 12mg 투여군의 평균 체중 감소율은 28.3%로, 현재 대규모 피보탈 시험에서 보고된 약제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같은 용량에서 참가자의 45.3%가 체중의 30% 이상을 감량해, 통상 비만대사수술 시 기대하는 감량 폭에 근접했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104주까지 추적한 서브코호트에서는 체중 감소율이 30.3%까지 올라갔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간 리브민트(Mint)는 “레타트루타이드 12mg 투여자의 65.3%가 체질량지수(BMI)를 30 미만으로 낮춰 더 이상 ‘비만’ 기준에 해당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릴리는 이미 GLP-1·GIP 이중 작용제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비만 치료제 ‘젭바운드(Zepbound)’로 상용화했지만, 레타트루타이드는 여기에 글루카곤 수용체까지 더한 ‘트리플 G’ 작용제로 설계됐다. 당뇨·비만 분야 학술지 Diabetic Obesity and Metabolism에 실린 임상설계 논문은 “레타트루타이드는 GIP, GLP-1, 글루카곤 세 수용체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합성 삼중 작용제”라며 “체중과 대사지표를 보다 강도 높게 조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 60.6%·무릎 통증 73.1% 개선
이번 발표의 진짜 메시지는 ‘체중 감량을 넘어서’다. OSA 코호트에서 레타트루타이드는 무호흡-저호흡 지수(AHI)를 기저 58.6회/시간에서 최대 36.1회/시간 줄여 60.6% 감소를 기록했다. 로이터는 “주 1회 레타트루타이드가 중등도~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의 중증도를 60.6% 낮췄다”며 “릴리의 기존 비만·OSA 치료제인 젭바운드를 능가할 수 있는 차세대 후보로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무릎 골관절염 통증에서도 결과는 공격적이다. TRIUMPH-1에 중첩된 OA 코호트에서 레타트루타이드는 WOMAC 통증 점수를 기저 6.0점에서 최대 4.3점 낮춰, 최대 73.1%의 통증 감소를 보였다. 인베스팅닷컴은 “레타트루타이드는 관절 통증과 수면무호흡증의 중증도를 동반 개선하면서 체중 감소 외 다수의 비만 관련 합병증 지표를 동시에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매체 리브민트는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 등 글로벌 빅파마가 ‘비만·당뇨 전쟁’에 뛰어든 가운데, 레타트루타이드 데이터는 체중 감량과 함께 수면무호흡증, 무릎 통증 개선까지 보여주며 차세대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체중 조절제에서, 심혈관·근골격·수면을 아우르는 ‘심장대사 플랫폼 약물’로 포지셔닝하려는 릴리 전략과 맞닿아 있다.
강한 효능만큼 부작용 시그널도 선명
효능이 강한 만큼 안전성 시그널에 대한 시장의 질문도 거세다. 임상 정보 플랫폼 Clinical Trials Arena는 “TRIUMPH-1에서 레타트루타이드는 전반적으로 내약성(tolerability)은 수용 가능한 수준이었지만, 고용량(12mg)에서 이상반응(AE)으로 인한 중단율이 11.3%로 위약군 4.9% 대비 높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상반응 프로파일은 GLP-1 계열 약물과 유사하게 메스꺼움, 설사, 구토 등 위장관계 증상이 주를 이뤘다. 다만 회사 측은 고용량 투여군에서 감각 이상(dysesthesia·이상 감각)이 최대 12.5%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위약군 0.9%와 비교해 신규 안전성 시그널로 주목된다.
이러한 신경계 관련 부작용이 용량 조절·투여 기간 조정 등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인지, 혹은 상용화 후 실사용(real-world)에서 규제 리스크로 부상할지는 후속 데이터가 필요하다. 근거가 축적되기 전까지는, 감각 이상 관련 장기 안전성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음’이 맞다.
‘멀티 모달리티’ 비만치료제 경쟁 구도에 던지는 함의
레타트루타이드는 아직 어느 국가에서도 허가받지 않은 개발 단계 약물로, 릴리는 TRIUMPH-1·2(비만+OSA/OA), TRIUMPH-3(심혈관질환 동반 비만), TRIUMPH-4(단독 OA) 등 총 4개 3상을 포함한 포트폴리오를 통해 대규모 등록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별도로 만성 요통, 심혈관계 예후, 간질환(NASH 추정) 등으로 적응증을 확장하는 후속 3상도 돌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티르제파타이드 기반 젭바운드를 이미 보유한 릴리가 더 강력한 삼중 작용제 카드까지 쥐게 될 경우, 노보 노디스크 등 경쟁사와의 비만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데이터(GlobalData) 애널리스트 역시 Clinical Trials Arena 인터뷰에서 “TRIUMPH-1 결과는 레타트루타이드를 ‘현재까지 가장 강력한 약물성(약제 기반) 체중 감량제’로 자리매김시킨다”며 “다만 부작용 프로파일과 가격, 기존 티르제파타이드 포트폴리오와의 내부 카니벌라이제이션이 상업적 관건”이라고 짚었다.
케네스 커스터 릴리 심장대사 건강 부문 총괄은 인베스팅닷컴을 통해 “TRIUMPH-1과 TRANSCEND-T2D-1에서 레타트루타이드는 의미 있는 체중 감량과 A1c 감소, 무릎 골관절염 통증 및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개선을 동시에 보여줬다”며 “체중, 혈당, 비만 관련 합병증을 한 번에 다루는 새로운 심장대사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의료계 입장에서는 GLP-1·GIP 이중 작용제(티르제파타이드)에 이어 삼중 작용제의 상용화 시점, 보험 급여 범위, 수면무호흡증·관절염 등 비만 관련 합병증을 묶은 ‘패키지 적응증’ 인정 여부가 건강보험 재정과 의료 패턴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면·관절·심혈관·간질환까지 포괄하는 플랫폼형 비만 치료제가 현실화될 경우, 기존 수면클리닉·정형외과·심장내과 진료 행태에도 구조적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