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프랑스 육군이 AI 기반 전장 지휘 시스템 ‘아르카디아(Arcadia)’를 앞세워 NATO 표준으로 채택된 팔란티어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Maven Smart System·MSS NATO)’에 정면 도전장을 던졌다. 이번 행보는 전장 AI까지 ‘디지털 주권’을 확보하려는 유럽의 전략적 승부수이자, 방산·AI 산업 지형을 뒤흔들 수 있는 중장기 변수로 평가된다.
프랑스판 메이븐 ‘아르카디아’의 실체
프랑스 육군은 NATO가 2025년 팔란티어의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을 도입해 연합 지휘·정보 분석의 핵심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한 직후, 자체 AI 지휘 체계 아르카디아를 ‘유럽판 메이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NATO는 메이븐이 생성형 AI·머신러닝·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해 “안전하고 공통된 작전 역량”을 제공한다고 평가하며 작전 지원 체계로 채택한 바 있다.
프랑스군 부사령관 패트릭 쥐스텔(Patrick Justel) 장군은 이 시스템을 유럽 내 NATO 동맹국에 적극 홍보하고 있으며, 6월 NATO 연합훈련에서 실제 전장 시나리오에 투입해 성능을 검증한다는 계획이다. 미군이 장기간 실전에서 다듬은 팔란티어 메이븐과 달리, 아르카디아는 아직 대규모 실전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도전자’라는 점에서 이번 연습이 첫 분수령이 된다.
분산 메시 네트워크…전장 통신 두절도 견딘다
아르카디아의 가장 큰 기술적 특징은 ‘클라우드 중심’이 아닌 ‘분산형 메시 네트워크’ 구조다. 중앙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지휘소와 전방에 배치된 서버를 메쉬 형태로 연결해 통신이 부분적으로 끊겨도 시스템 전체가 마비되지 않도록 설계했다는 게 프랑스 측 설명이다.
이 구조는 위성·광케이블·전술 통신망이 교차 마비될 수 있는 현대 전장에서 생존성과 연속성을 높이는 접근으로, 전면전·동시다발 교란 상황을 염두에 둔 선택으로 해석된다. 프랑스 육군은 루마니아 ‘다키안 폴(Dacian Fall) 2025’ 훈련에서 7기갑여단 병력 2400명을 동원해 아르카디아를 시험 운용했고, 대규모 합동훈련 ‘오리온(Orion)’에서도 반복 테스트를 실시하며 알고리즘과 운용 개념을 다듬고 있다.
“메이븐에 상응하는 자주적 시스템”이라는 선언
프랑스 제1군단 브누아 데뫼르(Benoît Desmeulles) 장군은 4월 인터뷰에서 아르카디아를 “고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중심에 둔 진정한 분산 작업 역량”을 갖춘 시스템으로 소개하며, “사실상 메이븐에 상응하는 자주적 시스템”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단순 ‘보완재’가 아닌, NATO 내 미·유럽 간 AI 지휘 플랫폼의 ‘대체재’를 지향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읽힌다.
프랑스군은 이미 덴마크 시스템 업체 시스테마틱(Systematic)의 ‘시타웨어 헤드쿼터스(SitaWare Headquarters)’를 주요 지휘·계획(C2) 도구로 채택해, 작전계획·상황판·부대 배치 관리 등 전통 C2 영역을 표준화했다. 아르카디아는 이 위에 AI 기반 데이터 융합과 분석, 자동화된 의사결정 지원 레이어를 얹어 ‘AI 참모 체계’로 진화시키는 구도를 그리고 있다.
미스트랄·탈레스·사프란…프랑스 AI-방산 생태계 총동원
아르카디아 개발에는 미스트랄 AI, 사프란 AI, 탈레스 등 프랑스 방산·AI 기업들이 광범위하게 관여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8년부터 25억 유로(약 4조1200억원)를 AI 생태계 조성에 투입해왔고, 2025년 2월 발표한 ‘AI를 위한 국가전략 3단계(La stratégie nationale pour l’intelligence artificielle)’에서 컴퓨팅 인프라·AI 인재·신뢰할 수 있는 AI 구축에 다시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이 전략에 따라 프랑스는 2023년 AI 국가 역량 순위 13위에서 2024년 5위로 뛰어오르며 AI 중추국으로 부상했고, 블룸버그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가 프랑스에 750억 유로(약 131조8000억 원)를 투자해 총 5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글로벌 자본도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이런 인프라·생태계 기반이 곧 아르카디아와 군사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의 ‘연료’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NATO “팔란티어와 겨룰 실질 경쟁자 없다”…프랑스의 반론
NATO 최고 변환 연합군 사령관 피에르 반디에(Pierre Vandier) 제독은 올해 5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현재 팔란티어를 대체하면서 NATO의 요구에 맞는 속도로 유사한 역량을 제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쟁자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팔란티어·메이븐 독점 체제를 재확인한 것으로, 유럽 내 정치·군사 커뮤니티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프랑스는 이 평가에 정면 반기를 들고 있다. 프랑스 군사 엔지니어는 5월 뉴스레터 ‘The Wald Brief’와의 인터뷰에서 “2027년이면 메이븐의 진정한 대안에 가까운 전력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고, 프랑스 정부는 같은 시기 NATO가 프랑스 렌(Rennes)에 AI 센터 오브 엑설런스(Centre of Excellence)를 승인할 것으로 기대하며 동맹 내 AI 허브 역할까지 자임하고 있다.
독일·네덜란드·덴마크…유럽의 ‘탈 팔란티어’ 신호탄
프랑스의 아르카디아 추진은 유럽 전반의 ‘탈 팔란티어’ 흐름과 맞물려 있다. 독일 연방 헌법수호청(BfV)은 2024~2025년 데이터 분석 플랫폼 입찰에서 팔란티어 대신 프랑스 기업 ‘ChapsVision’을 선택했고, 네덜란드 정부는 향후 2년 내 팔란티어의 “완전한 대안(full-fledged alternative)”을 마련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덴마크도 정보 분석 및 보안 부문에서 팔란티어 소프트웨어를 단계적으로 자국 또는 유럽산 솔루션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군사·정보 영역의 데이터 플랫폼부터 전장 AI 지휘 체계까지, ‘디지털 주권’과 ‘법·규범 통제 가능성’을 이유로 미 빅테크·빅데이터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르카디아는 상징성이 크다.
한국형 AI 지휘체계 논의에 던지는 함의
팔란티어·아르카디아 경쟁은 한국에도 직접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에서는 2026년 1월 방위사업청과 한화시스템이 한미 연합작전 핵심 지휘통제체계(AKJCCS) 성능개량 사업을 수주·착수하며, “국내 지휘통제체계 가운데 최초로 AI 기반 상황 분석 및 자동화 의사결정 지원 기능”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시스템은 AKJCCS를 “한미 연합작전의 ‘AI 지휘관’ 역할”을 수행하는 체계로 재구축하겠다고 강조하며, 클라우드 기반 서버 구조와 데스크톱 가상화(VDI)를 적용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미국·프랑스가 각각 클라우드 중심·분산 메시 네트워크라는 상이한 아키텍처로 전장 AI 지휘체계를 설계하는 만큼, 한국 역시 향후 JADC2형 통합 지휘통제체계를 설계할 때 ‘동맹 상호운용성’과 ‘디지털 주권’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전략적 선택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전 포인트…2027년, 진짜 ‘유럽판 메이븐’이 나오나
결국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째, 2026년 NATO 연합훈련과 이후 추가 시험에서 아르카디아가 메이븐 수준의 실시간 데이터 융합·표적 추천·자동화된 의사결정을 어느 정도 구현해 보이느냐는 기술적 검증 문제다. 둘째, NATO 회원국들이 안보·정치·규범을 이유로 팔란티어 의존도를 줄이고 아르카디아 같은 ‘유럽산 전장 AI 플랫폼’을 얼마나 실제로 채택·공동 개발하느냐다.
프랑스 군사 엔지니어가 언급한 2027년이라는 시한은 기술 완성도뿐 아니라, 유럽이 전장 AI 영역에서 미국과 ‘대등한 파트너’를 자임할 수 있는지 시험하는 정치적 데드라인이기도 하다.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 입장에서는, 향후 2~3년간 진행될 이 ‘AI 지휘체계 경쟁’이 표준·규범·시장 질서를 어떻게 재편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