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성간 혜성 3I/ATLAS를 겨냥한 SETI 연구소의 초대형 전파 탐색 결과, 외계 기술 문명을 시사할 만한 전파 신호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Phys.org, arXiv.org, berkeley, Universe Today, NASA Science, astrobiology에 따르면, 이번 관측은 1~9GHz 대역, 7.25시간 동안 7,400만 개가 넘는 신호를 샅샅이 훑어본 정밀 탐색으로, “가정용 전자제품 수준(10~110W)의 송신기조차 숨어 있기 어렵다”는 상한선을 제시하며 3I/ATLAS의 ‘자연 기원’에 무게를 실었다.
7,400만 개 신호 중 ‘0건’…ATA가 그려낸 공백의 지도
캘리포니아 해트크리크에 위치한 앨런 망원경 배열(Allen Telescope Array·ATA)은 2025년 7월, 3I/ATLAS 발견 직후 이 성간 혜성을 향해 7.25시간 동안 안테나를 고정시켰다. 연구팀은 1~9GHz라는 넓은 주파수 범위를 커버하며 자연적으로는 거의 생성되지 않는 협대역(narrowband) 전파 신호를 추적했다.
소피아 Z. 셰이크(Sofia Z. Sheikh)가 이끄는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탐색 파이프라인 ‘bliss’를 통해 이 7,400만 개 신호를 1차 정제했다.
먼저 위성통신·통신위성·지상 레이더 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선 주파수 간섭(RFI) 대역을 ‘블랭킹(제외)’ 처리하고, 3I/ATLAS의 실제 운동에 부합하는 도플러 드리프트율 조건을 적용해 필터링한 결과 약 200만 개 수준으로 후보군이 줄었다.
여기에서 공간 필터링 알고리즘 ‘NBeamAnalysis’를 적용해 다중 빔 간 일관성이 없는 신호를 제거하자, 최종 육안 검증 대상으로 남은 후보는 겨우 211개. 연구진이 일일이 스펙트럼과 시간 변화를 살펴본 결과, 이 211개 신호 역시 모두 지상 혹은 지구 궤도 상 인공물에서 유래한 전파 간섭으로 판명됐다.
논문은 “추가적인 후속 관측이 필요할 만한 신호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10~110W 송신기도 없었다”…사라진 신호가 남긴 수치들
관측 결과가 ‘무(無)’였다고 해서 과학적 정보까지 ‘제로’인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는 오히려 “얼마나 강한 송신기가 없었다”라는 형태로, 성간 천체 주변 가상의 외계 송신기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상한선을 제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는 “가정용 전기주전자나 전구에 가까운 전력 수준의 송신기라도 3I/ATLAS 근처에 있었다면 검출 가능했다”는 뜻이다. 즉, 3I/ATLAS가 인공지능 탐사선이거나, 표면에 통신 장비를 실은 일종의 ‘성간 드론’일 가능성은 이번 관측 한계 내에서는 사실상 부정된 셈이다.
이번 ATA 결과는 100m 그린뱅크 전파망원경과 남아프리카 MeerKAT 배열을 활용한 브레이크스루 리슨(Breakthrough Listen) 팀의 이전 탐색과도 정합적이다. 브레이크스루 리슨은 그린뱅크에서 1~12GHz 대역을 대상으로 탐색한 결과, 약 100mW 수준까지의 협대역 송신기를 배제할 수 있다는 비검출 결과를 보고했는데, 어느 관측에서도 신뢰할 만한 ‘테크노시그니처(technosignature·기술 문명의 흔적)’는 나오지 않았다.
세 번째 성간 방문자, “행동은 평범한 혜성, 화학은 비범한 혜성”
3I/ATLAS는 1I/‘오우무아무아, 2I/보리소프에 이어 인류가 포착한 세 번째 성간 천체이자, 두 번째 성간 혜성이다. 2025년 7월 1일 칠레 ATLAS 망원경 네트워크가 처음 발견한 뒤, 태양계를 스쳐 지나가는 짧은 시간 동안 전 세계 대형 망원경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궤도와 밝기 변화, 분출 양상 등 역학·광도 특성만 놓고 보면, 3I/ATLAS는 전형적인 혜성의 행동을 보인다.
그러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포착한 ‘화학적 지문’은 이 천체를 ‘통계적 극단값’에 가깝게 밀어 올린다.
JWST NIRSpec 관측(입사거리 약 3.32AU) 결과 CO₂가 지배적인 가스 코마 확인, CO₂/H₂O 혼합비는 7.6±0.3로 혜성 중 최고 수준이며 장주기·목성형 혜성 트렌드 대비 4.5시그마 상단수준이다. CO/H₂O 비는 약 1.4로, 기존 혜성들과 유사한 범위였다.
이를 종합하면, 3I/ATLAS의 코마는 물보다 이산화탄소가 월등히 우세한, 태양계 혜성 기준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조성을 가진다.
NASA는 “물에 비해 이산화탄소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방출되며, 메탄 역시 직접 검출됐다”고 공식 블로그에서 밝히며, 태양계 내 유사 사례가 거의 없는 조합이라고 강조했다.
하버드대 천체물리학자 아비 로브(Avi Loeb)는 자신의 블로그와 칼럼에서 이 비정상적인 조성이 “태양계에서 형성된 어떤 것과도 다른 물질 환경을 반영할 수 있다”며, 3I/ATLAS가 성간 유기 물질을 거주가능 행성 쪽으로 운반하는 ‘파편 캐리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기술은 고도화, 결과는 ‘널(null)’…그러나 과학적 가치는 크다
SETI 연구소는 이번 ATA 관측에서 기존 MeerKAT 탐색보다 상단 주파수 커버리지를 10배 수준으로 확장, 5GHz 이상 상대적으로 덜 탐색된 대역까지 테크노시그니처 수색 범위를 넓혔다고 밝혔다. 또 태양계 천체를 대상으로 예상 도플러 드리프트율 필터링을 체계적으로 적용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첫 사례로, 향후 성간 천체뿐 아니라 소행성·혜성 등 태양계 소천체 탐색에도 그대로 이식 가능한 기법이라는 평가다.
연구진은 다음과 같은 후속 방향을 제시했다. ▲전파 간섭 제거(RFI mitigation) 알고리즘 고도화 및 자동화 비율 확대 ▲다중 망원경·다중 주파수 대역 동시 관측을 통한 ‘즉시 상호검증’ 체계 구축 ▲향후 성간 천체 발견 시, 초기 궤도 결정 직후부터 ATA·그린뱅크·MeerKAT·루빈 관측소 등을 연계한 표준 프로토콜 마련의 성과가 제시됐다.
한편 3I/ATLAS는 2026년 3월 목성과의 최근접을 지나 현재는 태양계 탈출 궤도를 타고 성간 공간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관측의 창은 점차 닫히고 있지만, 남겨진 데이터는 ‘성간 혜성의 전파적 침묵’과 ‘화학적 특이성’이라는 두 축 위에서 향후 수년간 천문학·행성과학·SETI 분야 논의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