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이 2025년 글로벌 증시를 밀어 올리면서 전 세계에서 약 200만명의 신규 백만장자가 탄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IT·컨설팅 기업 캡제미니(Capgemini)가 발표한 ‘세계 자산(World Wealth)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가능한 자산 100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고액 자산가(HNWI)는 2025년 말 기준 2,530만명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200만명 늘어난 것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보고서는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 랠리가 부의 증폭 장치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고액 자산가들이 AI 인프라와 반도체,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배분하면서, AI 수혜 기업의 주가 급등이 다시 이들의 자산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나스닥과 S&P500 내 AI·반도체 대표 종목의 사상 최고가 랠리가 글로벌 부의 지형을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캡제미니에 따르면, 전 세계 HNWI가 보유한 투자 가능 자산은 2025년 말 기준 98조 3,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보다 8.7% 증가한 규모로, 2024년 기록했던 4.2% 증가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장기 추세를 추적해온 캡제미니는 이번 보고서 30주년 판에서 “탄탄한 기업 실적과 AI 중심 기업에 대한 대규모 자본 유입이 글로벌 자산 시장의 회복을 넘어 가속 구간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단연 ‘부의 챔피언’으로 부상했다. 블룸버그와 주요 글로벌 매체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2025년 한 해에만 약 73만 6,000명의 신규 백만장자를 배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백만장자 순증을 기록했다. 미국 내 백만장자 수는 총 870만명 수준으로 추산되며, 전 세계 HNWI의 3분의 1 이상이 미국에 몰려 있는 셈이다. 앞서 다른 미국 부 보고서들도 미국이 전 세계 유동 자산의 30%대 중반, 백만장자 인구의 30% 후반을 차지한다고 지적한 바 있어, 이번 캡제미니 데이터와 흐름을 같이한다.
부의 상단부일수록 성장 속도는 더욱 빨랐다. 투자 가능한 자산이 3,000만 달러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UHNW)의 글로벌 인구는 2025년에 9.4% 증가해 약 25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집단의 전년도 성장률 6.2%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AI 랠리의 과실이 부의 피라미드 최정점에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블룸버그는 “AI 수혜주 급등의 과실이 상위 1% 중에서도 상위층에 불균형적으로 배분되면서, 자산 양극화가 한층 심화됐다”고 전했다.
자산 구성의 변화도 뚜렷했다. 캡제미니 보고서는 백만장자들이 강세장에 발맞춰 주식 비중을 다시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5년 기준 HNWI의 평균 주식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25%로, 전년 22%에서 3%포인트 상승했다. 한동안 대체투자와 부동산, 사모·헤지펀드 등으로 분산되던 자금이 다시 상장 주식, 특히 기술주로 회귀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금리 고점 통과와 함께 ‘AI는 구조적 성장’이라는 신념이 강화되면서, 리스크 자산 선호가 재점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부의 잔치는 자산관리 업계에 오히려 숙제를 남겼다. 캡제미니 조사에서 자신이 받는 자산관리·투자 자문 서비스가 ‘원활하고 개인 맞춤형’이라고 답한 고액 자산가는 17%에 그쳤다. 반면, 자산관리 회사의 97%는 여전히 고객을 자산 규모에 따라 일괄 분류하는 전통적인 세그멘테이션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I가 자산을 폭발적으로 늘려준 반면, 정작 자산관리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과 초개인화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역설이다.
부의 쏠림 현상도 더 심해졌다. 보고서와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상위 1%가 보유한 자산은 글로벌 부의 약 35% 수준으로 추산된다. AI와 반도체, 데이터센터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슈퍼 부자’를 양산하는 한편, 노동소득에 의존하는 중산층과 청년층의 자산 형성은 상대적으로 뒤처지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된다. 실제로 별도의 글로벌 리포트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상위 1%의 자산 점유율이 통계 작성 이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빅테크 및 금융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캡제미니 보고서에 대해 "AI 열풍은 단순한 테마가 아니라 ‘부의 생성 메커니즘’을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여기에 선제적으로 올라탄 투자자들은 이미 숫자로 확인 가능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면서 "동시에 AI가 만들어내는 부의 파도를 누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에 대한 정책적·사회적 논의가 시급해졌다는 점에서, 2025년은 AI 시대 자본주의의 명암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