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독주 체제를 발판으로 1조달러(약 1,380조원) 기업과 최대 140억달러 규모 미국 상장을 동시에 겨냥하며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으로 뛰어들고 있다.
Reuters, investing, businesstimes, STARNEWS, cnbc에 따르면, 엔비디아 젠슨 황 CEO의 “Please Make More(더 많이 만들어 달라)” 친필 사인은 이 질주의 본질이 ‘HBM4 공급 초과수요’에 있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다.
젠슨 황의 한 줄, AI 메모리 쇼티지의 압축 표현
지난주 대만 컴퓨텍스 2026 현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SK하이닉스 부스를 찾아 7세대 HBM4E 웨이퍼 위에 “Please Make More”라는 문구를 적고 사인했다. SK하이닉스가 처음 실물로 공개한 HBM4E는 12단(12‑high) 적층 구조에 48GB를 집적하고, 초당 4TB에 달하는 대역폭을 목표로 하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다. 업계에서는 기존 HBM4 대비 대역폭이 약 38% 향상된 것으로 평가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 장면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쇼’가 아니라 구조적 공급 부족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026년 HBM 물량을 전량 예약 판매한 상태로, 엔비디아 차세대 AI 가속기 ‘Vera Rubin’ 플랫폼의 메모리 확보가 CEO가 직접 나설 정도로 절박한 수준임을 방증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이 “향후 5년 내 웨이퍼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공개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HBM4 공급망 주도권… 엔비디아 첫 물량 70% 선점
HBM4 공급망 지형도는 SK하이닉스 쏠림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Vera Rubin 플랫폼 관련 초기 HBM4 주문의 약 70%를 확보했으며, 나머지 대부분은 삼성전자가 가져간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현재 HBM3E 주요 공급사인 마이크론은 Vera Rubin의 메인 HBM4 벤더 리스트에서는 빠지고, 중간급 추론용 가속기에 한정해 HBM4를 공급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AI 인프라 투자 붐 속에서 HBM4는 사실상 ‘플랫폼 필수 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주요 GPU·가속기 업체가 모두 차세대 제품군에 고대역폭 메모리를 채택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기술·품질·양산 측면에서 한 발 앞서가면서 시장 지배력을 키우는 모양새다. 젠슨 황의 한 줄 사인은 이 같은 공급망 권력 관계를 압축해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기록될 만하다.

1분기 영업이익 37.6조, 마진 72%… AI 메모리 슈퍼사이클 풀가동
실적은 그 지배력을 숫자로 증명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조 5,763억원, 영업이익 37조 6,10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1%, 405.5% 급증했다고 공시했다. 영업이익률은 72%로, 창사 이래 최고치이자 직전 분기(2025년 4분기) 50%대 후반 수준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로이터는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다섯 배 뛰어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AI 칩 수요가 제조 능력을 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투자자들의 우려를 씻어냈다”고 평가했다. 사실상 ‘AI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됐고, SK하이닉스가 그 정중앙에 서 있다는 시장 인식이 공고해지고 있는 셈이다.
140억달러 미국 상장… “투자자 반응, 매우 긍정적”
이 같은 실적 모멘텀과 지배력은 곧바로 자본시장 행보로 연결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위한 비공개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2026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과 비즈니스 타임스 등에 따르면 회사는 전체 주식의 2~3%를 신규 또는 보유주로 발행해 약 96억~144억달러, 최대 140억달러 수준의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비공개 설명회에서 “미국 상장 계획에 대해 투자자들로부터 ‘매우 강력하고 긍정적인’ 지지를 확인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링크드인에 공유된 관련 투자자 노트에서는 “시가총액 1조달러를 갓 돌파한 SK하이닉스가 2~3%의 지분을 ADR로 발행할 경우, 96억~144억달러 조달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2021년 쿠팡의 46억달러 IPO를 두 배 이상 상회할 수 있는 규모로, 실현될 경우 최근 5년 내 최대급 미국 상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조달 자금 용처는 비교적 명확하다. 로이터와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계획 중인 메모리·HBM 라인 건설에 상당 부분을 투입할 예정이다. AI 고객사와의 ‘지리적 근접성’을 확보하고, 미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에도 올라타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청주·용인·인디애나로 이어지는 ‘HBM 벨트’ 구축
생산 능력 확충 계획도 공격적이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에 첨단 패키징 공장 신설을 위해 19조원(약 129억달러)을 투입하기로 했으며, 2026년 4월 착공에 들어가 2027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는 AI 데이터센터용 고밀도 메모리 모듈과 차세대 패키징 제품을 양산할 계획으로, 사실상 HBM과 고대역폭 메모리 패키징의 ‘메인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여기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미국 인디애나 신규 공장까지 더하면, 한국(청주·용인)–미국(인디애나)을 잇는 이른바 ‘글로벌 HBM 벨트’ 구상이 완성된다. 젠슨 황이 남긴 “더 많이 만들어 달라”는 문장은 이런 CAPEX(설비투자) 스토리와 맞물리며, SK하이닉스의 미국 상장이 단순 자금조달 이벤트를 넘어 “AI 메모리 공급망의 글로벌 공개입찰”에 가깝다는 해석도 가능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