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소프트뱅크그룹 창업자 겸 CEO 손정의(손 마사요시)가 10여 년 만에 아시아 최고 부자 자리를 되찾았다.
포브스 실시간 억만장자 집계에 따르면 손 회장의 순자산은 6월 2일 기준 1,007억 달러(약 138조원)로, 인도 재벌 무케시 암바니와 고탐 아다니를 제치고 아시아 1위에 올랐다. 이로써 알리바바 초기 투자와 비전펀드를 앞세워 ‘승부사’로 불려온 손 회장은, 대규모 손실과 회의론을 딛고 ‘AI 빅뱅’의 정중앙에서 부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루 190억 달러 뛴 재산…AI 슈퍼사이클이 만든 ‘기형적 속도’
손정의의 자산 증가는 속도 자체가 이례적이다.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그의 순자산은 2026년 초 약 690억 달러 수준에서 출발해 불과 몇 달 만에 1,007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5월 22일 하루에만 190억 달러가 불어나며 그날 기준 802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글로벌 최고 부호 그룹에서도 보기 힘든 단일일 급등 규모다.
이 같은 가파른 증가세는 소프트뱅크가 추진 중인 초대형 AI 인프라 투자 계획과 직결돼 있다. 손 회장은 프랑스에 최대 1,000억 달러(약 137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추진 중이며, 오픈AI에 대해서도 누적 650억 달러에 달하는 지분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칩, 데이터센터, 모델 기업까지 ‘수직 계열화된 AI 인프라’에 베팅하는 구조가 시장 기대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1년 새 주가 350% 급등…소프트뱅크, 도요타 제치고 ‘일본 시총 1위’
자산 급증의 직접적인 동력은 소프트뱅크 주가다. 해당 기간 소프트뱅크 주가는 2025년 후반 AI 랠리와 2026년 들어 가속화된 기술주 강세를 타고 1년간 약 350% 급등하며 6월 1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증권·경제매체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주가는 2026년 들어서만 연초 대비 89% 상승했고, 최근 한 달 동안에만 57% 급등했다. 5월에는 일본 니케이225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가 단 하루 18% 이상 치솟는 날까지 나오며 ‘AI 버블 논쟁’까지 촉발했다.
그 결과 소프트뱅크 시가총액은 약 3,050억 달러(약 420조원)로 불어나 도요타를 제치고 일본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 자리에 올랐다. 금융·증권 전문매체에 따르면 5월 25일 기준 소프트뱅크 시가총액은 약 40조3,800억엔으로, 도요타자동차와의 격차가 2021년 이후 최소 수준인 약 18%까지 좁혀졌고, 실질 유통주 기준에선 이미 도요타를 상회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제조 강국 일본의 상징인 도요타를 디지털·AI 집약 기업이 시총에서 추월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닷컴 붕괴·비전펀드 참패 딛고 ‘AI 올인’으로 회귀
손정의의 이번 부활은 ‘수차례의 추락 후 복귀’라는 개인사와도 겹친다. 그는 2000년 알리바바에 2,000만 달러를 투자해 그 가치를 수백억 달러 규모로 키우며 벤처 투자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베팅 중 하나를 기록했다. 닷컴 버블 정점에서는 잠시 ‘세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으나, 버블 붕괴로 보유 자산의 대부분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20년대 초반 비전펀드는 위워크, 쿠팡 등 대형 포트폴리오의 변동성과 기술주 조정 여파로 2022~2023년 잇따라 대규모 평가손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와 경제매체는 이 시기 손 회장의 순자산이 400억 달러 안팎으로 떨어졌다가 2025년 AI 랠리와 함께 387억~551억 달러(약 54조~78조원)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전했다. 이후 1년여 만에 자산이 1,007억 달러까지 치솟으며, 2014년 이후 처음으로 일본 최고 부호 자리를 되찾고 아시아 최고 부자까지 올라선 셈이다.
‘AI 인프라 플랫폼’ 전략…손정의가 노리는 다음 스텝
시장에서는 손정의의 전략을 단순한 AI 투자 확대가 아니라 ‘AI 인프라 플랫폼화’로 해석하고 있다.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 상장 이후 ARM 가치가 급등하면서 소프트뱅크의 숨은 자산 가치가 재평가됐고, 여기에 오픈AI 지분 가치 상승 가능성과 프랑스 초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구상이 겹치며 기대가 비용을 압도하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NH투자증권 등 한국 증권사 리포트는 소프트뱅크 주가가 아직도 순자산가치(NAV) 대비 30~40% 저평가 상태라는 분석을 내놓으며, AI 시장 성장과 함께 구조적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반면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과 거시 전략가들은 “ARM과 오픈AI 가치에 대한 시장의 상상력이 과도하게 선반영됐다”며, 닷컴 버블 당시처럼 손 회장의 ‘빅 스토리’가 다시 한 번 시장 심리를 과열시키고 있다는 경고도 내놓고 있다.
‘손정의 리스크’와 AI 버블 논쟁…투자자에게 남은 숙제
손정의의 아시아 최고 부자 복귀는 분명 AI 시대 자본 흐름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레버리지와 변동성’이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으로만 봐도 손 회장의 자산은 2025년 한 해에만 144%, 2026년에는 불과 몇 달 사이에 40~50% 이상 변동하는 등 ‘롤러코스터’를 반복해왔다.
AI 인프라 투자가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경우, 이번 ‘AI 올인’ 전략은 닷컴 버블 실패 이후 20여 년에 걸친 손정의의 장기 복권 드라마를 완성하는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반대로 ARM·오픈AI 밸류에이션 조정, 글로벌 기준금리 반등, AI 투자 과열 규제 등 변수가 한꺼번에 터질 경우, 그의 자산과 소프트뱅크 주가는 또 한 번 급격한 조정을 피하기 어렵다. ‘손정의의 귀환’이 또 한 번의 거품이 될지, 아니면 AI 시대 첫 세대의 승자 선언이 될지 냉정하게 숫자로 추적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