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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내궁내정] 메모리 3강 '마이크론', 한국 기업 될 뻔했다고?…日 엘피다 리스크 삼킨 미국 메모리 공룡의 '역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마이크론은 한때 ‘만년 3등’이었지만, 엘피다 인수를 기점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시가총액·실적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메모리 3강의 한 축으로 올라섰다. 만약 2010년대 초 일본 엘피다를 떠안은 고위험 베팅이 없었다면, 지금의 글로벌 메모리 구도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지도는 상당히 다른 그림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 의견이다.

 

메모리 3강 구도 속 마이크론의 위상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에 본사를 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는 DRAM·낸드·HBM을 모두 생산하는 종합 메모리 기업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메모리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규모에서 한국 2강에 뒤처진 ‘만년 3위’ 이미지가 강했지만, 일본 엘피다 인수와 미국 정부 지원, AI 메모리 투자 드라이브를 계기로 최근 몇 년 사이 존재감이 급격히 확대됐다.

 

2026년 5월 기준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은 약 1조230억달러 수준으로, 투자정보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의 시총 격차는 수십~수백조원대로 좁혀진 상황이다. 특히 AI 메모리 호황을 계기로 HBM과 첨단 DRAM 부문에서 공격적 증설에 나서며, 전통적 강자였던 삼성전자를 HBM 시장에서 3위로 밀어낸 ‘추격자’로도 평가된다.

 

“엘피다 리스크 인수”를 발판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미국 DRAM 업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1조달러 돌파에 이어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5월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약 18~19% 급등하며 시가총액 1조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CNBC와 로이터 등에 따르면 UBS가 목표주가를 종전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세 배 이상 상향 조정한 것이 직접적인 촉매였다. 


매출·사업 규모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넘사벽이지만, 순수 메모리 관점에서 보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은 시가총액·영업이익에서 ‘맞붙는’ 구간까지 올라와 있다. 특히 마이크론은 종합 IT가 아닌 메모리 특화 회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부여하는 밸류는 ‘메모리 비즈니스 자체’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읽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엘피다 파산과 히로시마 팹을 삼킨 ‘위험한 베팅’

 

2012년 일본 유일의 DRAM 업체였던 엘피다 메모리는 글로벌 D램 가격 하락과 엔고, 수익성 악화로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채 4,480억엔(약 6조원 이상)을 떠안은 채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상반기에만 1조원 이상 만기 부채가 몰리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과 제휴 시도가 실패하면서, 엘피다의 향방은 글로벌 메모리 판도에 직접적인 변수가 됐다.

 

당시 삼성전자는 이미 DRAM 1위 사업자로서 엘피다를 인수할 전략적 필요와 시너지가 크지 않았고, 과점 규제와 중복 설비 부담까지 고려하면 굳이 파산 기업을 떠안을 유인이 약했다는 분석이다. 또 SK하이닉스 역시 SK그룹의 품에 안긴 직후 재무 체력이 충분치 않았고, 이사회는 2012년 5월 엘피다 인수 참여를 최종 포기하는 결정을 내렸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이 마이크론이다. 2012년 6~7월 마이크론은 엘피다를 약 2,000억엔에 인수하되, 히로시마 공장 설비투자 등까지 합쳐 총 2640억엔내외를 투입하는 고위험 거래에 나섰다. 이 인수로 마이크론과 엘피다의 DRAM 점유율을 합친 수치는 당시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삼성전자에 이은 2위로 올라섰고, 히로시마 공장은 스마트폰·모바일용 DRAM 생산 기지로 재편됐다.

 

또한 마이크론은 대만 이노테라·렉스칩 등 기존 파트너와 엘피다의 대만 계열 생산능력을 묶어, PC·서버용 DRAM과 모바일 DRAM을 분업 생산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히로시마 모바일 팹·대만 생산거점·애플 모바일 DRAM 공급 물량까지 흡수하면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메모리 3강’ 구조가 완성됐다.

 

당시 “부실한 일본 DRAM을 떠안는 무리한 도박”이라는 시각도 있었지만,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AI 메모리 붐이 겹친 현재 시점에서 보면 업계 판도를 바꾼 결정적 베팅이었다는 평가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 기업 될 뻔한” 마이크론, 무엇이 막았나…AI 메모리 슈퍼사이클과 마이크론 전략

 

최근 SNS와 각종 인터넷커뮤니티에는 “메모리 3강 마이크론이 한국 기업이 될 뻔했다. 만약 엘피다를 한국이 인수했었다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메모리3강 모두가 한국기업”는 회고가 꾸준히 흘러나온다. 다만 이는 마이크론 자체에 대한 인수 시도라기보다는, 엘피다 인수전을 둘러싼 한국측 움직임과 결과를 두고 나온 ‘가정법’에 가깝다.


마이크론은 엘피다 인수 이후에도 공격적인 설비 투자와 M&A를 이어가며 ‘생존하는 미국 DRAM 유일 플레이어’라는 상징성을 강화하고 있다. 2026년 초에는 대만 파워칩(PSMC)의 P5 팹을 약 18억달러에 인수, 300mm 웨이퍼 팹과 클린룸을 확보해 D램 생산능력 확대에 나섰다.

 

또한 뉴욕주에는 약 1,000억달러(147조원 규모)를 투입해 HBM 등 첨단 D램을 생산하는 메가 팹 4기를 건설하는 계획을 밝히며, 미국 정부의 보조금·정책 지원을 등에 업은 AI 메모리 인프라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삼성의 ‘치킨게임식 증설’과 달리, 마이크론은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설비 투자와 정치·규제 환경을 활용한 생존 전략, 위기 국면마다 실행한 정교한 인수·재편 전략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미국 DRAM 업체"라며 "일본 반도체 붕괴의 잔해였던 엘피다를 떠안고, 미·일·대만에 걸친 공급망을 일종의 ‘메모리 커먼웰스’처럼 엮어낸 기업이라는 점에서, 산업사적 의미는 DRAM 숫자 이상의 무게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결국 2012년 엘피다 파산 당시 한국 기업들은 리스크를 피했고, 그 리스크를 산 쪽은 미국 마이크론이었다. 오늘날 시가총액 1조달러 안팎의 메모리 공룡으로 성장한 마이크론의 궤적은, “산업의 역사는 남들이 무서워한 리스크를 산 회사가 바꾼다”는 문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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