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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코끼리가 사라지면, 땅 속부터 무너진다…프린스턴·사이언스, ‘쇠똥구리 공동멸종’의 경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케냐 사바나에서 코끼리 감소가 결국 쇠똥구리의 ‘공동 멸종(co-extinction)’으로 이어진다는 정량적 증거가 처음으로 제시됐다. 초대형 초식동물의 퇴장이 곤충, 토양, 식생, 심지어 농업과 인간 경제까지 연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생태학계의 오래된 가설이 현실의 데이터로 입증된 셈이다.

 

EurekAlert!, bioengineer, Newsfromscience, Princeton University에 따르면, 수십 년간 생태학자들은 생태계 네트워크에서 연결성이 높은 종이 사라지면 연쇄적인 공동 멸종, 즉 그에 의존하는 생물들의 연속적인 소멸이 일어날 것이라고 이론화해 왔다. 이제 프린스턴대 박사과정생 피노테 히이스만이 이끄는 연구팀이 이 현상에 대한 최초의 실험적 증거를 제시했다. 케냐 사바나에서 코끼리가 사라지자 쇠똥구리 개체군이 급격히 줄어든 것이다.

 

코끼리 빠지자… 쇠똥구리 67% 증발


프린스턴대 박사과정 피노테 히이스만(Finote Gijsman) 등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케냐 음팔라 연구센터(Mpala Research Centre)의 장기 실험 데이터(UHURU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코끼리 출입을 차단한 구역과 그대로 둔 구역을 15년에 걸쳐 비교·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5월 28일(현지시간)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Importance of elephants for dung beetle biodiversity and ecosystem functions’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숫자는 명확했다. 코끼리가 없는 구역에서는 쇠똥구리 개체수 67% 감소, 쇠똥구리 생물량(biomass) 51% 감소, 쇠똥구리 종수 23% 감소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사전에 구축한 생태 네트워크·공동멸종 모델이 “코끼리 소실 시 쇠똥구리 종의 약 28%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장기간 현장 관측치는 이 값에 근접하게 수렴했다. 이론이 아닌 자연 실험을 통해 ‘연결고리 종(key node)의 소멸 → 연쇄적 공동 멸종’이라는 도미노가 계량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한 마리 코끼리 = 하루 200만 마리 쇠똥구리의 식탁


왜 하필 코끼리일까. 연구진은 2021~2025년 사이 현장에서 채집한 179종의 쇠똥구리를 대상으로 어떤 동물의 배설물에 가장 강하게 끌리는지 정밀 분석했다. 그 결과 코끼리 배설물은 얼룩말·버팔로·기린·소 등 다른 대형 초식동물의 배설물보다 1.5배에서 최대 24배까지 더 많은 쇠똥구리를 끌어들였다. 조사된 전체 쇠똥구리 종의 약 3분의 2가 코끼리 배설물에 직접적으로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나, 코끼리는 포유류–쇠똥구리 네트워크의 ‘가장 연결성이 높은 노드’로 규정됐다.

 

코끼리 한 마리의 ‘생산량’도 압도적이다. 성체 코끼리는 하루 약 136kg의 식물을 섭취하고, 최대 90kg에 이르는 배설물을 쏟아낸다. 다른 초식동물의 배설물과 달리, 양도 많고 섬유질이 풍부해 다양한 쇠똥구리 군집에게 대형 뷔페를 제공하는 셈이다.

 

2024년 덴버 자연과학박물관 연구(Frank Krell 등)는 동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성체 코끼리 한 마리가 하루에 최대 212만 마리(2.12 million)의 쇠똥구리를 먹여 살릴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번 프린스턴 연구가 제시한 ‘코끼리 없는 구역의 쇠똥구리 붕괴’는 이 선행연구의 수치를 현장 생태계 차원에서 재확인해 준 셈이다.

 

“가축으로는 대체 불가”… 생태계 서비스 피해액은 수십억 달러 규모


연구팀은 소와 버팔로 등 가축이 많이 방목되는 지역도 함께 조사했다. 그러나 가축의 배설물이 아무리 풍부해도 쇠똥구리 개체수와 종다양성은 코끼리가 있는 구역에 비해 현저히 낮게 유지됐다. 코끼리의 생태적 기능, 특히 배설물을 매개로 한 곤충 네트워크 형성은 소·버팔로 등 가축으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토드 팔머 미국 플로리다대 생물학과 부교수는 “코끼리를 잃는다는 것은 단지 코끼리 한 종을 잃는 것이 아니다. 쇠똥구리 다양성의 상당 부분과, 그들이 제공하는 생태계 기능 전체를 잃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생태계 기능의 경제적 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2014년 미국 목초지 연구에서는 쇠똥구리가 제공하는 배설물 분해·해충 억제·토양 개선 등의 서비스를 연간 3억8,00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한 바 있으며, 호주에서는 목축업 현장에서 쇠똥구리의 환경·경제적 효과를 “연간 10억 달러 이상”으로 평가한다는 분석도 있다. 2024년 미국 남부 아열대 초지 연구에서는 쇠똥구리 개체수 증가만으로 목초 이용 가능 면적이 늘어나, 플로리다 지역 목축업 수입이 연간 약 92만 달러에서 최대 136만 달러까지 추가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정량 분석도 제시됐다.

 

프린스턴–플로리다대 연구진은 이러한 선행 경제학 연구를 종합해 “코끼리 배설물에 의존하는 곤충 군집이 수행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가치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추정한다. 코끼리 보호는 더 이상 ‘카리스마 있는 대형동물 보전’의 감성에만 기대는 이슈가 아니라, 토양·목축·농업·기생충 통제 비용과 직결되는 실물 자산이라는 인식 전환이 요구된다.

 

똥이 늦게 썩는 순간, 사바나의 미래도 늦어진다


쇠똥구리 감소는 생태계 기능의 계량적 붕괴로 곧바로 이어졌다. 연구진이 코끼리 유무에 따라 배설물 분해 속도와 씨앗 분산률을 비교한 결과, 쇠똥구리가 줄어든 구역에서 배설물 분해는 유의미하게 느려지고, 씨앗 분산 역시 감소했다. 이는 양분 순환 지연, 토양 유기물 축적 악화, 식물 재생 저하, 기생충·병원체의 장기 생존 증가로 연결된다.

 

UHURU 실험의 기존 연구들에서도 대형 초식동물을 제거하면 특정 풀·관목이 과잉 번성하거나, 반대로 일부 식물과 소형 포유류가 감소하는 등 ‘조각난 해체(piecewise disassembly)’가 확인된 바 있다. 이번 사이언스 논문은 그 해체의 숨은 매개로 “코끼리–쇠똥구리–토양–식생”으로 이어지는 보이지 않는 생태 인프라를 정량적으로 드러냈다.

 

팔머는 “코끼리는 사바나 생태계의 기반 시설(infrastructure)과 같다. 그 배설물이 곤충 군집 전체를 부양하고, 이 곤충들이 수행하는 서비스는 매년 수십억 달러 가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생태계 보존 정책에 주는 시그널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사례지만, 메시지는 글로벌하다. 첫째, 보전 정책의 단위가 ‘종(species)’을 넘어서 ‘상호작용(interactions)’과 ‘네트워크’로 확장되어야 한다는 점을 수치로 입증했다. 둘째, 대형 초식동물 관리와 가축 방목 정책을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토양 곤충·분해자 네트워크까지 통합한 장기 시뮬레이션 모델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셋째, 생태계 서비스의 경제적 가치를 체계적으로 계량해 보전·복원 정책의 비용–편익 분석에 반영해야 한다는, 환경경제학의 오래된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관건은 속도다. 코끼리 밀집도가 가장 높은 동아프리카조차 서식지 파괴·불법 밀렵·인간–야생동물 갈등으로 개체수가 줄어드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코끼리가 일정 임계점(threshold) 아래로 떨어지는 순간, 땅 속에서부터 생태계 기능이 연쇄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던진 셈이다.

 

‘코끼리를 지키는 일’이 곧 ‘보이지 않는 쇠똥구리와 토양, 그리고 인간 경제를 지키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정책 언어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지가, 향후 국제 보전·기후·농업 의제에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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