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 골격 ‘거스(Gus)’가 오는 7월 뉴욕 소더비 경매에 등장한다. 추정가만 2,000만~3,000만 달러(약 301억~452억원)로, 공룡 화석에 책정된 사전 추정가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6,700만년 전 공룡이 21세기 경매장에서 ‘월가급 자산’으로 재탄생하는 장면이 연출되는 셈이다.
6,700만년을 건너온 ‘괴물 표본’
소더비와 관련 매체에 따르면 거스는 높이 12피트(약 3.6m)를 훌쩍 넘고, 코에서 꼬리까지 약 38~40피트(약 11.6~12.2m)에 이르는 대형 T. 렉스 골격이다. 전체 골격을 구성하는 화석 뼈 요소는 183개로, 현존 T. 렉스 표본 가운데서도 ‘대형이자 고완성도’로 분류되는 급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복골(腹骨·gastralia), 이른바 ‘배갈비뼈’로 불리는 극히 희귀 부위가 통째로 남아 있어, 이처럼 온전히 조립된 상태로 전시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소더비는 강조한다.
거스의 뼈에는 이 공룡이 격렬한 생존 경쟁을 거쳐 살아남았음을 보여주는 흔적도 선명하다. 두개골과 몸통 곳곳에 다른 육식공룡의 것으로 보이는 치흔이 남아 있고, 한때 부러졌다가 치유된 골절 자국이 화석화돼 있어 ‘선사시대 전투 기록’처럼 읽힌다. 소더비는 거스를 “전시 즉시 가능한(exhibition‑ready) 골격”으로 규정하며, 현재 개인 소장 T. 렉스 가운데 최고 수준의 표본 중 하나라고 소개하고 있다.
거스는 7월 1~14일 뉴욕 브루어 빌딩에서 무료로 일반에 공개된 뒤, 7월 14일 열리는 ‘긱 위크(Geek Week) 2026’ 내 자연사 경매에서 메인 lot으로 경매에 오른다. 같은 세일에는 희귀 운석, 우주 탐사 유물, 애플‑1 컴퓨터 등 초기 IT 하드웨어가 함께 묶이며, 과학·테크·수집 시장의 교차점을 노리는 소더비의 전략도 읽힌다.
공룡은 이미 ‘수십억 달러’ 자산군
거스를 둘러싼 기대감은 단지 화석 그 자체의 희귀성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 공룡 화석 경매 가격이 ‘점프 업’하며 완전히 새로운 자산군으로 편입되는 흐름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2024년 7월에는 헤지펀드 억만장자 케네스 그리핀이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Apex)’를 4,460만 달러에 낙찰받아, 화석 경매 역대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영국·미국 주요 매체는 당시 추정가 400만~600만 달러 수준이던 화석이 실제 낙찰가에서 7~11배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그 직전인 2025년 7월 소더비 경매에서는 현존하는 네 점 남짓으로 알려진 케라토사우루스(Ceratosaurus) 유아 표본이 3,050만 달러에 팔렸다. 사전 추정가 400만~600만 달러를 다섯 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로, ‘희귀 공룡 = 초고가 대체투자’ 공식이 확고해졌다는 평가를 불러왔다.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스탠(Stan)’ 역시 2020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3,180만 달러에 낙찰되며 당시 공룡 화석 최고가 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런 흐름 위에서 거스는 애초부터 ‘기록 경신 후보’로 주목받는다. 현재 책정된 추정가 상단 3,000만 달러에 도달할 경우, T. 렉스 화석 중에서는 역대 최고가를 노릴 수 있고, 낙찰가가 그 이상으로 치솟는다면 3,000만 달러 이상 거래된 공룡 화석 ‘클럽’ 내에서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케라토사우루스 유아 표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과학인가, 사치품인가…‘션’ 사건이 남긴 경고
다만 공룡 화석의 사적 거래를 둘러싼 논란은 갈수록 거세지는 분위기다. 고생물학자들은 “상업적 발굴이 공룡 화석을 연구 현장에서 빼앗아가고 있다”며, 주요 표본은 공공 박물관과 연구기관으로 귀속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화석이 수천만 달러짜리 자산으로 변모하는 순간, 과학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리고 ‘트로피 수집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2022년 홍콩에서 진행될 예정이던 T. 렉스 ‘션(Shen)’ 경매는 지식재산권과 표본 진정성 논란이 겹치며 막판에 취소됐다. 크리스티는 경매를 불과 며칠 앞두고, 미국 블랙힐스 지질연구소가 “션 골격 일부가 자사가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T. 렉스 ‘스탠’ 복제본과 유사하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출품을 전격 철회했다. 이
후 공개된 설명에서 크리스티는 “원본 뼈 사이에 스탠 복제본에서 가져온 캐스트가 포함돼 있었으며, 온라인 자료가 이를 충분히 명시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이 사건은 공룡 화석 경매에서 출처(provenance)와 IP 이슈가 얼마나 민감한 리스크인지 단적으로 보여줬다.
소더비는 이번 거스 출품과 관련해, 표본의 출처와 복원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한편 “기관·박물관 또는 개인 컬렉터가 바로 전시할 수 있는 수준의 전시용 골격”이라는 점을 거듭 부각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경매사들이 최근 자연사 경매 카탈로그에서 과학적 진정성, 발굴·소장 이력, 복원 과정 등을 세세히 공개하는 것은 ‘제2의 션 사태’를 피하기 위한 방어막이기도 하다.
거스의 최종 낙찰가가 어디에 안착하느냐에 따라, 공룡 화석이 향후 아트·컬렉터블 시장에서 어떤 위상으로 자리 잡을지, 그리고 과학계와 시장 사이의 긴장 관계가 어디까지 치솟을지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독자 입장에선 “공룡 한 마리에 수천만 달러를 쓰는 시대”가 단발성 이벤트인지, 새로운 ‘공룡 버블’의 서막인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