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잠든 새벽, 이불 밑으로 낯선 손님이 불현듯 찾아왔다. 급작스러운 통증과 함께 낮은 비명이 입술사이로 새어 나왔고, 온 몸은 이내 경직되었다. 하지만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럴 때일수록 힘을 빼고 평정을 되찾아야 한 다는 것을. 옆에 곤히 자고 있는 아내와 딸이 원망스러울 만큼 고통스러운 사투를 홀로 이어가던 중 갑자기 스르륵 사라지듯 자취를 감추었다. 이런 ‘쥐’다.
아침에 눈을 뜨니 아직도 종아리가 얼얼했다. 일어나자마자 안아달라는 딸아이에게 ‘쥐가 나서’ 안아 주기 힘들다 하니 귀엽게도 ‘쥐’가 어디 있냐고 되묻는다. 어원을 찾아보니 실제로 쥐가 갑자기 파고든 것처럼 근육이 꿈틀대고, 쥐가 문 것처럼 급작스러운 통증을 유발하여 명명되었다 한다. 쥐가 났을 때 ‘야옹’을 외치면 된다는 후배의 말이 어느정도 합리성이 있었음을 깨닫는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뭐 때문에 쥐가 난 걸까?
◆ 수축과 이완의 밸런싱
우리 몸의 근육은 뇌로부터 송출되는 전기신호로 움직이는데, 일반적으로 ‘수축’과 ‘이완’ 두 종류의 전기신호를 통해 움직임이 제어된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이완’은 ‘늘인다’ 라기 보다는 ‘수축하지 않는다’ 에 더욱 가까운 의미라 할 수 있기에, 근육의 기본 기능은 ‘수축’이라 할 수 있다. 이유인 즉 생물학적으로 당기는 구조가 더욱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수축 기계 로서의 근육을 통해 우리는 다양한 움직임을 구현하고 균형을 잡을 수 있다.
그럼 자고 있는 동안 우리의 근육은 어떠한 상태일까? 활동하는 낮의 근육과는 달리 수면상태의 근육은 낮은 상태의 긴장을 유지하며 수축과 이완의 균형을 조절하고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전기 회로가 오작동하여 ‘이완’의 신호는 무시한 채 끊임없이 ‘수축’의 신호가 전달되는 것이 바로 ‘쥐’ 현상이다. 마치 자동문에 ‘열림’과 ‘닫힘’ 센서가 있는데, ‘열림’신호가 고장 나고 ‘닫힘’모터만 계속 작동하는 격이다. 닫혀 있는 상태임에도 더 닫으려고 덜덜거리는 자동문이 마치 격렬하게 떨리는 쥐난 종아리와 닮아 있다.
◆ 대화에도 쥐가 찾아온다
“그러니까 내가 첨엔 좋게 이야기했 잖아. 근데 이렇게 계속 못 알아들으면… 어휴 일을 하겠다는 거야 말겠다는 거야. 내가 이런 말 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평소 차분하고 관대하기로 알려진 김이사임에도 길어지는 대화 끝에 말의 날이 서기 시작했다. 날카롭게 수축된 표현들은 이대리의 가슴팍에 꽂혔고, 수축된 분위기는 이대리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이대리 입장에서는 김이사의 말 중간 중간에 팩트가 섞여 있다 보니 딱히 부정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계속 듣고 있다가는 넋이 나갈 것만 같다. 그렇게 한참을 쏟아내던 김이사, 갑자기 통증을 느낀 듯 대화를 멈춘다. 그리고 이내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다. 말의 ‘쥐’가 찾아온 것이다.
◆ 쥐, 그 이유에 대하여
근육이 끊임없이 수축하며 통증을 유발하는 쥐가 일어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세가지 주요 원인에 대해 알아보자.
1) 근육의 과사용으로 인한 피로감
하루 종일 서있거나 많은 활동을 하여 근육을 과하게 사용했다면 밤에 쥐가 찾아오기 쉽다. 잠들기 전에는 괜찮다 하더라도 미세하게 피로해진 신경은 근육 경련에 취약하다. 김이사 역시 마찬가지다. 대화를 하지 못할 만큼의 피로감은 아니기에 대화를 이어 나갔 겠지만 미세한 피로감은 하지 않아야 할 말을 억제(이완) 하지 못한 채 모든 것을 쏟아내게 만들었다. 피로한 정신이 전기신호를 올바르게 제어하지 못한 까닭이다.
2) 장시간 고정적 자세로 인한 혈액순환 문제
한 자세로 오랫동안 있으면 혈류가 줄어들어 근육이 민감해질 수 있는데, 특히나 꺾이거나 웅크린 자세로 고정되면 쥐가 더욱 쉽게 찾아온다. 대화에 있어 다양한 시각과 자세를 가지지 못한 채 하나의 생각에만 고정되어 이야기를 하다 보면 굳어버린 자세처럼 편협한 방향으로 대화가 굳어버릴 것이다. 특히나 그 고정된 생각이 꺾이거나 비틀어졌다면 이 대화는 쥐가 날 확률이 매우 높다.
3) 수분부족과 전해질 불균형
몸 안의 전기 신호 균형이 흔들리면 근육이 과민해질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분은 전기가 흐를 수 있는 환경이고, 전해질(나트륨, 칼륨, 칼슘, 마그네슘)은 실제 전기를 움직이는 입자이다. 따라서 수분이나 전해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 올바른 신호전달이 어려워 쥐가 날 수 있다. 대화에서의 수분은 ‘분위기’이다. 대화의 의중을 편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부드러운 분위기가 필수이며, 메말라 버린 대화는 거친 표면을 드러내 상처투성이로 만들 것이다. 전해질은 ‘어휘와 표현’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도 올바르지 않은 어휘와 표현을 사용한다면 의도가 왜곡되어 전달 될 것이다. 마치 이완하라는 지시를 수축으로 받아들여 쥐를 유발하듯 말이다.
아무리 평소에 쥐를 예방하더라도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하게 찾아오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스트레칭’ 이다. 빠른 움직임과 대처 보다는 천천히 움직이며 수축된 근육을 이완시켜줄 필요가 있다. 만약 그대가 대화에서 ‘쥐’를 느꼈다면 잠시 대화를 멈추고 이완을 시켜보자. 가슴을 펴고 천천히 심호흡을 한 후 몸에 힘을 뺀 채 다시 대화에 임해보자.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대화를 다음으로 미뤄도 좋다. 쥐가 괜찮아졌다는 생각에 다시 종아리에 힘차게 힘을 주면 어떤 일이 생기는 지는 여러분도 이미 알 테니 말이다.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