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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이슈&논란] 美 CNBC “상당히 끔찍한 산업…AI 쇼티지에 취한 메모리 랠리, 사이클의 덫이 다시 온다" 경고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샌디스크 등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4인방이 ‘역대급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 경제매체 CNBC를 중심으로 “사이클을 잊지 말라”는 경고음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는 메모리 산업을 두고 “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끔찍한 산업”이라는 직설적인 평가까지 내놓으며, 투자자들에게 과열 국면에서의 냉정을 주문하고 있다.

 

CNBC가 경고한 ‘기억상실증’…“사이클은 사라지지 않았다”


CNBC는 최근 몇 년간 메모리 관련 주식의 비정상적인 수익률이 미국과 한국 증시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다며, 시장에 “메모리 산업이 과거의 주기적 특성을 떨쳐냈다”는 식의 새로운 낙관론이 번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영진과 일부 애널리스트는 AI 데이터센터·고대역폭메모리(HBM) 폭발적 수요를 근거로 “이제는 구조적 성장 산업이 됐다”고 주장하지만, CNBC가 인용한 다수 전문가들은 “메모리 특유의 급등·급락(boom and bust) 사이클을 잊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CNBC와 인터뷰한 영국 자산운용사 블루박스(BlueBox)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윌리엄 드 게일은 “메모리 산업은 역사적으로 ‘막대한 등락’을 반복해 온 산업”이라고 전제한 뒤, “장기적으로 보면 상당히 끔찍한 산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사이클이 사라졌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됐다는 주장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그 후에는 예외 없이 업황이 급격히 꺾이는 국면이 찾아왔다”고 경고했다.

 

삼전·하닉이 끌어올린 코스피, “정점 근처” 시그널

 

AI 열풍 속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 랠리의 ‘양 어깨’를 떠받치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은 약 1,400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며, 코스피 전체 비중이 40%를 웃도는 수준까지 불어났다. 한 리서치센터장은 “두 회사 주가가 각각 5%만 올라가도 코스피가 2% 가까이 움직이는 구조”라며 “지금의 코스피 랠리는 사실상 ‘메모리 랠리’에 올라탄 것과 다름없다”고 진단했다.

 

최근 6개월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약 180%, 270%에 달하는 급등세를 기록했다. 국내 일부 매체와 증권가는 올해 들어(또는 최근 1년 기준) 삼성전자 100%대, SK하이닉스 180%대 수준의 누적 상승률을 제시하며 “AI발 슈퍼 사이클”을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주가 랠리가 한국 증시 ‘정점론’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CNBC는 “메모리 반도체를 필두로 오른 코스피가 낙관론의 정점에 서 있다”는 평가와 함께, AI발 호황 뒤에 ‘폭락 사이클’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를 잇달아 전달했다.

 

미 마이크론·샌디스크, 1년 새 세 자릿수 폭등…“전형적인 말기 랠리 패턴”


미국 시장에서도 메모리주의 랠리는 한국 못지않다. 미국 최대 D램 업체 마이크론과 최대 낸드 업체 샌디스크(모회사 웨스턴디지털 포함)는 올 들어만 두 자릿수 이상의 일간 급등을 수차례 반복했다. 4월 초 뉴욕증시에서 마이크론은 하루에 8.94%, 샌디스크는 9.03%, 웨스턴디지털은 10.07% 각각 폭등하며 메모리주가 반도체 랠리를 주도했다.

 

특히 샌디스크는 올 들어 191%, 지난 1년간 1,340% 급등하며 “테슬라 버블을 연상시키는 상승률”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모두 ‘강력 매수’ 컨센서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일부 리포트에서는 최근의 세 자릿수 상승 이후 목표주가와의 괴리가 오히려 좁혀지거나 역전되는 신호도 포착되고 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하는 속도보다 주가가 더 빨리 치솟고 있다는 의미로, 전형적인 말기 랠리 구간에서 나타나는 패턴이다.

 

CNBC가 주목한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CNBC는 “최근 몇 년간 메모리 관련 종목들의 폭발적인 상승세가 미국과 한국 증시 랠리를 이끌고 있지만, 업계 특유의 순환적 특성을 간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전문가들의 경고를 반복해서 인용했다.

 

구조적 수요 vs 전통적 사이클…투자자에게 남은 숙제


AI 전환이 메모리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데이터센터·클라우드·AI 가속기 수요는 D램·낸드의 탑재 용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고,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고부가 메모리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수익성을 과거와 다른 궤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하지만 공급이 탄력적이고 진입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특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호황기에 증설과 출혈 경쟁이 반복되고, 수요 둔화 시 급격한 단가 하락과 재고 조정이 겹치며 업황이 ‘급전환’하는 패턴은 지난 수십 년간 여러 차례 증명돼 왔다.

 

블루박스의 윌리엄 드 게일이 “장기적으로 끔찍한 산업”이라고까지 표현한 것도, 개별 사이클에서의 고수익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장기 보유 관점에서는 변동성과 자본집약도가 지나치게 크다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결국 AI가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연장할 수는 있어도, 사이클 자체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는 게 CNBC가 취재한 월가의 중론이다. 문제는 지금의 메모리 랠리가 한국·미국 증시 전체의 ‘레버리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과 마이크론·샌디스크의 폭등이 동시에 만들어낸 이른바 ‘AI 메모리 버블’이 꺼질 경우, 이는 개별 종목을 넘어 양국 증시 지수 전반의 변동성 확대를 초래할 수 있다.

 

투자자에게 남은 숙제는 명확하다. AI 시대의 구조적 수요를 부정할 필요는 없지만, CNBC와 각국 주요 매체의 경고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AI 슈퍼사이클’에 대한 열광이 아니라, 메모리 산업의 주기성을 전제로 한 냉정한 포지셔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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