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차세대 에어팟에 카메라가 달린다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애플은 스마트폰 이후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규칙을 새로 쓰려는 첫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Bloomberg, 9to5Mac 등 복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에어팟 카메라는 셀카나 브이로그용이 아니라, 사용자가 보고 있는 장면을 인식해 시리(Siri)에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시야 기반 AI 비서(visual intelligence assistant)’의 핵심 센서로 설계되고 있다.
카메라 에어팟은 2026년 9월 공개가 예상되는 차세대 시리의 출시시즌에 맞춰 애플이 iOS 27, iPadOS 27, macOS 27과 함께 선보일 대규모 AI 업그레이드와 함께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
카메라 달린 에어팟, “사진이 아니라 상황을 찍는다”
블룸버그의 마크 거먼(Mark Gurman)은 2026년 2월과 5월 연속 보도를 통해 “애플이 좌·우 이어버드에 초소형 카메라를 탑재한 차세대 에어팟을 내부 테스트 중이며, 설계·기능이 거의 확정된 단계에서 초기 양산(early mass production) 검증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좌·우 버드 각각에 저해상도 카메라 1개씩을 탑재해 주변 환경의 ‘시각 정보’를 수집한다. 해상도는 동영상 촬영이 아니라 사물·텍스트 인식 수준에 최적화된 저해상도로, 애초에 사진·영상 촬영용이 아니라고 거먼은 강조한다. 시각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전송될 때마다 스템 하단부에 부착된 작은 LED가 켜지도록 설계해, 카메라 활성 상태를 사용자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 카메라는 “시리의 눈” 역할을 하며, 사용자는 냉장고 속 재료를 비추며 “이걸로 뭐 해 먹을 수 있어?”, 길거리 간판을 보면서 “저 글씨 읽어줘”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거먼은 “새 에어팟의 핵심 목적은 사진·동영상 촬영이 아니라, 시리가 주변 상황을 이해해 더 문맥 있는 응답과 안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제품은 애플이 준비 중인 세 가지 AI 웨어러블 ▲디스플레이 없는 스마트 글라스, ▲카메라 펜던트, ▲카메라 탑재 에어팟 중 하나로, 모두 ‘시각 정보를 활용하는 차세대 시리’에 맞춰 설계되고 있다.
“귀에 꽂는 눈”이라는 발상, 이미 논문과 실험실에서 검증 중
에어팟 카메라의 개념은 돌발적 아이디어는 아니다. 2026년 워싱턴대(University of Washington) 연구진은 상용 소니 무선 이어버드에 쌀알 크기의 카메라를 심은 ‘VueBuds’라는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이 실험 시스템의 특징은 놀랍도록 애플의 구상과 겹친다. 카메라는 흑백(low-res) 정지 이미지를 수 초 간격으로 촬영해, 스마트폰에 있는 AI 모델로 전송한다. 사용자는 “이 통조림 몇 칼로리야?”, “이 도구 이름이 뭐야?”, “이 글자 한국어로 뭐라고 적혀 있어?” 등의 음성 질문을 던질 수 있고, 평균 1초 정도 안에 답을 받았다.
실험 결과, 사물 인식·텍스트 번역·책 제목·저자 인식의 정확도는 80~90% 수준에 도달했다. 연구진은 “스마트 글라스는 여전히 사회적 부담이 크지만, 이어버드는 이미 ‘몸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어 카메라 탑재에 대한 저항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테크엑스플로어(TechXplore)에 게재된 관련 연구 리뷰는 “이어버드 카메라 기반 AI가 특히 시각장애인과 고령층, 작업 중 손을 쓸 수 없는 노동자들에게 유용하다”며, ‘손이 자유로운(hands-free) 시각 정보 접근성’의 의미를 강조했다.
애플의 카메라 에어팟은 이 실험실 결과를 글로벌 소비재 스케일로 끌어올리는 첫 상용화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애플은 이미 폭스콘 계열사에 적외선(IR) 카메라 모듈 공급을 맡기고, 연간 약 1000만개 규모의 초기 물량을 준비 중이다.
숫자로 보는 “귀 속의 카메라”…웨어러블과 이어폰 시장 규모와 이용 시나리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IDC 등의 공개 데이터와 이를 인용한 9to5Mac, 더버지 등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 웨어러블(스마트워치·이어폰·밴드 포함) 출하량은 2023년 기준 5억 대를 넘어섰고, 이 중 무선 이어폰(TWS)이 약 2억~2억5000만 대를 차지한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애플은 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시장조사 보고서들을 인용한 외신 기사들은 애플의 에어팟·비츠 브랜드를 합산한 TWS 시장 점유율이 25~30% 수준이라고 전한다.
이런 구조를 전제로, 카메라 탑재형 고가 모델이 전체 에어팟 판매의 10~20%만 차지해도, 연 수백만 대 단위의 ‘카메라 이어버드’가 시장에 깔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구글 글래스(1세대)가 출시 첫해 20만 대 안팎으로 추정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시작점부터 한 자릿수 이상 다른 규모다.
더버지는 “애플이 에어팟을 단순한 오디오 액세서리가 아니라,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첫 번째 AI 웨어러블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려 한다”고 평가한다.
프라이버시 LED 하나로 충분할까…구글 글래스의 ‘망령’과 새로운 규범
카메라가 내장된 웨어러블이 등장할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프라이버시’다. 이 점에서 애플이 에어팟에 작은 LED를 넣어, 시각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전송될 때마다 불이 들어오도록 설계했다는 점은 눈에 띈다.
이스라엘 일간 더 저루살렘 포스트는 관련 기사에서 “이어버드 크기의 기기에서 LED 한 점이 실제 사회적 신호로 충분히 인지될 수 있을지, 실제 환경에서 얼마나 눈에 띌지는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실외에서의 밝기, 머리카락·마스크·모자 등에 가려지는 상황 등을 고려하면, LED만으로 ‘촬영 중임을 알리는 의무’를 충족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비슷한 고민은 앞서 언급한 워싱턴대의 VueBuds 연구에서도 반복된다. 연구팀은 “우리는 이미지를 즉시 처리하고 저장하지 않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것을 알 수 없다”며, “카메라 존재 자체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신호할 것인가가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라고 썼다.
구글 글래스가 2010년대 중반 미국 일부 식당·극장·카지노에서 ‘착용 금지’ 표지판을 세우게 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귀 속 카메라’ 역시 비슷한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얼굴 앞의 안경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누구나 쓰고 다니는 이어폰이 문제의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스마트 글라스 대신 에어팟?…문화적 관점에서 본 ‘시야의 민주화’
흥미로운 점은, 이어버드 카메라가 ‘스마트 글라스의 대체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대 연구진은 GeekWire와의 인터뷰에서 “스마트 글라스는 구글 글래스의 기억과 ‘상대방을 계속 촬영하는 것 같은 불편함’ 때문에 사회적 장애물이 크게 남아있다”며, “이어버드는 그런 역사적 짐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단순한 디자인 선택을 넘어, 우리가 기술과 얼굴·시선·관계 맺는 방식을 뒤흔드는 문화적 변화다. 안경은 상대의 눈을 가리고, 카메라를 정면에 내세우는 장치였다면, 이어버드는 상대의 시야를 가리지 않은 채 ‘보이지 않는 눈’을 귀 옆에 숨긴다.
상대방은 더 이상 ‘렌즈와 마주보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지만, 동시에 언제 카메라가 작동하는지 알아채기 더 어려워진다.
사용자는 특별한 장비를 착용했다는 티 없이, 일상적인 이어폰 차림으로 AI와 시각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기술 이용에 따른 낙인(stigma)을 낮추는 대신, 주변인의 감시·동의 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제기한다.
문화적으로 보자면, 카메라 탑재 에어팟은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의 권력을 미세하게 재배치한다. 스마트폰 시대가 ‘누가 언제 촬영 버튼을 누르는가’의 시대였다면, 귀 속 카메라 시대는 ‘무엇이 언제 인식되는가’의 경쟁으로 옮겨가는 셈이다.
이미 메타가 레이밴과 손잡고 카메라 내장 선글라스를 내놓았고, 애플도 디스플레이 없는 스마트 글라스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는 만큼, 향후 몇 년은 ‘몸의 어느 부위에 AI의 눈을 달 것인가’를 두고 빅테크 간 심리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마크 거먼의 표현을 빌리면, 애플은 지금 ‘시리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첫 기기를 막 양산 라인 위에 올려놓으려 하고 있다. 그 실험이 성공하면,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대에서, 귀와 눈과 음성, 그리고 보이지 않는 AI를 통해 세상을 ‘함께 본다’고 느끼는 시대로 조용히 넘어가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