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 스페이스X 합병 가능성을 사내에서 논의했다는 CNBC 보도가 나오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와 맞물려 ‘머스크 제국 재편’ 시나리오가 월가의 최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에서 최대 750억 달러 조달과 1조7,500억 달러 기업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어, 테슬라와의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단숨에 빅테크 최상단에 위치한 초거대 민간 기술 복합체가 탄생하게 된다.
머스크, 합병 “사내 논의” 인정된 수준까지
CNBC는 복수의 익명 관계자를 인용해 머스크와 사내 핵심 인사들이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하나의 회사로 합치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관련 논의가 테슬라 내부에서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사 간 인사 교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단순한 아이디어 차원을 넘어 조직 차원의 시뮬레이션이 이미 시작됐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머스크 계열사 간 구조 재편은 새삼스러운 이슈가 아니다. 1월에는 테슬라가 머스크의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에 20억 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고, 이후 스페이스X가 xAI를 주식 교환 방식으로 인수하면서 테슬라의 xAI 지분은 스페이스X의 소수 지분(<1%)으로 전환됐다.
2026년 1월 로이터·블룸버그 역시 스페이스X가 테슬라 또는 xAI와의 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어, 이번 CNBC 보도는 그간의 ‘머스크노믹스’ 재편 시나리오에 사실상 공식성을 부여한 셈이다.
1.75조달러 평가 받는 스페이스X, “역사상 최대 IPO” 겨냥
스페이스X는 4월 1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S-1을 비공개로 제출했으며, 시장에서는 6월 12일 나스닥 상장을 유력 시점으로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번 IPO를 통해 약 750억 달러를 조달하고, 기업가치를 1조7,500억 달러로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2019년 사우디 아람코가 기록한 290억 달러(당시 기준) IPO 조달 규모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로, 성공 시 “역사상 최대 IPO”라는 타이틀이 거의 확정적이다.
증권가에서는 스페이스X의 연 매출을 150억~160억 달러, 이익을 8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하며, 매출의 50~70%를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서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스타링크 가입자는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섰고,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마진이 약 50%에 달하는 고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도 한국 투자 리서치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펀더멘털 덕에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고가 밸류 상장사 클럽’ 입성을 노리고 있다.
AI·반도체·전력까지 ‘수직계열화’…테라팹이 던지는 신호
머스크 제국의 얽힘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스페이스X는 투자설명서에서 2024~2025년 테슬라의 메가팩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6억9,700만 달러 규모로 구매했다고 밝혀, 양사 간 거래가 이미 ‘수십억 달러 단위’에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이는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우주 데이터센터 등 전력 집약적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테슬라를 그룹 내 전력·에너지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핵심은 반도체다.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텍사스 그라임스 카운티에 추진 중인 초대형 반도체 제조 단지 ‘테라팹(Terafab)’의 전체 투자 규모는 최대 1,190억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현지 공청회 공고문에는 1단계 투자만 최소 550억 달러로 명시돼 있고, 잔여 건설비를 더하면 단일 프로젝트 기준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민간 반도체 메가 팹’이 된다.
머스크는 테라팹을 통해 AI 칩과 고성능 반도체를 자체 공급해 엔비디아·TSMC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반도체 독립 선언’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공장은 테슬라의 자율주행·로봇,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위성 통신, xAI의 초거대 언어모델까지 머스크 계열사의 AI 수요를 한 번에 흡수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 인프라다. 테슬라‑스페이스X 합병설이 단순 지배구조 이슈를 넘어 ‘머스크 AI 인프라 황제 시스템’의 완성도와 직결되는 이유다.
월가의 배팅…“합병 80% vs 33%”
합병 확률을 둘러싼 평가도 극명하게 갈린다. 웨드부시의 스타 애널리스트 댄 아이브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테슬라‑스페이스X 공식 합병 가능성을 80%로 제시하며, “두 회사는 2027년 상반기까지 하나의 기업으로 합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xAI 인수, 스페이스X‑테슬라 간 대규모 거래, 테라팹 공동 프로젝트 등을 “이미 깔린 포석”으로 해석하며, 상장을 계기로 머스크가 지배구조를 재정비할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예측시장 칼시(Kalshi) 트레이더들은 2027년 5월 이전 합병 성사 가능성을 33% 수준으로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규제 리스크, 테슬라 기존 주주의 반발, 상장사‑비상장사 간 밸류에이션 조정 문제, 그리고 머스크의 ‘옵션 열어두기’ 스타일을 감안하면, 아직은 단정하기 이르다는 신중론이다.
특히 테슬라는 이미 시가총액 변동성에 민감한 대표적 매크로 종목이어서, 스페이스X 초고가 밸류와의 결합이 오히려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월가 일부에서 제기된다.
한국·글로벌 투자자에게 의미하는 것
스페이스X가 1조7,500억 달러 밸류로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글로벌 주식시장 내 ‘머스크 자산’의 비중은 테슬라에 더해 또 하나의 메가 캡이 추가되는 구조가 된다. 여기에 두 회사가 2027년 전후로 실제 합병에 나선다면, 전기차·우주·AI·반도체·위성통신이 한 몸으로 묶인 전례 없는 복합 기업이 탄생하면서, 기존 섹터 구분과 지배구조 분석 틀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선 이번 IPO와 합병 논의를 단순한 ‘머스크 이슈’가 아닌, 향후 10년 글로벌 기술 패권 지도와 지수 구성, 패시브 자금 흐름을 뒤바꿀 구조 변화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스페이스X 상장과 테슬라‑스페이스X 합병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관련 종목·ETF뿐 아니라 우주·위성·AI 인프라 전반에 걸친 밸류 리레이팅이 한 번 더 올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숫자와 구조를 동시에 읽는 ‘머스크노믹스’ 리서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