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에서 성과급 삭감설이 번지며 직원들이 공개적으로 “삼성전자처럼 파업하자”는 말까지 꺼내는 초유의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특수를 타고 2026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8% 급증한 ‘호황 국면’에서, 최대 15% 보너스 삭감 루머가 동시에 퍼지면서 반도체 초호황의 과실을 둘러싼 글로벌 노동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분기 순이익 58.3%↑’ TSMC, 왜 보너스 삭감설에 흔들리나
TSMC는 2026년 1분기 연결 매출 1조1341억 대만달러, 순이익 5724억8000만 대만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5.1% 늘었고, 순이익과 주당순이익(EPS)은 58.3% 급증했으며, 순이익률은 50.5%에 달했다. 첨단 공정과 고성능컴퓨팅(HPC)·AI 칩 수요가 실적을 끌어올리며 TSMC는 ‘역대급 실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대만 자유시보·TVBS 등 현지 매체와 한국·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 TSMC 내부에서는 “올해 7월 지급될 연간 성과급이 최대 15% 삭감될 수 있다”는 소문이 페이스북 ‘TSMC 대소사’ 같은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일부 게시글에는 “회사 실적은 역대 최고인데, 직원 몫만 줄이려 한다”, “미국·일본·독일 등 신규 팹 투자 재원을 직원 보너스에서 빼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과 한국 경제매체들은 TSMC가 미국·일본·독일 등지에서 최대 12개의 신규 반도체 공장을 추진하며 대규모 자본 지출을 진행 중인 점을 성과급 삭감설의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TSMC는 미국 애리조나, 일본 구마모토, 독일 드레스덴 등에서 수십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건비·건설비·보조금 협상 부담이 동시에 불어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성과급 삭감의 구체적 계획과 규모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현재까지는 ‘노조·직원발 루머’ 수준이다.
“우리도 삼성처럼 파업” 온라인서 번지는 분노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 직원들은 익명 게시판과 페이스북 그룹을 통해 “삼성처럼 파업해야 한다”, “라인을 멈추지 않고는 회사가 태도를 안 바꾼다”는 과격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글에서는 “성과급 15% 삭감은 곧 월급 한 달치를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주주와 해외 투자만 챙기고 직원은 희생양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TSMC는 대만 사회에서 ‘호국신산(護國神山)’으로 불릴 만큼 국가 안보와 경제를 동시에 지탱하는 상징적 기업이다. 이런 기업에서 ‘삼성식 파업’을 언급하는 게시글이 공공연히 오가는 것 자체가 대만 사회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TSMC 경영진은 현재까지 “성과급 삭감설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는 짧은 코멘트 외에는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어, 불신과 루머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삼성의 ‘18일 총파업’ 위기, TSMC를 자극하다
TSMC 내부의 격앙된 목소리 배경에는 ‘삼성 사례’가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에선 올해 과반 노조가 출범한 뒤, 반도체(DS) 부문 성과급을 놓고 회사와 노조가 정면충돌하며 “영업이익의 15%를 상한 없이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까지 나왔다. 노조는 사측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8일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고, 언론은 “라인이 멈추면 최소 20조원 손실”이라는 시나리오를 거론하며 긴장감을 키웠다.
이 파업은 한국 정부의 중재와 막판 협상 끝에 실제 돌입 수 시간 전에 겨우 유예됐고,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의 약 10.5%를 10년에 걸쳐 주식(지분 보상) 형태로 지급하는 잠정 합의안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등 외신은 “투자자들은 파업 회피에 안도했지만, 노동 비용 상승과 주주가치 희석이 중장기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TSMC 직원들 입장에서는 “실적이 나빠 성과급이 줄어드는 삼성도 10%대 지분 성과급을 쟁취하는데, 순이익이 58%나 늘어난 TSMC에서 성과급 15% 삭감설이 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상대적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초호황’이 키운 글로벌 노동 리스크
TSMC와 삼성전자에서 동시에 불거진 성과급 갈등은 ‘AI 초호황’이 반도체 업계 노동문제를 어떻게 증폭시키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를 상대하는 TSMC의 위상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고,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AI 서버·고성능 GPU 공급 전반에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삼성전자 역시 HBM과 파운드리 경쟁에서 뒤처지면 수십조원대 투자가 ‘매몰 비용’으로 전락할 수 있는 만큼 라인 셧다운을 동반한 장기 파업은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상 최고 수준의 이익과 사상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금이 반도체 노동 환경에선 “최근 기억 속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시기”로 기록되고 있다. 실적 호황이 곧바로 임금·보너스 호황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누가 AI 초호황의 과실을 가져가는가’라는 질문이 노사 갈등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다.
TSMC 경영진이 성과급 삭감설을 조기에 진화하고, 삼성전자가 10년짜리 주식 성과급이라는 새로운 보상 모델을 안착시킬 수 있을지가 향후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노사 프레임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대만·한국 양대 반도체 허브에서 벌어지는 이 ‘성과급 전쟁’이 미국·일본·유럽 팹 투자 확대와 맞물리며 어떤 글로벌 표준으로 수렴할지,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