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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우주 로보틱스, 다리 버리고 팔 넷인 이유…우주정거장 궤도노동 바꾸려는 '헬리오'의 실체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Orbit Robotics가 공개한 4팔 휴머노이드 로봇 ‘헬리오스(HELIOS)’는 “사람처럼 걷는 로봇”이 아니라, “우주 정거장 안에서 일하는 로봇 작업자”를 겨냥한 설계 전환의 산물이다. 무중력에선 다리가 쓸모 없다는 물리 법칙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그 자리에 두 개의 팔을 더 얹은 이 비정형 설계가 향후 궤도 우주 산업의 노동 구조를 어떻게 바꿀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리 대신 팔 넷, ‘무중력 최적화’라는 발상의 전환


스위스 ETH 연계 프로젝트로 출발한 Orbit Robotics는 HELIOS를 “지상용 휴머노이드의 우주 이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궤도 환경을 전제로 한 플랫폼”으로 설계했다. HELIOS는 키 약 160cm, 무게 60~80kg 수준으로 알려져 있으며, 전신 28 자유도(이 중 손에만 14 자유도)를 갖춘 프로토타입이다.

 

알루미늄 합금과 카본파이버 구조에 전기 액추에이터, 텐던(케이블) 구동, 롤링 콘택트 관절을 적용해 관절부 질량을 줄이고 민첩성을 끌어올린 점이 핵심 기술 포인트다.

 

Orbit Robotics가 다리를 버린 이유는 명확하다. 미소중력 환경에서는 이동이 ‘디딤’이 아니라 ‘잡고 끌고 고정하는’ 동작에 의해 이뤄지므로, 다리는 그저 “밀어내는 도구” 이상의 효율을 내기 어렵다. 대신 HELIOS는 네 개의 팔로 구조물을 붙잡고, 동시에 남는 팔로 장비를 조작하거나 화물을 다루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두 팔로 난간이나 프레임을 고정점으로 삼고 나머지 두 팔로 작업을 수행하면, 우주정거장 내부에서 “이동·고정·조작”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케이블 구동 4팔 구조, 우주 노동에 맞춘 ‘로봇 작업자’ 모델


HELIOS의 팔은 일반 산업용 로봇처럼 관절마다 모터를 직접 다는 방식이 아니라, 어깨 근처에 모터를 모아두고 케이블과 풀리, 가이드 메커니즘으로 힘을 전달하는 텐던 구동 구조를 채택했다. 이 방식은 관절부를 가볍게 만들 수 있어 반복적인 고정·조작 동작이 많은 우주 환경에서 에너지 효율과 안전성을 동시에 노린 설계다.

 

특히 팔꿈치에는 강성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롤링 콘택트 조인트가 도입돼, 비교적 무거운 장비를 다루면서도 충격을 흡수하는 ‘순응적’ 움직임을 구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공개된 사양에 따르면 HELIOS는 최대 약 15kg의 하중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고, 한 번 충전으로 약 3시간 정도 작동, 최고 이동 속도는 시속 2km 안팎으로 소개된다. 이 수치는 지상 물류 로봇이나 산업용 로봇 팔에 비하면 다소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우주정거장 내부에서 실제 승무원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작업(화물 언패킹, 간단한 수리, 장비 점검 등)을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Orbit Robotics는 HELIOS를 “로봇 우주인”이 아니라 “반복·저부가가치 업무를 맡는 우주 보조자”로 정의하며, 승무원이 과학실험과 탐사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한다.

 

 

IKARUS에서 HELIOS까지, 단계적 궤도 진입 전략


HELIOS는 단발성 쇼케이스가 아니라, Orbit Robotics가 수년간 쌓아온 원격조작·모방학습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회사는 이미 VR 및 외골격 기반 텔레오퍼레이션과 비전-언어-액션(VLA) 모델 테스트를 위한 플랫폼 ‘IKARUS’를 구축해, 동일한 제어 구조 위에 HELIOS를 얹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IKARUS는 연구자가 VR 헤드셋과 모션 캡처 장비, 익소스켈레톤을 활용해 로봇을 동종(1대1) 원격 조작하고, 수집된 데이터로 모방 학습·정책 학습을 수행하는 개발용 테스트베드다.

 

이 구조를 HELIOS에 그대로 이식하면, 초기에는 지상 모의 우주정거장 환경에서 텔레오퍼레이션으로 안정성을 검증하고, 이후에는 통신 지연을 고려한 반자율·자율 모드로 옮겨가는 단계적 궤도 진입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HELIOS는 아직 상용 제품이 아닌 연구·실험용 프로토타입 단계이며, 궤도 배치 일정과 구체적인 파트너십(우주기관, 상업 우주정거장 사업자 등)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향후 파트너·투자 유치, 궤도 내 실증 기회 확보가 Orbit Robotics의 최대 과제로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PM01·Joy·Robonaut2…치열해지는 ‘우주 로봇’ 경쟁 구도


HELIOS가 뛰어든 우주 로보틱스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운 경쟁 구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Engine AI는 베이징 기반 우주기업과 손잡고 인간형 로봇 PM01을 궤도로 보내 ‘세계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우주비행사’를 내세우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회사는 2025년 경량·오픈 버전 PM01 JD Joy Inside를 약 2만7000달러 수준으로 JD.com에 출시하며 대량 보급형 플랫폼까지 확보해, 지상·우주 양면에서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 쪽에서는 이카루스 로보틱스가 Voyager Technologies와 계약을 체결해, 2027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자유 비행 로봇 ‘Joy’를 시험하는 계획을 확정했다. NASA와 GM이 2,500만달러 규모로 개발한 Robonaut2는 이미 ISS에서 인간형 로봇 보조자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 바 있어, 이후 등장하는 모든 우주 휴머노이드·매니퓰레이터 프로젝트의 사실상 ‘벤치마크’가 되고 있다.

 

HELIOS는 이들 프로젝트와 달리 다리 없는 4팔 구조라는 강한 차별성을 갖지만, 프로토타입과 실제 궤도 운용 사이의 간극을 메워야 한다는 공통 과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숫자로 보는 HELIOS의 현재와 과제

 

현재 공개된 수치를 종합하면 HELIOS는 “키 160cm, 60~80kg, 28자유도, 15kg 페이로드, 약 3시간 작동, 시속 2km” 수준의 1세대 우주형 4팔 휴머노이드 프로토타입이다. 텐던 구동·롤링 콘택트 관절·카본파이버 구조 등 최신 로봇공학 트렌드를 집약했지만, 자세 제어·충돌 회피·통신 지연 하에서의 자율성 등 실제 궤도 운용에서 맞닥뜨릴 기술적 난제는 여전히 크다.

 

무엇보다도 HELIOS가 우주정거장 내부에서 연간 수백~수천 시간에 달하는 저부가가치 작업(화물 언패킹, 필터·센서 교체, 단순 점검 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결과 인건비·임무비용을 어느 정도까지 절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량적 데이터는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HELIOS는 “지상을 닮은 휴머노이드” 대신 “우주 물리 법칙에 맞춘 특화형 휴머노이드”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앞으로 Orbit Robotics가 PM01, Joy, Robonaut2 등 경쟁 플랫폼과 어떤 차별화된 실증 결과와 수치를 내놓느냐가 HELIOS의 생존 여부를 가를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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