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지구상의 개미는 최소 20경(2×10¹⁶) 마리, 인간 1인당 약 250만 마리가 배당되는 규모다. 이 작은 곤충 군단의 건조 생물량은 모든 야생 조류와 포유류의 총량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숫자만 놓고 보면, 지구는 이미 ‘개미 행성’에 가깝다.
1. 20경 마리, 인류를 덮는 개체 수
전 세계에 기록된 개미 종 수는 약 1만 4000~1만 5000종으로 추산된다. 열대우림과 사바나 지역에서 특히 다양성이 높고, 일부 연구는 “지구 생물 종 중 개미가 차지하는 비율이 2~3% 수준”이라고 본다. 개체 수로 환산하면 약 20경 마리, 인류 인구(약 80억명)를 250만배 곱한 규모다.
생물량으로 보더라도 개미는 ‘소리 없는 강자’다. 토양 생태 연구 결과, 개미와 흰개미가 차지하는 건조 생물량(dry biomass)은 전 세계 야생 조류와 포유류의 합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생태계의 ‘백본(backbone)’을 이루는 집단이라는 얘기다.
2. 1억 1,000만년의 생존 설계
화석 기록과 분자계통 분석에 따르면 개미는 약 1억 1,000만년 전, 중생대 백악기 무렵 등장했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기부터 존재했고, 대멸종과 기후 변동을 거치면서도 사회성과 협동을 무기로 살아남았다.
특히 ‘농부 개미’로 불리는 곰팡이 재배 개미는 6,600만년 전, 거대 소행성 충돌로 인한 대멸종 이후 광합성 기반 식생이 급감하자, 특정 곰팡이를 재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연구도 있다. 소행성 충돌 이후 인류 조상은 아직 등장하지도 않았을 때, 개미는 이미 농업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 ‘개미가 있는 땅’과 없는 땅의 생산성 격차…비료·살충제 대신 개미
개미의 존재는 농업 생산성과도 직결된다. 농약·비료 가격이 치솟는 시대, 농업 연구자들은 뜻밖의 조력자에게 눈을 돌리고 있다. 인간의 발밑에 있는 ‘개미’다. 국제 연구팀의 토양 연구와 메타분석 결과, 개미와 흰개미가 서식하는 밭의 경우 그렇지 않은 밭에 비해 농작물 수확량이 평균 36% 더 높다는 결과를 내놨다. 개미가 토양을 굴착하며 공기·수분 순환을 돕고, 해충을 포식하면서 비료·농약을 대체하는 기능을 수행하며 ‘보이지 않는 농부’로 등장하고 있다.
2022년 영국 왕립학회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에 실린 메타분석은, 작물 재배에 개미를 활용하면 “일부 개미 종의 경우 화학 살충제보다 해충 방제·수확량 면에서 더 높은 효용”을 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즉 비용은 물론 환경측면에서도 부담이 더 낮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개미는 해충을 직접 포식할 뿐 아니라, 해충의 행동을 교란하거나 서식지를 바꾸게 만드는 효과도 가진다.
개미집 주변 토양은 투수성과 통기성이 높아져 빗물이 잘 스며들고, 가뭄 시에도 뿌리층에 수분이 오래 머무르는 경향을 보인다. 토양 과학자들이 개미를 ‘생태계 엔지니어(ecosystem engineer)’로 부르는 이유다.
4. 개미에게 배우는 지속가능성
연구진은 “적절한 관리가 전제된다면, 개미는 해충 방제와 수확량 증대에 동시에 기여하는 생태 기반 솔루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약 의존도를 낮추고 탄소 발자국을 줄여야 하는 글로벌 농업 전환의 흐름 속에서, 개미는 ‘저비용 고효율’ 옵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개미 군체는 수천만년 동안 ‘폐기물 제로’에 가까운 순환 시스템을 구현해 왔다. 먹이, 배설물, 사체까지 모두 다른 생명체의 자원이 되는 구조 속에서, 에너지와 물질의 선순환을 극대화해 왔다.
인간이 농업·도시 시스템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때, 개미의 토양 관리·해충 제어·자원 순환 방식은 이미 검증된 자연 모델이다. 환경 부담이 적고, 장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개미식 인프라’가 기후 위기 시대의 새로운 언어로 읽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