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참외·홍어·번데기·산낙지·도토리묵’은 한국인만 먹는다고 알려져 있다. 사실은 “거의 한국에서만 대량 소비되는 편”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소규모로 수출·해외 교민 소비는 존재하지만, 글로벌 통계상 다른 나라에서는 주변적이거나 이색 식품 수준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만 먹는다’는 통념, 어디까지 사실인가
해외 언론·SNS·블로그에서 “Only in Korea”, “Why do Koreans eat this?”라는 표현과 함께 가장 자주 언급되는 음식이 바로 홍어, 산낙지, 번데기, 도토리묵, 참외다.
각 음식은 영문으로 “fermented skate”, “live octopus (sannakji)”, “silkworm pupae”, “acorn jelly”, “Korean melon” 등으로 소개되지만, 실제 해외 일상 식단에서 이들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18개 주요 도시 9,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글로벌 한식 소비 설문에서도, 해외에서 가장 많이 먹는 한식은 K-치킨(29.4%), 김치(28.6%), 라면(26.9%) 등으로 나타났고, 홍어·산낙지·번데기·도토리묵은 상위 항목에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
외국인의 한식 인지도와 호감도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지만, 선호하는 메뉴는 비빔밥·불고기·삼겹살·치킨처럼 비교적 ‘보편적인’ 맛에 가깝다. 반대로 홍어·번데기·산낙지 등은 각종 설문과 기사에서 “외국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한국 음식”으로 반복 등장한다.
이 데이터들을 종합하면,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 먹는다”는 표현은 과장이지만, “사실상 한국이 거의 유일하게 대중적으로 소비하는 음식”이라는 진술은 통계·현지조사와 부합한다.

외국인이 멈칫하는 5대 ‘K-안익숙 식품’
여러 한국어·영어 매체와 블로그, SNS 영상들은 외국인의 반응을 통해 “한국에서만 즐기는 이색 음식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반복 등장하는 핵심 식품들을 묶으면 다음과 같다.
1. 홍어(특히 삭힌 홍어)
삭힌 홍어는 발효 과정에서 강한 암모니아 향이 발생해, 한국인 일부에게도 ‘극강의 혐오 음식’으로 불린다. 전라도 지역에서 돼지고기·김치와 함께 먹는 문화가 형성되며 “홍어 삼합”이 한국 특유의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았고, 해외에서는 유사 사례를 찾기 어려워 “세계에서 가장 도전적인 음식 중 하나”라는 설명도 붙는다.
2. 산낙지
살아 있는 낙지를 잘라 참기름·소금·깨와 함께 먹는 산낙지는, 같은 동아시아권인 일본·중국에서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한국식 생물 섭취 문화’로 소개된다. 외국인 대상 기사·SNS에서는 산낙지를 “외국인이 경악하는 음식”으로 묘사하면서도, 틱톡·유튜브에서 챌린지 콘텐츠로 소비되며 “무섭지만 재미있는 K-체험”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게 됐다.
3. 번데기(누에 번데기)
번데기는 전쟁 직후 단백질 보충 식품으로 자리잡았고, 100g당 단백질 20g 이상이라는 점이 여러 블로그·해설에서 반복 언급된다. 길거리 통조림·포장마차 간식으로 소비되지만, 외국인 대상 설문·영상에서 “외국인이 싫어하는 한국 음식”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다. 생김새와 향이 주된 거부 요인으로 분석된다.
4. 도토리묵
도토리를 갈아 전분을 추출·가열 후 굳힌 도토리묵은, 조선시대 왕의 수라상에도 올랐다는 기록이 소개될 만큼 전통성이 강한 식품이다. 한국에서는 다이어트용·건강식으로 인기가 높지만, 외국인에게 도토리는 ‘다람쥐 먹이’에 가깝게 인식돼 “사람이 왜 도토리를 먹냐”는 반응이 기사·SNS에서 반복 등장한다.
5. 참외(Korean melon)
해외 사이트와 블로그에서는 참외를 아예 “Korean melon”으로 표기하며, 한국을 중심으로 재배·소비되는 과일이라고 설명한다. 여름철 국민 과일로 소비량은 압도적이지만, 서양·동남아 시장의 과일 코너에서는 참외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인류학·철학적으로 본 ‘왜 한국인은 이것을 먹고, 그들은 못 먹는가’
식문화 연구에서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무엇을 먹지 않기로 했느냐”가 그 사회의 경계를 드러낸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 농경사회·사계절·전란·빈곤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먹을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먹는다’는 실용적 태도와, 발효·절임·건조 등 저장기술이 결합해 독특한 식재료 스펙트럼이 형성됐다.
홍어와 젓갈·된장·고추장, 번데기와 도토리묵, 산나물과 내장요리는 모두 “결핍의 시대에 창의적으로 확장된 식재료의 우주”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이 음식들은 생존을 위한 절박한 선택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지역의 자부심”, “가족의 추억”, “향토 정체성”을 상징하는 기호가 됐다.
글로벌 시대, ‘특이함’은 약점인가 강점인가
한식 진흥 정책 초창기에는 외국인이 좋아할 만한 메뉴에 집중하면서, 홍어·번데기·산낙지 같은 음식은 “숨기고 싶은 메뉴” 취급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한류 확산, SNS 먹방, 챌린지 콘텐츠의 등장은 판을 바꿨다. 유튜브·틱톡에서는 “외국인이 가장 싫어한다는 한국 음식 먹어보기” 같은 콘텐츠가 수십만~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혐오 음식’이 곧 ‘클릭을 부르는 콘텐츠’로 재해석된다.
문화비평 관점에서 보면, 이는 ‘정상적인 음식’의 기준을 서구 중심에서 다원적·상대적인 좌표로 옮겨놓는 작업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홍어와 선지, 번데기가 존중받을수록, 프랑스의 곰팡이 치즈, 중국의 취두부, 아이슬란드의 삭힌 상어도 각각의 맥락 속에서 이해받을 여지가 열린다.
아이러니하게도, 글로벌 설문에서 외국인이 꼽은 대표 한식은 여전히 치킨·김치·라면·불고기·비빔밥이지만, 한국 식문화의 ‘이야깃거리’와 ‘철학적 깊이’를 만들어주는 것은 홍어·산낙지·번데기·도토리묵 같은 경계 음식들이다. 이 극단의 맛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식은 세계 음식 지도에서 단순히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넘어, “한 문명이 축적한 생존·기억·정체성의 총합”이라는 층위를 획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