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한국 사회에서 흥미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종교 인구는 줄어드는데, 사주 카페와 타로 숍, 온라인 운세 앱은 오히려 붐비고 있다. 2025년 한 국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응답자의 약 20%가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점쟁이·예언자를 찾는다”고 답해 조사국 중 6위에 올랐고, 일본도 19%로 10위를 기록했다.
여론조사기관 HR코리아의 조사에서는, 2017년 이후 한 번 이상 사주·타로·관상 등 점을 본 경험이 있다는 비율이 41%로 집계됐다. 또한 “점은 믿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66%에 달하면서도, 동시에 2022년 새해 운세를 이미 보았거나 볼 계획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33%에 이르렀다. 즉,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인식과 “그래도 한 번쯤은 본다”는 실천이 공존하는 이중 구조가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무종교’를 자처하는 20·30대가 점집에는 줄을 서는 아이러니다. 통계와 사례를 모아 보면, 이 현상 뒤에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의 불안, 그리고 전통 종교·철학이 채워주지 못하는 ‘즉답에 대한 욕망’이 포개져 있다. 특히 20·30대 청년층에서는 “인생에서 한 번 이상 사주·타로를 봤다”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취업은 어렵고, 정규직은 줄어들고, 부동산과 자산 가격은 하늘을 나는 시대다.
이 세대에게 미래는 계획의 대상이라기보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위험 변수’에 가깝다. 이런 환경에서, 점집은 일종의 심리적 보험사 역할을 한다. 완전한 보장은 못하지만, 최소한 ‘지금 방향이 맞는지’ 정도는 확인할 수 있는 곳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점집이 제공하는 답변 형식이다. 철학이나 종교는 삶의 의미, 선과 악, 공동체에 대한 큰 이야기를 제공하지만, “이 회사를 그만둘까요?”, “이 사람이랑 결혼해야 할까요?” 같은 구체적인 선택지에는 직접적인 답을 잘 주지 않는다.
반면 점집은 “올해 상반기 이직 운이 있다”, “이 사람과는 인연이 약하다”는 식으로, 마치 의사결정의 방향을 찍어주는 듯한 응답을 내놓는다. 질문이 구체적인 만큼, 답도 구체적이기를 바라는 시대에, 점은 이 욕구를 즉각적으로 만족시켜준다.
MZ세대의 점집 소비 패턴을 보면, 전통적인 ‘무속 신앙’과는 결이 다르다. 이들은 점을 절대적 운명 선언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진로 상담·연애 상담·심리 상담에 가까운 목적으로 소비한다. 사주 카페에서 친구들과 함께 운세를 보고 사진을 남기고, 온라인 타로 앱으로 오늘의 운세를 확인하는 행위는 종교의례라기보다 라이프스타일에 가깝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점집을 찾는다”는 응답이 적지 않다는 점은, 이 놀이가 단지 가벼운 엔터테인먼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국의 한 연구자는 점술의 인기를 “자기 이해와 통제감(self-understanding & control)을 얻기 위한 심리적 기술”로 설명했다. 죽음과 유한성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사는 인간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미래를 숫자·기호·언어로 ‘읽어주는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철학적으로 보더라도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것이다.
결국 점술의 부활은, 한국 사회가 겪는 구조적 불안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고용 불안, 경제 불평등, 고립감, 관계의 불안정성이 커질수록, 미래를 예측하고 싶다는 욕망도 커진다. 그 욕망이 제도권 종교·철학·정치에 충분히 해소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보다 즉각적이고 개인화된 ‘예언 서비스’로 눈을 돌린다.
종교는 줄어도 점집이 늘어나는 이유는,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기술의 문제라는 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처럼 점집은 현대 사회에서 종교·심리 상담·코칭·엔터테인먼트의 경계에 걸쳐 있는 ‘복합 문화 상품’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점쟁이는 예언자이자, 상담자이자, 공연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