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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내궁내정] “왜 점쟁이 말은 생각보다 자주 맞는 것처럼 보일까”…통계·기억편향·집단적 확률의 함정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점을 보러 갔다. 점쟁이는 다짜고짜 "어릴때 당신 집 근처에 감나무 있었지?"라고 묻는다. 

 

만약 있다고 대답했다면 점쟁이는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이 사태가 터진거야"라고 했을 것이고, 만약 없다고 대답했다면 점쟁이는 "없었기에 다행이야. 만약 있었다면 당신은 큰 화를 당했을 거야"라고 답한다. 어떤 대답이든 점쟁이가 유리하게 맞춘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심리기술이다.

 

한 번 보면 재미로 넘기지만, 두 번 세 번 가다 보면 마음 한켠에 이런 생각이 든다. “이상하게, 저 사람이 한 말이 꽤 자주 맞는 것 같다.” 과연 점쟁이의 예언은 정말 확률적으로 높은 적중률을 자랑할까. 아니면 우리의 머릿속에서 통계가 왜곡되고 있을까. 이 질문을 풀려면, 점쟁이가 주로 어떤 종류의 말을 하고, 우리가 나중에 무엇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

 

첫 번째 포인트는 ‘맞기 쉬운 말만 한다’는 점이다. 점쟁이가 예측하는 사건 중 상당수는 대부분 일반적인 내용이다. “직장에서 스트레스가 있다”, “가족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한다”, “돈 문제로 고민이 있다”는 말은 통계적으로 많은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다.

 

경기 불안, 고용 불안, 인간관계 스트레스, 취업과 대학입시가 일상화된 한국 사회에서는 특히 그렇다. 이미 높은 확률로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을, 미래 예측의 형태로 포장하면, 실제로 일어났을 때 “역시 맞췄다”는 인식이 강화된다.

 

두 번째는 인간 기억의 편향이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 의미를 부여한 사건만 선별적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점집에서 한 시간 동안 수십 가지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중 나와 전혀 맞지 않던 말은 금세 잊혀지지만, 나중에 실제로 비슷한 일이 벌어진 몇 가지 예언은 오랫동안 남는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면, 원래는 애매하게 표현된 말도 점점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기억되는 경향이 있다. “올해 건강 조심하라”는 말이었는데, 몇 년 뒤에는 “폐렴까지 집어 말했다”고 기억이 수정되는 식이다.

 

세 번째는 ‘집단적 확률’이다. 사주처럼 구조가 제한된 체계에서, 이론상 조합 수는 무한하지 않다. 같은 사주 구조를 가진 사람이 전 세계에 수천, 수만명씩 존재할 수 있다.

 

명리학 자료를 보면, 사주팔자의 경우 이론상 패턴 가짓수는 대략 51만 8,400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를 전 세계 80억 인구에 대입하면, 동일한 사주 구조를 가진 사람이 약 1만 5,432명씩 존재할 수 있다. 이 말은 곧, “올해 이 사주는 연애 운이 좋다”라는 식의 예측이 전 세계 1만명 이상에게 동시에 적용될 수 있다.

 

즉 그 중 일부에서 실제 연애·결혼·이별 이벤트가 발생하는 것은 통계적으로 당연한 일이라는 뜻이다. 그 1만명 중 몇 명이 “정말 정확했다”고 SNS나 입소문으로 전파하면, 점쟁이의 예언 능력은 과장된 형태로 사회적 공간에 각인된다.

 

결국 “점쟁이의 예언이 확률적으로 맞을 확률이 높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법한 일반적 사건을 ▲통계적으로 맞기 쉬운 시점에 배치하고 ▲이후 사람들의 기억 편향과 집단적 증언이 이를 증폭시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기억의 선택, 애매한 표현의 재해석, 집단적 확률이 맞물리면, 개인의 체감 속에서 점쟁이의 적중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여기에 “평소 나를 잘 모르는 사람이,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는 놀라움이 더해지면, 우리는 그 몇 번의 적중을 과대평가하게 된다.

 

반대로, 틀린 예언은 “내가 조심해서 피해갔다”거나 “환경이 달라져서 바뀐 것” 정도로 쉽게 정당화하면서, 점쟁이의 실패를 점쟁이가 아닌 ‘상황 탓’으로 돌린다.

 

그래서 통계의 언어로 다시 묻는다면, “점쟁이의 예언이 확률적으로 맞을 가능성이 높느냐”는 질문의 답은 애매하다. 예언 그 자체의 놀라운 정확성 때문이라기보다, 맞기 쉬운 말이 선별적으로 사용되고, 우리의 기억이 거기에 맞춰 편집되기 때문에, ‘맞는 것처럼 보이는 확률’이 높아지는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 함정을 이해하고 나서도 점집을 찾을 것인가. 그렇다면 적어도, “이 말이 정말 예언인지, 아니면 통계적으로 맞기 쉬운 표현인지”를 한 번쯤은 의심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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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점에 대한 논쟁은 늘 단순한 이분법으로 흘러가기 쉽다. “미신이니 믿지 말라”는 쪽과, “신기가 있으니 무조건 믿어야 한다”는 쪽이 서로를 비웃는다. 그러나 과학 연구와 철학적 관점을 함께 놓고 보면, 점은 이 둘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회색지대’에 있다. 과학은 점술의 예측력이 제한적이라는 증거를 내놓지만, 동시에 점괘가 사람의 행동을 바꾸고, 삶을 재구성하는 데 실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흥미로운 것은, 실험실 환경에서 진짜 운세와 무작위 운세의 ‘정확성 체감’은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연구도 존재한다. 한 연구에서 참가자들은 실제 생년월일 기반 운세와 임의로 섞은 운세를 비슷한 수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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