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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내궁내정] “왜 점집에 가면 나쁜 얘기부터 할까”…손실회피 본능을 겨냥한 점쟁이 언어의 기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점집에 들어서면, 많은 이들이 비슷한 경험을 한다. “올해는 운이 좀 세다”, “건강 운이 안 좋다”, “사고수 조심해야 한다” 같은 말이 맨 먼저 튀어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부정적인 문장들이 점쟁이의 ‘실수’를 줄이고, ‘적중률’을 높이는 데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인간의 뇌가 손실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점쟁이의 언어 전략은 이 본능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행동경제학이 보여준 것처럼,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에 더 고통을 느끼고, 두 배 이상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손실회피(loss aversion) 경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좋은 일 생긴다”는 말보다 “안 좋은 일 조심하라”는 경고가 훨씬 강하게 기억에 남는다.

 

손실회피 개념은 이스라엘 출신 인지심리학자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와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 1979년 ‘전망이론(Prospect Theory, An Analysis of Decision under Risk)’을 제안하면서 처음 체계적으로 제시했다. 실험과 분석 결과, 많은 연구에서 사람들은 보통 -100의 손실을 감수하려면 최소 +200 정도의 잠재적 이익이 있어야 ‘그래도 해볼 만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를 두고 “손실의 심리적 무게가 이익의 약 두 배”라는 표현이 널리 쓰인다. 그래서 손실회피 계수(lambda)가 2 부근이라는 추정이 널리 인용된다.


또 손실회피는 전망이론에서 ‘가치함수(value function)’의 비대칭성을 설명하는 핵심 요소다. 전망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절대적인 부(wealth) 수준이 아니라 어떤 기준점(reference point)을 기준으로 한 이득과 손실을 평가하고, 이 때 손실 구간의 기울기(가치 감소 속도)가 이득 구간의 기울기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나는데, 이 비대칭을 손실회피 경향으로 해석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손실 중인 종목을 합리적 시점에 정리하지 못하고 ‘본전 올 때까지 버티기’에 집착하고, 소비자는 새로운 상품을 시도하기보다 익숙한 브랜드·메뉴를 반복 선택하면서 ‘혹시라도 실패할지 모른다는 손실 위험’을 피하려는 패턴을 보인다.

 

점집에서 부정적인 말이 먼저 나오는 이유 역시 그 말이 고객의 집중력을 한순간에 끌어올리고, 이후 상담 전반에 ‘진지함’의 분위기를 깔아주기 때문이다. 부정적 언어는 곧 위기감과 긴장감, 그리고 상담자에 대한 주의를 동시에 확보하는 효과적인 도구다.

 

또 하나의 이유는, 부정적인 예언이 구조적으로 ‘틀리기 어려운’ 형태라는 점이다. “이성운이 안 좋다”, “직장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은, 실제로 사건이 생기면 “그래서 조심하라고 했다”는 식으로 설명을 맞출 수 있고, 큰 문제가 없으면 “당신이 경고를 듣고 잘 피해간 것”이라고 다시 해석할 수 있다.

 

확률적으로 그럴 개연성이 상당이 높으며, 결과가 어찌 되든 예언을 ‘일부 맞은 것’으로 포장할 여지가 늘 남는다. 조건문과 여지를 많이 남기는 모호한 표현은, 사후 해석의 공간을 넓혀 점쟁이의 실패확률을 낮추는 장치다.

 

전통적인 사주·팔자 시스템의 구조도 부정적 메시지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 팔자의 이론상 조합 수는 한정돼 있고, 그 안에서 무수한 개인 차이를 설명하려면 ‘위험이 두드러지는 시기’, ‘관재수·사고수’ 같은 변수에 자연스럽게 더 큰 비중을 두게 된다. “이 해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현실의 크고 작은 불행과 결합하기 쉽고, 듣는 사람 입장에서도 기억하기 쉽다. 그 결과, 점집에서의 상담은 삶의 긍정보다 ‘재난·리스크 관리’ 쪽으로 치우친 언어 구조를 띠게 된다.

 

결국 점집의 부정적인 첫마디는 단순한 미신의 산물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전략으로 읽을 수 있다. 위험과 손실에 유난히 민감한 인간의 뇌, 사후 해석이 쉬운 애매한 언어, 팔자 체계가 가진 구조적 한계가 겹치면서, “나쁜 얘기부터 꺼내는 점집”이라는 풍경은 오늘도 반복된다. 문제는 그 언어가 실제로 미래를 바꾸는 예언이냐가 아니라, 그 언어를 듣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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