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프랑스 국립농업식품환경연구소(INRAE)가 소가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용해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를 구별하고 이를 연결 짓는 고등 인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5월 2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된 이 연구는 소의 사회적 인지 능력에 대한 기존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만한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능력은 지금까지 극소수의 다른 종에서만 확인된 바 있다.
32마리 대상 교차감각 실험
eurekalert, thetimes, ksp.etri, journals.plos, biorxiv, sciencedirect, Phys.org에 따르면, 오세안 아미쇼(Océane Amichaud)와 레아 랑사드(Léa Lansade) 연구팀은 평균 생후 21.6개월(±15.3개월)의 홀스타인 젖소 32마리를 대상으로 시각 선호도 테스트와 교차감각 인식 테스트를 실시했다. 실험은 두 개의 스크린에 익숙한 사육사와 낯선 사람의 얼굴 영상을 동시에 8초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각 선호도 테스트에서 소들은 낯선 사람의 얼굴을 유의미하게 더 오래 응시했다(p=0.028). 첫 응시 지속시간과 총 응시 지속시간 모두에서 이러한 경향이 확인됐다(각각 p=0.013, p=0.028). 연구팀은 "이는 소가 시각 정보만으로도 익숙한 사람과 낯선 사람을 구별할 수 있다는 명확한 증거"라고 밝혔다.
목소리-얼굴 매칭 능력 확인
더 주목할 만한 결과는 교차감각 인식 테스트에서 나왔다. 영상과 함께 음성을 재생했을 때, 소들은 목소리와 일치하는 얼굴이 나오는 화면을 유의미하게 더 오래 바라봤다(p=0.014). 첫 응시 지속시간에서는 더욱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p=0.002).
음성은 약 70dB 강도로 재생됐으며, 모든 남성 피험자의 음성은 평균 RMS(Root Mean Square) 값인 -25dB로 표준화됐다. 연구팀은 "소가 서로 다른 감각 채널의 정보를 통합해 특정 인물에 대한 다감각 표상(multimodal representation)을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박수 모니터링 결과, 익숙한 목소리와 낯선 목소리에 대한 심박수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평균 심박수: 익숙한 목소리 84.84±9.51bpm, 낯선 목소리 87.59±11.51bpm, p=0.313). 이는 소의 인식 과정이 공포나 스트레스가 아닌 순수한 인지 능력에 기반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극소수 종에서만 확인된 능력
교차감각 인식 능력은 시각과 청각 정보를 통합해 특정 개체를 인식하는 고등 인지 처리 능력으로, 지금까지 말, 개, 사육 중인 대형 고양잇과 동물 등 극소수 종에서만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소를 대상으로 교차감각 패러다임을 적용한 첫 사례"라며 "2D 영상만으로도 소가 인간의 얼굴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강조했다.
레아 랑사드 선임연구원은 "소는 모든 인간을 구별되지 않는 단일 범주로 인식하지 않으며, 이전에 만난 개인을 구별하고 인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22마리의 데이터를 시각 선호도 분석에, 17마리의 데이터를 교차감각 분석에 활용했다.
가축복지 개선 실마리
이번 연구 결과는 가축복지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소가 개별 인간을 구별하고 친숙한 관리자에 대한 심적 표상을 형성할 수 있다면, 농장에서의 인간-동물 상호작용 품질이 동물의 일상 경험에 측정 가능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일관된 사육 직원을 유지하고, 관리자들이 여러 감각 채널에 걸쳐 일관된 행동을 채택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최근 긍정적 복지(positive welfare) 정의는 주로 긍정적인 정신 상태를 경험할 기회를 강조하는데, 소의 사회인지 능력은 개인 프로필에 따라 행동을 조정함으로써 적응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후속 연구에서 소가 상호작용하는 사람에 따라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지 탐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인간-동물 관계에서 동물의 주도성(agency)을 반영할 수 있는 능력으로, 긍정적 복지의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과학기술 분야 전문가는 "이번 연구는 약 1만500년 전 가축화된 소(Bos taurus taurus)가 인간과의 긴 공진화 역사를 통해 발달시킨 복잡한 사회인지 능력을 입증한 것"이라며 "오랫동안 과소평가되어 온 가축의 인지 능력에 대한 과학계의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린 성과"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