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서울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한강의 평균 폭은 약 1.2km로, 파리 센강(약 200m), 런던 템즈강(약 265m), 쾰른 라인강(약 350m) 등 세계 주요 도시를 흐르는 대표 하천보다 몇 배나 넓다. 한강은 파리 센강의 약 6배, 런던 템즈강의 약 4.5배, 쾰른 라인강의 약 3.4배 폭을 가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초광폭 도심 하천’이다.
이외에 모스크바 모스크바강 150m, 로마 테베레강 88m, 베를린 슈프레강 50m, 마드리드 만사나레스 40m 등 다른 도시 속 강의 폭도 한강을 따라잡긴엔 역부족이다.
이 때문에 한강을 처음 보는 외국인 관광객이나 주한 외국인들 사이에서 “이건 바다 아니냐”는 반응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반복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도심을 완전히 관통하는 국가 1급 하천이 이 정도 폭을 유지하며 흐르는 사례 자체가 세계적으로 드물다는 점에서, 한강의 스케일은 분명 서울 도시 경관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1980년대, ‘악취 나는 강’을 뒤집은 국가 프로젝트
지금의 한강을 이해하려면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빼놓을 수 없다. 1960~70년대 급속한 산업화와 인구집중으로 한강은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가 그대로 흘러드는 ‘도시 하수 통로’에 가까웠고, 물고기 떼죽음과 악취 민원이 보도될 정도로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돼 있었다.
이 상황을 뒤집기 위해 정부는 1982년부터 1986년까지 약 4년에 걸쳐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추진했다. 국가기록원과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이 사업에는 하수처리시설 조성에만 5,427억원(당시 기준) 규모의 공사비가 투입됐고, 탄천·중랑천·안양천·양재천·불광천 등 지류를 따라 총연장 274km에 달하는 분류하수관로가 설치됐다.
또 서울 도심 하수의 한강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난지, 안양, 탄천 등 대형 하수처리장을 신설해, 기존 중랑하수처리장을 포함한 4개 처리장에서 하루 약 360만톤 수준의 오·폐수를 정화한 뒤 방류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당시 정부는 팔당댐과 잠실 수중보 수문을 동시에 열어 약 1,040만톤의 한강물을 ‘물갈이’ 하는 대청소를 실시하는 등, 지금 관점으로 봐도 공격적인 정화 작업을 이어갔다.
물론 이 과정이 완전무결했던 것은 아니다. 잠실·신곡 수중보로 인한 정체 구간 악취와 오염 문제는 1980~90년대 내내 언론의 비판 대상으로 남았고, 일부 구간은 지금도 다른 국내 하천과 비교하면 수질 개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1980년대 이후 본격 가동된 하수처리·관로 시스템이 한강 수질 회복의 결정적인 전환점이었던 점에는 이견이 적다.

‘회색 콘크리트 강’에서 도시 생태계 보고로
한강 개발의 1막이 ‘오염 차단과 치수’였다면, 2막은 생태계 회복이다. 서울시는 2000년대 이후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흙과 모래를 채운 자연형 호안과 습지를 단계적으로 복원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2007년과 비교해 2020년대 중반 현재 한강 자연형 호안 비율은 약 80~90% 수준까지 회복됐고, 한강변 자연형 호안 조성 길이는 49.5km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한강 수목은 약 4배 이상 증가했고, 서식 생물종 역시 약 30% 늘어나 ‘도심 생태계 보고’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강화됐다.
수치적으로도 이는 입증된다. 2025년 기준 한강변 82km 호안 중 자연형으로 복원 가능한 57.1km 가운데 49.5km, 즉 약 86%를 자연형 호안으로 되살렸다. 2026년까지 추가 구간을 복원하면 자연형 호안 비율은 약 94%에 도달할 전망이다.
또 2007년 199만 그루였던 한강변 수목은 2020년대 약 365만 그루로 1.8배 늘었고, 한강에 서식하는 생물종 수는 같은 기간 1,608종에서 2,062종으로 약 28.2% 증가했다.

서울시는 여의도 샛강·암사·난지·강서습지생태공원을 포함한 5개 한강 생태공원을 재정비하면서,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이자 천연기념물인 수달, Ⅱ급 삵과 맹꽁이, 황조롱이·수리부엉이 등 천연기념물 조류의 서식을 반복적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여의도 샛강, 강서습지, 암사 생태공원 등 한강변 핵심 구간에는 철새를 위한 습지와 저수 공간이 마련됐고, 이 일대는 겨울철 철새 관찰과 도심 생태 교육의 상징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서울시는 ‘한강르네상스’에 이어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형 호안 확대, 생태공원 재정비 등 ‘한강 자연성 복원 2단계’ 작업을 계속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수달은 이 복원의 상징적인 얼굴이다. 환경부와 서울시 조사에서 멸종위기종인 수달의 한강·지류 서식이 반복적으로 확인되면서, 한강은 ‘수달이 돌아온 강’ '수달이 노는 생태계'로 국제 학술 자료에도 인용되고 있다.

폭 1.2km, 도시 열섬을 식히는 거대한 바람길
게다가 한강은 서울의 ‘바람길’로서 기후·환경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평가가 많다. 한강은 태백산맥에서 발원해 강원도·충북·경기·서울을 동서로 가로질러 황해로 흘러가는 514km 길이의 국가 1급 하천으로, 서울 구간은 동서로 길게 트인 저지대 수로 역할을 하며 대기 순환을 돕는다.
서울시는 한강의 바람길을 유지하기 위해 한강변 고도 제한과 스카이라인 관리, 친환경 건물 설계 등을 도시계획에 반영해 왔다. 강변에 과도한 고층 빌딩 벽을 세우지 않고 일정한 개방감과 녹지를 확보함으로써 한강 냉기가 도심 내부까지 유입되는 통로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홍수 조절 기능도 한강 도시계획의 핵심 축이다. 팔당댐, 잠실 수중보 등 상·하류 수량 조절 시설은 계절과 강우 패턴에 따른 수위 변동을 관리해, 우기에는 홍수 위험을 낮추고 건기에는 수로가 말라붙지 않도록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1960~70년대 반복되던 한강 범람과 침수 피해를 현재 수준으로 낮춘 데에는 이러한 인프라가 기여했다는 평가다.
도시계획 및 공간설계 전문가는 "과거엔 악취 나는 개발 대상, 지금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초대형 도심 생태·여가 공간으로 포지셔닝된 한강은 도시사적으로 보기 드문 변신 스토리를 완성했다"면서 "한강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밀리지 않을 만큼의 대한민국의 자랑거리라는 점에서 ‘대한민국 도시계획의 레전드’라고 충분히 부를만 하다"고 평가했다.
역사문화학 전문가는 "한강은 한국 사회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라면서 "산업화 시기에는 강은 공장을 돌리는 물이었고, 민주화 시기에는 수많은 집회와 행진이 한강 다리 위와 둔치를 지나며 시민이 모이는 정치적 공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늘날에는, 미세먼지 속 자전거를 타고, 강변 잔디밭에서 배달 음식을 나눠 먹고, 밤 풍경을 배경으로 SNS 라이브를 켜는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겹치며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는 무대로 자리잡았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