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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내궁내정] “AI도 매처럼 길들여야 한다"… 매 훈련 시스템으로 본 AI 학습의 비밀

응사가 매를 다루듯, 인간은 AI를 길들인다
산지니 vs 보라매, 범용 AI vs 특화 AI
응방에서 데이터센터로, 지능을 감시·관리하는 새로운 응사들
하늘의 눈, 실리콘의 두뇌… 매와 AI가 가리키는 미래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AI를 매에 비유하면 추상적 기술이 한순간에 구체적인 장면으로 바뀐다. 야생 매(산지니)가 수십 일의 길들이기 끝에 ‘보라매’로 거듭나듯, 초거대 AI 모델도 수십억 개의 데이터와 수 주~수개월에 걸친 학습 과정을 거쳐 비로소 인간과 함께 쓸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유네스코가 60개국 이상에서 전승되는 매사냥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했듯이,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는 AI를 안전하게 길들이기 위한 윤리·규제 프레임을 잇달아 내놓으며 새로운 ‘디지털 응방’을 짓고 있다. 결국 매 훈련과 AI 학습·사용을 나란히 놓고 보면, 인간은 여전히 강력한 포식자를 길들이는 방식으로만 새로운 지능과 공존할 수 있다는 냉정한 진실이 드러난다.

 

가장 빠른 새 vs 가장 빠른 계산기


‘매’는 낙하 시 시속 389.46km, 초당 약 106m를 돌진하는 지구상 가장 빠른 생물 가운데 하나다. 송골매는 이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새로 올라 있고, 조류가 공룡의 일종이라는 가설을 적용하면 인류가 길들인 역사상 가장 빠른 ‘공룡’이기도 하다.

 

현대의 대형 AI 모델은 초당 수조 번의 연산을 수행하며 인간이 평생 처리할 수 없는 양의 패턴 계산을 순식간에 끝내는 ‘가장 빠른 계산기’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자연이 만든 속도의 끝단과 인간이 만든 계산 능력의 끝단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시력 8배 vs 데이터 감지 해상도

 

매는 사람보다 약 8배 멀리 볼 수 있을 만큼 시력이 뛰어나며, 인간보다 5배 이상 조밀한 시세포가 황반에 분포해 멀리 있는 먹잇감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감지한다. 반면 AI는 고해상도 ‘눈’을 대신하는 데이터 센서를 통해 픽셀, 텍스트 토큰, 로그 데이터 등 수십억 개의 특성을 동시에 읽어들여 인간이 육안으로 분간하기 어려운 패턴을 추출한다.

 

매에게는 시야의 넓이와 선명도가 생존과 사냥의 조건이듯, AI에게는 학습 데이터의 양과 질이 모델의 성능과 편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길들인 보라매 vs 학습된 모델


전통 매사냥에서 인간은 야생 매를 ‘받아’ 30~40일간 환경에 적응시키고 손, 시장, 사람, 소리에 익숙하게 만들며 신경을 진정시키는 ‘매 푼다’ 과정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은 먹이 보상, 반복, 점진적 난이도 상승을 통해 꿩 사냥에 적합한 ‘보라매’로 길들인다.

 

머신러닝에서도 무작위로 초기화된 모델에 대규모 데이터셋을 반복적으로 입력하고 손실 함수에 따라 가중치를 조정하면서, 특정 목적(번역, 코드 생성, 이미지 생성 등)에 특화된 파라미터 구성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거친다. 매가 길들여지는 데 수십 일이 걸리듯, 초거대 언어모델 하나를 학습시키는 데 수천~수만 개의 GPU와 수 주~수개월의 연산 시간이 소요된다.

 

응방 시스템 vs AI 파이프라인


고려·조선 시대에는 왕실이 응방을 두고, 응사와 응방군이 매를 사육·관리하며 왕의 매사냥을 전담했다. 이 조직은 매 포획, 사육, 훈련, 장비 제작까지 하나의 수직 통합된 ‘사냥 파이프라인’을 구성했다.

 

오늘날 AI 개발 조직 역시 데이터 수집, 정제, 레이블링, 모델 설계·훈련, 배포, 모니터링까지 이어지는 MLOps 파이프라인(Machine Learning Operations, 전 과정을 하나의 ‘공장 라인'처럼 자동화·관리하는 운영 체계)을 갖추며, 데이터 엔지니어·모델러·옵스 팀이 응방의 역할을 나눠 맡는다.

 

과거 응사가 국가적 고위 관직(종2품)으로 대우받았듯, 글로벌 테크 기업에서 AI 아키텍트·리서처는 회사의 전략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력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AI 인력난과 고액 연봉 경쟁이 그 상징이다.

 

시치미와 식별 태그 vs AI 거버넌스와 데이터 라인리지(lineage)


매의 꼬리깃에 달아 주인을 표시하는 ‘시치미’는 오늘날로 치면 개체 식별자이자 소유권·책임의 표식이다. 이것이 떨어지면 매의 출처를 알 수 없게 되고, 여기서 ‘시치미를 떼다’라는 표현까지 생겨났다. A

 

I 영역에서도 학습 데이터와 모델의 출처, 버전, 사용 제한을 명확히 남기는 데이터·모델 카탈로그, 라이선스 메타데이터, 로그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으며, 저작권 분쟁과 딥페이크 논란 속에서 ‘누가 만든 모델인가, 어떤 데이터로 길렀는가’를 추적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매에 시치미를 달아 책임을 명시했듯, AI에도 데이터 라인리지(lineage)와 책임의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는 논의가 국제 보고서와 학계에서 확대되고 있다.

 

해동청의 국제 네트워크 vs 글로벌 AI 생태계


매사냥은 201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됐고, 당시 한국·몽골·카자흐스탄·카타르·벨기에·오스트리아·UAE·프랑스 등 11개국이 참여한 뒤 현재 18개국으로 확대됐다. 2017년에는 86개 회원국이 가입한 세계매사냥보전협회(IAF)에서 한국이 정회원국이 되며, 매사냥은 세계적인 문화 네트워크 속에서 보호와 교류의 대상이 됐다.

 

AI 역시 OECD, EU, 유네스코, 각국 정부와 기업, 학계가 얽힌 글로벌 거버넌스의 이슈로 떠올랐고, AI 윤리 원칙·안전 기준·표준화 논의를 통해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재정의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천연기념물 보호 vs 안전한 AI 사용

 

참매·황조롱이는 우리나라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고, 야생 매를 개인이 임의로 사육·사냥에 쓰는 것은 금지돼 있다.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에서 교육을 이수하고 도제응장 제도에 합격해야 제한적 사육이 허용되며, 현재 공식 응사는 두 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AI도 무분별한 개발과 사용이 개인정보 침해, 차별적 편향, 가짜뉴스 확산 등의 위험을 키우면서 유럽연합의 AI Act, 각국의 AI 윤리 가이드라인, 교육현장의 AI 활용 지침 등으로 규제와 안전장치가 구축되고 있다. 천연기념물을 함부로 길들이지 못하듯, 강력한 AI 또한 통제·감독 없이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응사의 생활비와 AI ‘보전 비용’


대전과 전북 진안에 전통 매사냥이 지방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고, 보유자는 지자체로부터 월 70만~80만원 수준의 전승활동비를 받지만 이수자에게는 지원이 거의 없어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고도의 전통 기술이 시장 수익 구조와 잘 연결되지 못할 경우, 숙련 인력의 생계와 전승이 동시에 위협받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AI 분야에서도 데이터 레이블링 노동자, 안전·윤리 검토 인력 등 ‘보이지 않는 손’들의 처우와 지속 가능성이 논란이 되고 있으며, 초거대 모델의 전력 사용과 탄소 배출, GPU 인프라 비용 등 유지비 구조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 중이다. 매사냥이든 AI든, 시스템을 유지·보전하기 위한 인력과 자원의 가치를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가 공통의 과제로 떠오르는 셈이다.

 

산지니 vs 파인튜닝되지 않은 모델


산에서 제 힘으로 자란 매 ‘산지니’는 길이 잘 들지 않아 배가 부르면 먹이를 남기고 날아가 버리기 때문에 사냥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매사냥꾼들의 경험칙이다. 반대로 새끼 때부터 사람 손에서 길러진 보라매·육지니는 인간과의 교감과 복종을 바탕으로 정밀한 사냥 임무를 수행한다.

 

AI 세계에서 사전학습(pre-training)만 하고 특정 도메인에 맞춘 미세조정(fine-tuning)이나 안전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모델은, 산지니처럼 통제 불가능하고 예측하기 힘든 출력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특정 산업 데이터, 안전 규칙, 윤리 가이드를 반영해 파인튜닝된 모델은 기업용·교육용·의료용으로 훨씬 안정된 성능과 신뢰도를 보이며, 이는 ‘길들인 매’와 ‘야생 매’의 기능 차이와 닮아 있다.

 

꿩사냥 프로토콜 vs AI 인퍼런스 절차


매사냥에서는 몰이꾼과 털이꾼이 산줄기를 쓸어 꿩을 날려 보내고, 매꾼이 산마루에서 상황을 관찰하다 꿩이 뜨는 순간 보라매를 날린다. 사냥꾼이 너무 일찍 도착하면 살아 있는 꿩을 회수할 수 있지만, 늦으면 꿩은 이미 눈이 빠지고 머리가 깨져 죽어 있다는 디테일은 ‘타이밍’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AI 인퍼런스(추론)에서도 적절한 타이밍과 맥락, 프롬프트 디자인, 후처리 절차가 결과의 품질을 가른다. 실시간 번역, 자율주행, 금융 알고리즘 트레이딩처럼 시간에 민감한 시스템에서는 몇 밀리초의 지연이 사고·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응사의 발걸음과 마찬가지로 인퍼런스의 지연과 동기화가 핵심 설계 요소가 된다.

 

빅테크 전문가는 "‘AI를 매처럼 훈련시킨다’는 말의 의미는 과학적으로 보면 매 훈련과 AI 학습은 모두 반복 노출과 보상(혹은 손실 최소화)을 통한 패턴 형성, 환경 적응과 잡음 제거를 통한 안정화, 과도한 자율성을 통제해 사람과의 협업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적으로 보면 매사냥이 한때 왕과 귀족의 권력을 상징하는 고급 스포츠이면서, 동시에 마을 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레저이기도 했듯이, AI도 빅테크의 전략 자산인 동시에 전 세계 이용자들이 스마트폰·SNS를 통해 일상적으로 쓰는 도구가 되었다. 매를 잘못 길들이면 사람을 공격하거나 사냥에 실패하듯, AI를 잘못 설계하면 혐오·차별·허위 정보를 확산시키는 디지털 포식자로 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두 시스템을 나란히 놓고 볼 때 더 선명해진다.

 

결국 AI 학습과 사용을 매 훈련에 비유한다는 것은, 강력한 능력을 가진 존재를 인간 사회와 공존 가능한 파트너로 길들이는 일이라는 자각을 공유하자는 제안에 가깝다. 매와 응사의 긴장된 공존처럼, AI와 인간의 관계도 어느 한쪽의 절대적 지배가 아니라, 상호 의존과 통제가 교차하는 미묘한 균형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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