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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세기의 AI 재판, 시효에 막혔다”···머스크 완패가 오픈AI IPO에 던진 숫자의 메시지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세기의 AI재판’이라 불리던 빅테크간 분쟁 1라운드에서 오픈AI가 승리했다.

 

5월 1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법 오클랜드지원 배심원단 9명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제기한 ‘공익신탁 의무 위반’과 ‘부당이득’ 청구를 모두 시효 만료로 기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평결을 만장일치로 내렸다. 민사소송상 공익신탁 의무 위반의 소 제기 기간은 침해 인지 시점부터 3년, 부당이득은 2년으로 규정돼 있는데, 배심원단은 머스크가 관련 사실을 2021년 8월 이전에 알고 있었다고 봤다.

 

머스크가 실제 소장을 낸 시점은 2024년 8월이어서, 가장 긴 3년 기한조차 1년 이상 넘겨 제기된 ‘시간에 진 소송’이 됐다는 게 배심 판단의 핵심이다.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연방판사는 배심 평결 직후 “배심 결론을 뒷받침하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며 머스크 측 청구를 일괄 기각했다. 형식상 배심 평결은 권고에 불과하지만, 재판부가 실시간으로 수용하면서 사실상 3주 가까이 이어진 공방이 배심원단의 2시간 미만 숙의로 허무하게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머스크는 "샘 올트먼 CEO가 그간 '걱정 말라'는 취지로 자신을 안심시켜 소 제기가 늦어졌다"고 주장했지만, 배심원단은 설득력 없는 자기합리화로 판단했다. 시효 경과 여부는 사실 인정의 영역인 만큼, 항소심에서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로이터와 CNBC 등 주요 매체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공익단체를 훔쳤다” vs “위선적 견제”


머스크는 비영리 운영을 전제로 오픈AI에 3800만 달러(약 5000억원 안팎)를 출연했는데,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먼 사장이 영리 기업 구조로 전환해 자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올트먼·브록먼이 “공익단체를 훔쳤다”며 두 사람의 해임과 함께, 이들이 취득한 이익 1340억 달러(약 200조원) 상당을 비영리 상위단체인 오픈AI 재단에 반환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오픈AI는 머스크가 영리 전환 계획을 초기부터 알고 있었고, 자신이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하자 이사회에서 떠난 뒤, 경쟁사 xAI를 세운 상황에서 시장 견제 목적으로 소송에 나섰다고 반박해 왔다. 배심원단이 시효 만료를 인정했다는 것은, 머스크가 주장하는 ‘뒤통수’가 아니라 이미 인지하고 있던 사업 구조 변화를 사후에 문제 삼았다는 오픈AI 논리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오픈AI 내부 이해관계와 관계사 네트워크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브록먼 사장이 보유한 오픈AI 지분 가치가 약 300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법정 증언을 통해 처음 공식화됐고, 머스크와 시본 질리스 전 오픈AI 이사의 연인 관계 및 그를 통한 내부 정보 전달 정황도 공개됐다. 이 숫자는 오픈AI 내부 핵심 인력에게 이미 ‘빅 테크급’ 부 창출 메커니즘이 작동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숫자로 본 시장의 1차 반응


판결 직후 미국 증시는 AI 대표 플레이어들에 엇갈린 시그널을 보냈다. 테슬라 주가는 현지 시각 18일 나스닥에서 약 2.9~3.0% 하락하며 3거래일 연속 조정을 기록했다. 반면 오픈AI의 핵심 파트너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같은 날 0.3%대(약 0.38%) 소폭 상승해 423.54달러에 마감, ‘법적 불확실성 해소 프리미엄’을 일부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머스크에게도 이번 판결이 당장 테슬라 실적에 구조적 타격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xAI를 중심으로 한 ‘머스크 AI 구상’의 법적·정치적 발언력이 떨어졌다는 점이 투자자 심리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대로 오픈AI와 MS는 재판 리스크를 걷어내며, AI 슈퍼컴퓨팅 투자를 둘러싼 시장의 긴장감 속에서 한 가지 변수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픈AI IPO, ‘법적 리스크 −1, 사업 리스크 +α’


오픈AI는 연내 또는 중기적인 IPO를 가로막던 굵직한 법적 리스크 하나를 덜게 됐다. 앞서 2025년 MS-오픈AI 파트너십 연장 합의로 구조·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정리한 데 이어, 머스크 소송까지 일단락되면서 규제·소송 리스크는 눈에 띄게 감소한 모양새다.

 

그러나 숫자와 사업모델 측면에서의 과제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오픈AI는 스타게이트로 불리는 차세대 AI 슈퍼컴퓨터 구축에만 최대 1000억 달러(약 147조원) 투입이 거론되고, 막대한 연간 운영비와 누적 손실로 ‘비용의 덫’에 걸려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흑자 전환이 지연되는 가운데, 챗GPT 및 엔터프라이즈 구독 수익이 이 하드웨어·클라우드 비용을 어느 속도로 상쇄해 갈 수 있을지가 IPO 밸류에이션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비영리 사명을 저버린 영리화”라는 머스크의 정치·도덕적 공세를 법정 차원에서 일단 정리해 준 사건이자, 오픈AI가 앞으로 직면할 ‘숫자의 심판’(재무제표와 IPO 공모가를 둘러싼 시장의 냉정한 평가) 전선을 이동시킨 계기로 요약할 수 있다.

 

AI 패권 경쟁에서 법정 다툼은 줄었지만, 이제 남은 것은 수십억·수천억 달러 단위 투자와 수익성 검증이라는 보다 차갑고 계산적인 싸움이라는 점에서, 이번 배심 평결의 여진은 테크·금융 시장 전반에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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