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피자맛집 고피자(대표 임재원)가 ‘GTGO(지티지오)’로 사명을 변경하고, 글로벌 F&B 기업으로의 본격적인 도약에 나선다. 고피자가 ‘GTGO’로 사명을 바꾼 핵심 이유는 ‘1인 피자 브랜드’를 넘어, 푸드테크 기반 B2B·멀티 브랜드·글로벌 F&B 플랫폼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규정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으로 볼 수 있다.
푸드트럭에서 글로벌까지, 10년의 압축 성장
2016년 한 대의 푸드트럭에서 출발한 고피자는, 10년 만에 인도·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 등 11개국에 진출한 푸드테크 기반 피자 기업으로 성장했다. 서울투자진흥재단에 따르면 고피자는 이미 7개국 1,2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수준으로 규모를 키웠고, AI 오븐과 자체 푸드테크 기술을 앞세워 “피자의 미래를 혁신하는” 기업으로 소개된다.
1인용 피자라는 카테고리의 선점도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다. 고피자는 기존 ‘여럿이서 나눠 먹는 피자’의 틈새를 파고들어, 혼자서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1인 피자 시장을 정의한 브랜드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이 과정에서 피자를 ‘다이닝’이 아니라 ‘패스트푸드’로 구현하겠다는 전략을 통해 가격·속도·접근성 측면의 경쟁력을 키워 왔다.
이름이 말해주는 것… ‘GTGO’에 숨겨진 메시지
이번 사명 변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GTGO’라는 네 글자에 다층적인 의미를 심어 넣었다는 점이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GTGO는 ‘Good To Go’의 약자로 “언제든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준비가 된 상태”라는 자신감을 담고 있으며, 동시에 ‘Great Tech, Great Operation’, ‘Global Team, Global Opportunity’ 등 기술·운영·조직·기회를 통합한 중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브랜드 철학 측면에서 이는 ‘피자 회사’에서 ‘기술 회사’로의 자기 인식 변화다. 고피자는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 ‘고븐’·‘고븐 미니’, 파베이크 도우, 프랜차이즈 운영 솔루션 등 전 과정을 기술로 표준화·모듈화해 왔고, 이 성과를 인정받아 2022년에 이어 2025년 ‘대한민국 푸드앤푸드테크대상’ 푸드테크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수상 평가에서 “기술과 식재료, 서비스 시스템과 브랜드를 모두 아우른 종합 푸드테크 기업”이라는 문구가 사용된 점은, 사명 변경 이전부터 이미 회사 내부 정체성이 “피자 브랜드를 넘어선 푸드테크 기업”에 가까웠다는 방증이다.
또 ‘고피자(GOPIZZA)’는 제품(Product)의 이름이었고, ‘GTGO’는 플랫폼(Platform)의 이름에 가깝다. 전자가 특정 메뉴·경험에 묶인 이름이라면, 후자는 기술·운영·조직이 결합된 ‘시스템’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즉, “무엇을 팔 것인가”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시스템으로 전 세계에 음식을 공급할 것인가”로 질문 자체를 바꾸는 선언에 가깝다.
1인 피자에서 푸드테크 F&B 플랫폼으로
이번 사명 변경의 공식적인 배경은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정리된다.
첫째, 기존 ‘1인 피자’ 브랜드에서 벗어나, 인도에서 K-푸드 브랜드 ‘고추장’, K-디저트 브랜드 ‘달코미’를 론칭하는 등 다수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종합 F&B 기업으로의 확장이다. 둘째, 독자적인 푸드테크 기술력(파베이크 도우, AI 오븐, 스마트 토핑 테이블 등)을 기반으로, 자체 점포뿐 아니라 B2B 솔루션 사업까지 아우르는 사업 모델의 확장이다. 셋째, 이미 다수 국가에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 ‘K-피자’에서 ‘글로벌 푸드테크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글로벌 브랜딩 전략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GTGO’는 더 이상 점포 수만을 늘리는 프랜차이즈 회사가 아니라, “푸드테크 기반의 제조·공급·운영 솔루션을 여러 브랜드와 파트너에게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하는 과정에 놓여 있다. 외형적으로는 여전히 피자 오븐과 매장이지만, 내부적으로는 AI·머신러닝·표준화된 조리 모듈을 통해 외식업의 ‘반도체 공정’ 같은 것을 구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사명 변경의 숨은 드라이버…B2B와 글로벌이 끌어당기는 힘
사명 변경의 또 다른 동인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무게 중심’이 B2C에서 B2B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GS25와 CGV를 비롯해 1,500개 이상의 매장에 피자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는 회사 측 설명은, 이미 상당한 규모의 B2B 네트워크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B2B 파트너 입장에서는 특정 피자 브랜드가 아닌, “항상 일정한 품질·속도로 피자를 생산해 주는 푸드테크 솔루션 제공자”와 거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지점에서 ‘고피자’라는 제품 지향적 이름보다, ‘GTGO’라는 기술·운영 지향적 이름이 B2B 세일즈에 더 적합한 신호를 줄 수 있다. 외식이 아니라 ‘솔루션’·‘플랫폼’ 비즈니스를 한다고 말하려면, 브랜드 네이밍도 소비자 친화적 언어에서 기술·운영상의 신뢰를 강조하는 언어로 이동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관점에서도 사명 변경은 일종의 ‘언어적 전환’이다. 해외 미디어 노출이 늘면서, 고피자는 “5분 만에 완성되는 1인 피자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토종 푸드테크 피자 브랜드”로 소개되어 왔다. 그러나 피자라는 카테고리에 종속된 정체성만으로는 향후 K-푸드 브랜드, 디저트, 다른 F&B 카테고리 진출 시 브랜드 확장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GTGO라는 중립적이면서도 기술 지향적인 이름은, 피자를 넘어서는 향후 사업 영역 확장의 ‘빈 그릇’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 푸드테크와 ‘K-식품’ 브랜드 전략 맥락
한국 정부와 지자체, 투자기관들은 최근 몇 년간 ‘푸드테크’를 바이오·모빌리티에 이은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 사례를 강조해 왔다. 이 과정에서 고피자는 ‘AI 오븐’·‘스마트 토핑 테이블’ 등 구체적인 기술 성과를 내는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되어 왔고, 국내·외 투자 유치 성공 사례에서도 ‘푸드트럭에서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스타트업’의 전형으로 소개되고 있다.
‘고피자’라는 한 브랜드에 회사 이름을 묶어 둘 경우, 향후 M&A, 합작법인, 다양한 카테고리 확장 시 기업가치 평가에서 ‘피자 프랜차이즈’로 단순 분류될 위험이 있다. 반면 GTGO는 푸드테크 기업, 더 나아가 “푸드테크 기반의 글로벌 F&B 플랫폼”이라는 서사를 투자자·정책 당국·해외 파트너에게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K-콘텐츠·K-팝에서 K-푸드로 이어지는 ‘국가 브랜드 확장’ 흐름이다. 인도 시장에서 K-푸드 브랜드 ‘고추장’, K-디저트 브랜드 ‘달코미’를 론칭한 것은, 단순히 메뉴를 늘린 행위가 아니라 “한국적인 맛과 서사를 담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GTGO는 내부적으로는 기술 플랫폼이자, 외부적으로는 여러 K-브랜드의 ‘지주사’ 같은 역할을 암시하는 이름이 된다.
이름 바꾸기는 곧 서사 바꾸기
브랜드의 이름은 기업이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문장이다. 고피자가 GTGO로 바뀐 것은 단순한 알파벳 조합의 변경이 아니라, “우리는 더 이상 피자만 하는 회사가 아니다”라는 선언이자, “우리는 준비된(Ready) 기술·운영 플랫폼으로 세계 시장으로 나간다”는 자기 서사의 전환이다.
문화적으로 보자면, ‘고피자’는 한국적인 언어 리듬과 감성을 가진 이름이다. 그 안에는 ‘고(go)’, ‘고기(肉)’, ‘고(高)’ 등의 다의성이 겹쳐져 있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피자를 먹으러 가자”는 소비 행위 중심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반면 ‘GTGO’는 특정 언어권에 종속되지 않는 약어 형식으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네이밍 관습과 더 가까운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일정 규모를 넘어설 때 자주 겪는 ‘로컬 감성 vs 글로벌 확장성’의 선택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GTGO라는 이름으로의 전환은,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시도다. 이는 제품 중심에서 플랫폼 중심, 메뉴 중심에서 기술·운영 중심으로 산업 생태계의 인식축을 이동시키려는 일종의 ‘철학적 피벗’이다.
임재원 지티지오 대표는 “푸드테크는 단순히 조리 효율을 높이는 기술이 아니라, 산업 간 융합을 이끄는 새로운 매개”라고 언급했다. 이번 GTGO라는 이름은 그 ‘매개’의 주체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확장할 의지가 있는지를 보다 명확히 보여주는 하나의 표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