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인류의 압도적 오른손 선호가 ‘언어·도구·유전자’가 아니라 ‘직립 보행과 뇌 크기’라는 두 가지 진화 축으로 상당 부분 설명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BBC, eurekalert, journals.plos, dailybeirut, scientificamerican에 따르면, 모든 문화권에서 약 85~90%가 오른손을 쓰는 현상은 그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지만,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이를 영장류 전체 데이터를 통해 정량 분석해 “인간 특유의 이족보행 해부 구조와 비정상적으로 큰 뇌가 결합해 나타난 진화적 산물”이라는 가설을 통계적으로 뒷받침했다.
41종·2,025개체로 검증한 ‘손잡이 가설 종합 세트’
이번 연구는 옥스퍼드대 인류학·박물관 민족지학부 토마스 A. 퓌셸(Thomas A. Püschel) 박사와 레이철 허위츠(Rachel M. Hurwitz), 레딩대 크리스 벤디티(Chris Venditti) 교수가 공동 수행했으며, 국제 학술지 《PLOS Biology》 4월 27일자에 “Bipedalism and brain expansion explain human handedness(직립 보행과 뇌 확장이 인간의 손잡이를 설명한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옥스퍼드대는 5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논문을 대중에 소개했다.
연구팀은 원숭이·유인원을 포함한 41종 인류/영장류에서 총 2,025개체의 손 사용 데이터를 메타분석하고, 계통발생(phylogeny)을 반영한 베이즈 통계 모델을 적용해 손잡이 방향(MHI: mean handedness index)과 강도(MABSHI: mean absolute handedness index)를 동시에 추정했다. 이 과정에서 도구 사용, 식이, 서식지(수목성 vs 지상성), 체중, 사회 구조, 뇌 크기(두개강 용적), 이동 방식(이족보행 vs 나무 타기 등) 등 기존에 제기된 주요 가설들을 하나의 모형 안에 넣고 상대적 설명력을 비교한 것이 특징이다.
분석 결과, 호모 사피엔스의 MHI는 약 0.76으로 추정돼, 0에 가깝게 분포한 다른 영장류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극단적 오른손 편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을 제외한 축소 모델이 예측한 평균 MHI(0.0 근처)와도 극명한 대비를 이뤄, 인류는 영장류 전체 손잡이 분포에서 통계적으로 뚜렷한 이상값(outlier)이라는 점이 확인됐다.
직립 보행과 뇌 크기를 넣자 ‘이상값’이 사라졌다
하지만 뇌 크기(두개강 용적)와 팔다리 길이 비율(intermembral index)을 모형에 추가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팔다리 비율 지수는 팔 길이에 대한 다리 길이의 비를 나타내는 지표로, 값이 낮을수록 다리가 상대적으로 길어 이족보행에 더 특화된 해부 구조를 의미한다. 연구팀이 이 두 변수를 포함하자, 인간의 극단적인 오른손 편향은 더 이상 통계적 이상값이 아니게 되었고, “큰 뇌 + 길어진 다리(강한 이족보행 적응)”라는 조합 위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 패턴으로 설명 가능해졌다.
논문 저자들은 “인간의 손잡이는 단일한 유전자 스위치나 도구 사용 같은 특수한 행동 한 가지로 설명되기보다는, 직립 보행 과정에서 손이 이동 기능에서 해방되고, 이후 뇌가 크게 확장되면서 기능적 비대칭성이 강화된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짓는다. 다시 말해 오른손잡이는 인간만의 고유 현상이지만, 그 뿌리는 영장류 전체에 공통된 ‘이동 방식과 뇌 구조의 연속선상’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심원한 시간 속의 기울기… 아르디피테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까지
이 연구의 또 다른 핵심은 멸종한 호미닌(인간 계통)까지 모델을 확장해 “시간을 가로지르는 손잡이의 기울기”를 추적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화석에서 추정 가능한 뇌 용적과 팔다리 비율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르디피테쿠스(Ardipithecus),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 호모 에르가스터(Homo ergaster),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 네안데르탈인(Neanderthals),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 등 주요 호미닌 종의 MHI를 예측했다.
모델에 따르면, 초기 호미닌인 아르디피테쿠스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현생 대형 유인원과 유사한, 비교적 약한 수준의 오른손 선호를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호모 속이 등장하면서 두개강 용적이 커지고(유의미한 뇌 확대, encephalization), 다리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어지면서 이족보행이 강화되자, 호모 에르가스터·호모 에렉투스·네안데르탈인으로 이어지는 계통에서 오른손 편향이 점진적으로 증가하는 패턴이 나타났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이 추세의 정점에 위치하며, 인류 집단에서 관측되는 약 85~90% 수준의 오른손 비율을 잘 설명한다.
예외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의 1m 안팎 키와 작은 뇌 용적 때문에 ‘호빗’으로 불리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는 예상보다 훨씬 약한 오른손 편향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진은 그 이유로 “비정상적으로 작은 뇌”와 “직립 보행과 나무 타기가 혼재된 이동 방식”을 제시하며, 이 종이 해부·행동 특성상 오히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 더 가깝다는 기존 논의와도 맞닿는다고 설명한다.
‘언어·도구·유전자’ 중심 가설에 제동…“지나치게 인간 중심적”
이번 연구가 모든 손잡이 논쟁을 종결짓는 것은 아니다. 논문에 따르면, 도구 사용·사회 구조·서식 환경 등 여러 예측 변수는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했을 때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설명력을 보였고, 인간을 제외한 영장류 표본에서는 일관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기존 가설 상당수가 지나치게 인간 중심적(overly anthropocentric)”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는 언어와 좌뇌 특화, 도구 기술, 특정 유전자 변이 등을 손잡이의 주된 원인으로 간주했던 기존 문헌과도 대비된다. 예컨대 일부 유전학 연구는 왼손잡이와 연관된 DNA 변이를 보고하며 손잡이의 유전 비율을 25% 수준으로 추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옥스퍼드 연구는 “유전·언어·도구가 중요한 퍼즐 조각일 수는 있어도, 영장류 진화 전체 스펙트럼에서 관측 가능한 해부학·행동 변수 중에서 인간의 극단적 오른손 편향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결국 이족보행과 뇌 확장”이라는 점을 계통 비교 데이터로 보여줬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인류의 행동 비대칭성 연구에서 ‘인간만의 특수성’을 논하기 전에, 먼저 영장류 전반의 일반적 패턴과 그 위에서의 인간 위치를 계량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며, 향후 추가 화석 발견과 고인류학 자료 축적을 통해 모델 정밀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