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블랙록(BlackRock)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에 최대 100억 달러 투자를 검토하면서, 인류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우주 IPO’의 윤곽이 뚜렷해지고 있다. 1조 7,500억 달러(약 2,400조원) 밸류에이션, 최대 750억 달러(약 1,000조원)에 이르는 공모 규모, 공모주의 30%를 개인투자자에 할당하는 파격 구조까지, 모든 숫자가 ‘역대급’이라는 표현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블랙록, 최대 100억 달러 베팅…‘머스크 리스크’ 감수한 초대형 머니 무브
로이터와 더 인포메이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6월 예정된 스페이스X IPO에서 50억~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참여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일 기관이 단일 IPO에 투입하는 자금으로도 상위권에 속하는 규모이며, 공모액 상단(약 750억 달러) 기준으로 최대 13% 수준에 해당하는 베팅이다.
블랙록만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로이터와 해외 금융매체에 따르면 T. 로우 프라이스, 캐피털 그룹, 피델리티 인베스트먼츠 등 미국의 대표적 롱온리 자산운용사들이 이번 IPO와 관련해 북빌딩 및 배정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금과 뮤추얼펀드의 핵심 플레이어들이 ‘머스크 리스크’를 감수하고도 줄을 서고 있다는 점에서, 우주·위성·AI를 결합한 스페이스X의 성장 스토리가 전통 대형 자금에게도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코어 자산’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1.75조달러 밸류, 750억달러 조달…사우디 아람코 기록도 재작성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이번 IPO에서 약 1조 7,5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최대 750억 달러를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가 2019년 IPO에서 기록한 290억 달러 공모액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로, 공모액 기준 ‘역대 최대 IPO’ 타이틀이 사실상 예약됐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PitchBook)은 1조 7,500억 달러 밸류에 대해 “3~5년 투자기간과 머스크 특유의 높은 변동성을 감내한다는 전제 아래 ‘정당화 가능하다’(justifiable)”는 분석을 내놓았다. 대형 발사체 ‘스타십(Starship)’ 개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Starlink)’의 글로벌 확장, 위성-휴대폰 직접 연결(Direct-to-Cell) 사업이 향후 매출·현금흐름의 핵심 모멘텀으로 제시됐다.
스케줄도 속도전이다. 해외 주요 매체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6월 4일 공식 로드쇼에 착수해 6월 11일 공모가 확정, 6월 12일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티커는 ‘SPCX’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당초 6월 8일 전후로 예상되던 로드쇼 일정이 앞당겨진 것은 회사와 주관사들이 수요와 밸류에 대한 자신감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5대1 액면분할·xAI 합병…지배구조 리스크는 ‘경고등’
스페이스X 주주들은 최근 5대 1 주식분할을 승인해, 주당 공정가치를 526.59달러에서 105.32달러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분할은 5월 18일이 포함된 주간에 처리될 예정이며, 이는 향후 공모가 산정과 소액투자자 접근성을 고려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된다.
기업 구조도 대대적으로 손질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재 상장 준비 중인 합병법인은 스페이스X의 로켓·발사체 부문과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에 더해, 2026년 2월 전량 주식교환 방식으로 편입된 머스크의 인공지능 회사 xAI까지 품고 있다. 즉, 로켓·위성·AI가 단일 상장법인 아래 묶인 ‘머스크식 콩글로머릿’ 구조로 재편된 셈이다.
그러나 지배구조와 주주권 측면에서는 적잖은 경고등이 켜져 있다. 로이터는 스페이스X의 IPO 등록 서류에 머스크에게 광범위한 지배권을 부여하는 복수의결권(super-voting) 구조와, 투자자 분쟁을 개별 중재로 제한하는 강제 중재 조항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미국 내 노동조합 연기금을 자문하는 투자자 연합은 “주주권을 과도하게 제약한다”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 내용에 대한 엄밀한 검증을 촉구한 상황이다.
공모주의 30%를 리테일에…‘머스크표 대중 IPO 실험’
이번 IPO의 또 다른 실험은 리테일(개인) 투자자 비중이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전체 공모주의 최대 30%를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호주, 캐나다, 일본, 한국 등 주요국 개인투자자에게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통상 대형 IPO에서 개인 배정 비중이 10% 안팎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가 룰’을 정면으로 비트는 파격이다.
회사는 약 1,500명을 대상으로 하는 리테일 투자자 온라인 행사(타운홀)를 6월 11일 개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금융 전문 매체는 이번 공모가 목표 규모에 근접해 성사될 경우, 2024~2025년 미국 증시에서 이뤄진 전체 IPO를 합친 금액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머스크 월드’의 우주·위성·AI 성장 스토리에 직접 승차할 수 있는 첫 대규모 창구가 열리는 셈이다.
한국 투자자에게의 의미…기회와 리스크를 가르는 체크포인트
한국 투자자에게 스페이스X IPO는 단순한 해외 대형 딜을 넘어, ▲위성통신(스타링크) 국내 서비스 확대 가능성 ▲K-우주·방산·부품사와의 공급망 연계 ▲머스크 생태계(테슬라·xAI·스페이스X) 간 시너지 등과 맞물린 중장기 테마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극단적인 밸류에이션과 머스크 개인에 대한 지배력 집중, 복수의결권·강제중재 조항이 가져올 주주권 제한은 반드시 체크해야 할 리스크 요인이다.
결국 이번 IPO는 ‘머스크 리스크 vs 머스크 스토리’의 선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까지 가세한 숫자들이 말해주듯, 글로벌 머니는 이미 어느 쪽에 더 큰 베팅을 할지 결정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이 거대한 우주 드라마에 어느 지점에서, 어떤 비중으로 참여할지에 대한 냉정한 자기 판단이 남았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