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2026년 1분기 국내 e커머스 시장은 ‘탈팡(脫Coupang)’ 기대와 달리 전통 플랫폼들의 적자 행진이 이어지며 희미한 성적표를 내놨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반사이익이 기대됐지만, 실제 과실은 네이버·컬리·오아시스마켓이 챙기고, 11번가·SSG닷컴·G마켓·롯데온은 여전히 구조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양상이다.
11번가, 매출 감소 속 ‘12분기 연속’ 적자 축소
SK스퀘어 연결 실적에 따르면 11번가는 2026년 1분기 매출 931억원, 영업손실 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지만 영업손실 폭은 19% 줄었고, 당기순손실도 78억원 수준으로 27% 개선됐다. 11번가는 12분기 연속 적자 폭을 줄이며 수익성 개선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SK플래닛 자회사 편입 과정에서 기프티콘 사업 매각 등 사업 재편 효과로 매출 자체가 줄어든 구조적 기저 효과가 포함돼, ‘질적인 흑자 전환’보다는 비용 축소에 따른 방어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다.
멤버십 강화로 충성 고객 기반을 늘리려는 시도는 눈에 띈다. 11번가 유료 멤버십 ‘11번가 플러스’는 2026년 4월 기준 누적 가입자 150만명을 돌파해 1년 새 두 배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미 쿠팡 와우·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이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차별화된 가치가 얼마나 클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SSG닷컴·롯데온, 수익성은 온도차…G마켓은 ‘투자 적자’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은 1분기 매출 2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줄었으나, 영업손실은 58억원으로 전년 85억원에서 줄며 손익이 다소 개선됐다. 롯데온은 2025년에도 사업 재편 효과로 적자를 절반 수준까지 줄이는 대신 매출 감소 흐름을 감수하는 전략을 택해온 바 있다. 이익 중심의 구조조정 기조가 2026년에도 이어지면서 ‘규모의 경제 포기’와 ‘손실 축소’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는 모습이다.
이마트 계열 SSG닷컴은 2026년 1분기 매출 3226억원, 영업손실 2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 9.6% 감소, 적자는 21% 확대됐다. 이미 2025년에도 연간 매출 1조3471억원(전년 대비 –14.5%)에 영업손실 1178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는 점에서, 이번 분기 실적은 ‘역성장과 적자 확대’라는 기존 구조가 지속되는 모습이다.
G마켓의 경우 이마트 자회사에서 지분법 적용 구조로 변경되며 2026년 1분기에는 구체적인 별도 재무 수치가 공시되지 않았다. 이마트 측 설명에 따르면 성장을 위한 투자 확대에 따라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되며, 4년 만에 총매출이 반등했다는 점이 위안 요인으로 언급된다. 2025년 기준으로는 매출 6202억원, 영업손실 834억원 등 구조적 적자가 이어졌던 만큼, 단기 실적보다는 체질 개선과 재도약 모멘텀을 어디서 찾느냐가 관건이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여파…네이버·컬리·오아시스가 과실
e커머스 맏형 격인 쿠팡은 2026년 1분기 2억4200만달러(약 3545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25년까지 사상 최대 규모의 매출과 이익을 쌓으며 독주 체제를 강화해 왔지만, 2025년 말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인한 고객 이탈과 대규모 보상용 할인쿠폰 비용이 수익성을 급격히 훼손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같은 기간 오히려 ‘탈팡’ 구도 속 최대 수혜주로 부상하고 있다. 2026년 1분기 네이버플랫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 증가한 1조8390억원을 기록, 커머스·광고·핀테크를 묶은 플랫폼 사업에서 안정적인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온라인 장보기 부문에서는 네이버와의 제휴를 강화한 컬리가 1분기 매출 7475억원(전년 동기 대비 +28.4%), 영업이익 242억원으로 13배 성장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새벽배송 기반 오아시스마켓도 1분기 매출 1393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 32.4% 성장하며 꾸준한 수익성을 입증했다. 결과적으로 ‘쿠팡 리스크’ 이후 이탈한 소비자와 판매자 상당수가 전통 오픈마켓이 아닌 네이버·컬리·오아시스로 이동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의 힘의 중심이 쿠팡과 네이버를 양 축으로 한 양강 구도로 수렴하는 분위기다.
새벽배송 기반 안정적 흑자 유지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은 “수익성을 우선할 것인지, 외형 성장을 계속 밀어붙일 것인지에 따라 실적의 희비가 갈렸다”고 진단한다. 다만 ‘탈팡’ 반사이익이 기존 e커머스 업체보다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플레이어에 집중되면서, 국내 온라인 쇼핑 판도가 쿠팡과 네이버 양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인다.
구조적 한계 드러낸 전통 e커머스…향후 관전 포인트
결국 전통 e커머스 플랫폼들의 공통된 고민은 ‘규모의 경제’와 ‘수익성’ 사이에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쿠팡처럼 물류에 대규모 선투자를 단행하기에는 재무여력이 부족하고, 네이버처럼 검색·광고·콘텐츠·핀테크를 결합한 생태계를 구축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 뼈아픈 대목이다.
e커머스업계 전문가는 "11번가·SSG닷컴·G마켓·롯데온은 멤버십·행사·할인 경쟁에서 쿠팡·네이버보다 가격 메리트를 충분히 보여주기 어렵고, 브랜드몰·D2C(Direct to Consumer) 확산으로 입점 수수료 성장 여지도 제한받고 있다"면서 "결국 ‘충성 고객’이 늘고 있다는 자평에도 불구하고, 실제 영업이익과 시장점유율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2~3개 분기 추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관전 포인트는 첫째 SK스퀘어·이마트·롯데쇼핑 등 모기업이 이커머스 자산을 어떻게 재편·매각·제휴할지와 관련한 전략 변화, 둘째, 쿠팡 개인정보 유출 후폭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와 재발 방지 투자 수준, 셋째, 네이버·컬리·오아시스의 고성장세가 금리·소비 둔화 국면에서도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등이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