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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시진핑 "미국은 쇠퇴하는 국가" 발언에 트럼프 "전적 동의, 바이든 탓"…아전인수 해석으로 '내러티브 정치' 치환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국빈 방문 첫날, 시진핑 국가주석의 ‘미국은 쇠퇴하는 국가’ 발언을 정면돌파 대신 ‘재해석’하는 방식을 택했다.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시 주석이 미국을 ‘어쩌면 쇠퇴하는 국가’라고 우아하게 표현했을 때, 그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4년 동안 우리가 입은 막대한 피해를 두고 한 말”이라며 “그 점에서 시 주석은 100% 옳았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중국발 ‘미국 쇠퇴론’을 바이든 책임론과 자신의 치적 홍보용 도구로 전환한 셈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글에서 “2년 전만 해도 우리는 실제로 쇠퇴하는 나라였다”고 규정하면서도, 그 쇠퇴의 시점을 바이든 집권기로 한정했다. 반대로 자신이 재집권한 뒤 16개월 동안 미국이 “놀라운 도약”을 이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로 다시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그는 근거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증시, 외국인 투자 확대, 군사력 강화를 열거했다.

 

실제로 금융전문매체 벤징가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2기 1년 차 동안 S&P500 ETF(SPY)는 15.7%, 나스닥100 ETF(QQQ)는 19.0%, 다우지수 ETF(DIA)는 13.5% 상승해 3대 지수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지표 개선이 전적으로 트럼프의 정책 효과인지, 글로벌 유동성과 기술주 랠리의 연장선인지는 별도의 분석이 필요한 지점이다.

 

문제는 시진핑의 ‘쇠퇴하는 국가’ 발언 자체가 언제,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미디어들은 “시 주석이 실제로 미국을 ‘쇠퇴하는 국가’에 비유한 발언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 나왔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았다”고 전하며, 트럼프 역시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것인지, 이전 발언이나 중국 내 논평을 옮긴 것인지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 글이 올라온 시점의 외교무대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시진핑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군 의장대 사열과 예포로 트럼프를 맞이했고, 두 정상은 1975년 제럴드 포드 이후 현직 미 대통령으로는 두 번째로 천단(Temple of Heaven)을 함께 찾았다.

 

이번 방중에는 일론 머스크, 애플 CEO 팀 쿡,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들도 대거 동행해, ‘미·중 디커플링’ 담론과는 다른 현실의 이해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BBC와 CNBC는 이번 회담을 “화려한 의전과 여전한 갈등이 공존한 정상외교”로 규정하며, 겉으로는 ‘황제급 대접’ 속에 실질 성과는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의전의 화려함과 달리, 회담 내용은 긴장 요소가 뚜렷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충돌, 심지어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양국 관계 전체를 심각한 위기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백악관이 공개한 회담 결과에는 대만 언급이 빠진 채 “경제 협력에 초점을 맞춘 생산적인 회담”이라는 원론적 표현과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시장 접근 확대, 미국 산업에 대한 중국 투자 확대 논의 정도만 담겼다. 핵심 갈등 현안은 비공개 경고로 남기고, 공식 문서에서는 ‘위험한 단어’를 지우는 전형적인 강대국 외교의 양면이 드러난 셈이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2017년 이후 첫 트럼프 방중이자, 약 9년 만에 이뤄진 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라는 상징성을 지닌다. 회담은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치솟는 국제 에너지 가격, 2025년 10월 한·미·중이 한국에서 어렵사리 도출한 ‘불안정한 무역 휴전’이라는 복잡한 지정학·경제 환경 속에서 열렸다.

 

특히 올해 초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긴급 권한을 제한하는 판결을 내린 이후, 양측 모두 추가적 관세 전쟁보다는 기존 휴전 유지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국제금융센터 등에서 제기됐다. 그럼에도 공동성명 없이 각자 입장만 내놓고 회담을 마무리한 점은 “갈등 관리 의지는 확인됐지만, 구조적 패권 경쟁은 여전하다”는 평가를 뒷받침한다.

 

중국 내 여론·담론 지형도 트럼프의 이번 메시지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뉴욕타임스 분석에 따르면, 중국 관영매체와 학계에서는 최근 미국의 국력을 ‘쇠퇴하는 패권’으로 규정하고, 트럼프를 “미국 정치 쇠퇴의 가속자”로 지목하는 논평이 이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 의회·사법부의 기능 마비, 반복되는 연방정부 셧다운 위기가 그 근거로 제시된다.

 

트럼프의 이번 게시물은 이러한 중국발 서사를 정면으로 뒤집어, “쇠퇴는 바이든의 유산, 부상은 나의 성과”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국내 지지층과 국제 투자자에게 동시에 각인시키려는 시도로 읽힌다.

 

결국 베이징 정상회담은 겉으로는 황제식 의전, 안으로는 대만·무역·안보 현안을 둘러싼 냉랭한 기 싸움, 그 위에 트럼프 특유의 ‘내러티브 정치’가 덧칠된 장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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