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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동산

[이슈&논란] "GTX 삼성역 지하5층, 철근 2570개가 사라졌다"…강남 한복판 ‘구조안전 러시안룰렛’에 현대건설 '빈축'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서울 강남 한복판 영동대로 지하 5층, GTX-A·C 노선이 교차하는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구간에서 주요 구조기둥에 들어가야 할 철근이 설계의 절반 수준만 시공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형 국책사업의 안전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철근 2,570개가 사라진 지하 5층, 무엇이 문제인가


15일 MBC와 국내 주요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은 영동대로 지하 복합개발 3공구, 약 200m 구간의 지하 5층 GTX 승강장부 기둥 80개 전부에서 주철근이 설계 대비 절반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하 5층에는 GTX-A와 GTX-C 선로가 나란히 놓이고, 그 사이로 높이 약 8m, 단면 가로·세로 약 1m의 대형 사각 기둥이 20개씩 4열, 총 80개 세워지는 구조다.

 

해당 기둥 내부에는 지름 29~32mm의 굵은 철근이 ‘두 개씩 한 묶음(투 번들)’으로 촘촘히 배치돼야 하는데, 실제 시공에서는 이 주철근을 ‘한 개씩’만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교통부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기둥 하나당 적게는 24개, 많게는 36개의 철근이 빠졌으며, 전체 누락량은 약 2,570개로 추산된다. 국토부는 80개 기둥 가운데 30개는 구조적으로 큰 문제는 없으나, 50개는 기준치를 미달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공사 현대건설은 “도면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었다”며 설계도 상의 ‘투 번들’ 표시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철근 2열을 1열로 착각해 시공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현대건설은 자체 조사 과정에서 시공 오류를 발견한 뒤 서울시에 자진 신고했고, “안전하고 검증된 방법으로 철저히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도면 해석 오류’로 보기엔 너무 큰 규모와 구조적 리스크


이번 사안의 심각성은 단순한 숫자를 넘어 구조적 맥락에서 더 크게 읽힌다. 우선 기둥 80개 전부에서 동일한 양상으로 철근이 누락됐다는 점은, 개별 작업자의 단순 실수라기보다 도면 해석·시공·감리 전 과정에서 체계적인 검증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도면에 ‘주철근 2번들’이라는 명시적 지시가 있었음에도, 배근·거푸집·타설 과정과 감리, 그리고 준공 구조검토에 이르기까지 어느 단계에서도 이 ‘반쪽짜리 기둥’은 걸러지지 않았다.

 

둘째, 문제 구간은 국내 최대 규모 지하공간 개발 사업인 영동대로 복합환승센터의 핵심 구간이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조기 개통의 상징적 노드로 꼽혀온 삼성역 지하 5층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구간은 이미 2026년 개통을 목표로 종합시험운행 중이었고, 서울–수서 구간 시험열차 운행이 진행된 상태에서 철근 누락 사실이 확인됐다.

 

구조 전문가들은 개별 기둥의 안전성뿐 아니라, 열차 하중·동적 진동·비상상황 시 피난 및 화재하중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때, ‘계획 대비 절반’이라는 주철근 감소가 장기 내구성과 비상시 안전여유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셋째, 기둥 보강안으로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이 검토 중인 방안은 철근이 빠진 기둥 테두리에 철판을 덧대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제시한 보강 방안과 구조안전성에 대해 별도 검증을 진행하겠다고 밝혔고, 이 과정에서 GTX-A 삼성역 구간 개통은 “상당 기간 지연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언급됐다.

 

서울시 ‘5개월 늑장보고’…관리 체계가 더 큰 문제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시공 오류 인지 시점과 대정부 보고 시점의 괴리다. MBC 보도와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지하 5층 공사 완료 뒤 설계도 재점검 과정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했고, 이 내용을 서울시에 보고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약 5개월이 지난 2026년 4월 29일에서야 국토부에 시공 오류와 보강 방안 수립 사실을 처음 공식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이 같은 시공 오류를 알고도 한참 뒤에야 보고했다”며 사업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서울시와 국가철도공단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국토부는 시공사 현대건설을 상대로도 별도의 조사에 들어갔다. 이로써 이번 사안은 단순한 현장 시공 문제를 넘어, 발주·시행·감리·관리·보고로 이어지는 공공 인프라 관리 체계의 구조적 허점을 드러낸 사례가 됐다.

 

국내외를 통틀어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설계 대비 철근량 누락, 부실시공이 반복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 사례에서는 감리·공정관리 단계에서 조기에 적발되거나, 문제가 확인될 경우 즉시 감독기관과 대중에 투명하게 공유하는 과정이 절차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각종 국제 건설안전 보고서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GTX 신뢰도 시험대…‘보강 후 개통’ vs ‘원상 재시공’ 논쟁 불가피


국토부와 서울시, 국가철도공단, 시공사 현대건설은 현재 긴급 안전점검과 구조검토, 보강 설계에 동시 착수한 상황이다. 지난 5월 초에는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자문회의가 열렸고, 5월 6일부터 사흘간 지하 5층 전 구간 긴급 안전점검이 실시됐다.

 

업계 전문가는 "‘철근 절반’이라는 직관적 수치는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면서 "국토부와 서울시, 현대건설이 구조안전성 검증 결과와 보강 설계의 수치·기준·실험 데이터를 가능한 한 빨리 공개하지 못한다면, GTX 전체 사업에 대한 신뢰도까지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영동대로 지하 5층 기둥 철근 누락 사태는, 한 공구의 80개 기둥에 국한된 공사 하자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은 도심 초대형 지하 인프라를 얼마나 안전하게, 얼마나 투명하게 지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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