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인 2026년 5월 14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여섯 살 아들 ‘엑스(X Æ A-Xii)’의 손을 잡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등장한 장면은 전 세계 카메라를 한몸에 받았지만, 정작 뉴스의 본질은 ‘아이’가 아니라 그 뒤에 숨은 미·중 기술·경제 패권 게임이었다.
이번 방문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약 9년 만의 첫 중국 방문이다. 이날 정상회담 개막의 더 큰 주목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에 이끌고 온 미국 재계의 압도적인 면면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등장은 올해 가장 중요한 외교 행사 중 하나인 이 자리에서 큰 화제를 모으며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외교 무대에 등장한 6살 ‘엑스’, 메시지는 무엇이었나
14일(현지시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공식 일정에 머스크는 전통 중국식 조끼를 입힌 아들 엑스를 동반해 모습이 포착됐다. 엑스는 2020년 머스크와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로, 올해 만 6세다.
매체들은 “정상회담장에 6세 아들을 데리고 간 머스크” “아들과 베이징 곳곳을 누빈 머스크" "우리 아들도 이제 중국어 배워요”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이 장면을 전했다.
머스크는 베이징 시내를 아들과 함께 다니며 “아들이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대중·중국 지도부 모두에게 ‘친중(親中)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계산된 연출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번 방중 자체도 상징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국 방문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약 9년 만의 첫 베이징 방문으로,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사실상 ‘관계 재조정’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트럼프가 데려간 ‘美 재계 올스타전’
중국 언론이 엑스(머스크 아들)의 등장에 주목했다면, 글로벌 금융·산업계의 시선은 트럼프가 꾸린 경제 사절단의 ‘라인업’에 쏠렸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이번 방중에는 머스크(테슬라·스페이스X), 팀 쿡(애플), 래리 핑크(블랙록), 켈리 오트버그(보잉), 산제이 메흐로트라(마이크론), 크리스티아노 아몬(퀄컴) 등 미국을 대표하는 16~17명의 최고경영자가 수행단에 포함됐다.
애플·메타·골드만삭스·씨티그룹·마스터카드·비자 등도 대표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이슈 못지않게 반도체·플랫폼·금융시장 접근권을 둘러싼 ‘총체적 경제 협상’임을 분명히 했다.
이 가운데 에어포스 원에 동승한 인물은 머스크와 엔비디아 CEO 젠슨 황 단 두 명으로, ‘AI·전기차’라는 미·중 경쟁의 최전선 산업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조합이다.
흥미로운 점은 젠슨 황의 ‘막판 탑승’이다. 초기 백악관 초청 명단에는 엔비디아 CEO가 빠져 있었지만, 미국 언론이 “AI 패권 경쟁의 핵심 기업이 빠졌다”고 지적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엔비디아는 대중국 GPU 수출 규제가 완화될 경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이번 회담에서 미국 측이 쥔 가장 강력한 ‘반도체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리창 총리 “오랜 친구들” … 中이 던진 신호
14일 오후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머스크, 쿡, 황, 핑크 등 미국 대표 CEO들과 별도 회동을 갖고 “많은 낯익은 얼굴과 오랜 친구들이 보인다”며 “미·중 양국은 계속해서 친구이자 파트너가 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공개 발언을 했다.
‘친구’와 ‘파트너’라는 단어를 반복한 것은, 미국의 대중 견제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글로벌 공급망을 떠받치는 미·중 기업 협력만큼은 유지·확대하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정작 협상의 디테일은 날카롭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중국은 미국 기업에 더 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이번 방중에서도 시장 개방·투명성·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 철폐를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반면 베이징은 추가 관세 부과 중단과 최첨단 반도체·클라우드·AI 관련 수출 규제 완화, 미국의 ‘디리스크·디커플링’ 속도 조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에게 중국은 ‘리스크이자 생명선’
이번 정상회담은 머스크 개인·테슬라 입장에서 단순한 의전 행사가 아니라, 사업 생존과 직결된 무대다. 테슬라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테슬라의 유일한 중국 생산기지로, 연합뉴스와 중국 당국 자료에 따르면 모델 3 등 전기차를 하루 2000대 이상 생산해온 핵심 허브다.
중국은 이미 테슬라 글로벌 판매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최대 단일 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상하이 봉쇄 당시 공장 가동이 20일 넘게 중단되자 테슬라는 공급망 차질로 매출·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또 중국 정부가 완전자율주행(FSD) 소프트웨어의 상용화를 어떻게 허용하느냐에 따라 테슬라의 구독·데이터 사업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머스크가 베이징과의 ‘정치적 온도’를 극도로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머스크가 6살 아들을 데리고 회담장과 베이징 시내를 누비며 ‘친밀감’을 연출한 장면은 중국 대중에게는 “중국을 좋아하는 글로벌 CEO” "중국 지도부에게는 “장기적으로 중국에 뿌리 내리겠다는 파트너”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심으려는 고도의 기업·외교 PR전으로 읽힌다.
‘엑스’가 비춘 미·중 기술 전선의 단면
이번 베이징 회담장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장면은 어쩌면 트럼프·시진핑의 악수가 아니라, ‘백악관 코딱지’ 별명으로 알려진 6살 엑스가 인민대회당 복도를 총총걸음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장면을 둘러싼 숫자와 이해관계를 놓고 보면, 회담장의 공기는 결코 유쾌한 가족 사진처럼 평온하지 않다.
한쪽에는 중국 생산기지에서 하루 2000대 넘는 전기차를 찍어내며, 글로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테슬라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다시피 한 엔비디아와, 아이폰·앱스토어 생태계의 5분의 1 안팎을 중국에서 벌어들이는 애플, 그리고 중국 자산·채권에 수천억 달러를 물려 놓은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자리하고 있다.
머스크의 ‘아들 동반 외교’는 그 사이에서 기업들이 선택한 하나의 생존 방식이다. 정상회담장이 갑자기 유치원 교실처럼 보였던 그 순간, 사실은 미·중 기술 패권과 글로벌 공급망, 수십억 달러 규모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첨예한 힘의 장이 조용히 재편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