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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8조원 ‘배민 빅딜’의 민낯…우버·네이버·중국 자본, 누가 웃을까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 DH)가 한국 1위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최대 8조원, 약 54억달러 밸류에이션으로 매각하는 공식 절차에 착수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사모펀드가 뒤섞인 인수전이 예고되는 가운데, 우버–네이버 컨소시엄, 알리바바·중국 자본, 그리고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한데 얽히며 ‘플랫폼 패권’ 지형을 재편할 초대형 거래로 부상하고 있다.

 

8조원 몸값, ‘프리미엄 엑싯’인가 과대평가인가

 

DH는 최근 투자은행(IB)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SI)와 글로벌 사모펀드(PEF)에 이른바 ‘티저 레터(투자 안내서)’를 발송하며 배민 매각 작업에 공식 돌입했다. 시장에 알려진 희망 매각가는 약 8조원으로, DH가 2019년 우아한형제들 지분 87~88%를 약 36억유로(4조8000억원 수준)에 인수했던 것과 비교하면 원화 기준으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일부 국내외 보도와 시장 분석에 따르면, 8조원 밸류에이션은 최근 2년 평균 영업이익의 약 12~13배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기업 대비 높은 배수지만, 독점에 가까운 시장 지위와 거래데이터, 광고·핀테크 확장 잠재력을 감안하면 ‘과도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가격’이라는 평가도 공존한다.

 

다만 배달 시장 포화, 수수료 규제 논의, 노동·플랫폼 규제 리스크를 감안할 때 8조원 가격표가 실제 거래 성사까지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 역시 만만치 않다.

 

우버–네이버 7대3 컨소시엄 구상…‘외국 자본 비판’ 피한 우회 전략


이번 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것은 우버와 네이버 간 컨소시엄 구상이다. IB 업계 정보에 따르면, 우버는 배민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네이버와 7대3 지분 구조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 관계자는 “우버와 네이버가 7대3 비율로 투자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이 경우 ‘외국 자본에 의한 국내 플랫폼 잠식’ 비판을 상당 부분 희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양사는 이미 2025년 10월부터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으며, 현재 네이버 플러스 멤버십 이용자에게 우버 유료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는 등 멤버십·모빌리티 연계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배민 인수에 성공할 경우, 네이버는 검색·쇼핑·페이·멤버십에 ‘라스트마일 배달’과 동네 상권 데이터를 얹어 슈퍼앱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고, 우버는 우버이츠 실패 이후 한국 배달 시장 재진입을 단번에 완성하는 지름길을 확보하는 셈이 된다.

 

그러나 우버는 동시에 국내 1위 택시 호출 플랫폼인 카카오모빌리티 경영권 인수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우버가 배민과 카카오모빌리티를 동시에 품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배달·택시를 아우르는 ‘라스트마일 모빌리티·딜리버리’ 영역에서 사실상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하게 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최대 분수령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알리바바·중국 자본도 군침…글로벌 플랫폼 전쟁의 한복판 선 배민


언론과 IB 업계에 따르면, 우버–네이버 외에도 알리바바, 텐센트 계열, 메이투안 등 중국계 빅테크와 복수의 글로벌 사모펀드가 잠재적 인수후보자로 거론되고 있다. 일부 분석은 “아시아 음식배달·로컬 커머스 네트워크 확장을 노리는 알리바바·메이투안 등에는 한국 1위 플랫폼 배민이 전략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플랫폼’에 대한 국내 여론, 데이터 국외 이전 및 보안 이슈,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감안하면, 중국 자본이 전면에 나서는 구조는 정치·규제 리스크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우버–네이버식 ‘국내 파트너 결합 모델’과는 다른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결과적으로 누구든 인수에 나서는 주체는 자본력만큼이나 국내 규제, 여론, 데이터 안보까지 종합적으로 설계한 스토리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CEO 퇴진·행동주의 압박이 촉발한 ‘배민 매각’


이번 매각 추진의 배경에는 DH 지배구조와 행동주의 투자자의 압박이 깔려 있다. DH는 최근 공시를 통해 니클라스 외스트베리(Niklas Östberg) CEO가 2027년 3월 31일까지 자리에서 물러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1년 DH를 공동 창업한 외스트베리는 2025년 12월부터 시작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및 M&A 전략 검토를 이끌어 왔으며, 후임 CEO는 2026년 말까지 선임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등 해외 보도와 DH 투자자 서한에 따르면, 홍콩계 헤지펀드 아스펙스 매니지먼트(Aspex Management)는 DH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실적 개선 지연과 주가 하락을 이유로 “사업 일부 혹은 전체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하라”며 강하게 압박해 왔다.

 

최근에는 프로서스(Prosus)로부터 추가 지분 5%를 매입해 약 15% 수준까지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동주의 주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 새컴 헤드 캐피털(Sachem Head Capital) 역시 2024년부터 DH 지분을 축적하며 ‘포트폴리오 다이어트’를 촉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행보는 2025년 이후 DH가 유럽·아시아 일부 시장에서 적자를 축소하면서도, 여전히 높은 부채와 약한 현금창출력에 시달려 왔다는 점과 맞물린다. DH의 순차입금과 리스부채 등을 포함한 총 부채 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하며, 배민 매각이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카드로 부상했다.

 

규제·시장 포화·수익성, ‘완벽하지 않은 1위’ 배민의 딜레마

 

국내 배달앱 시장에서 배민은 주문·결제 기준 점유율 1위를 장기간 유지하고 있으며, 쿠팡이츠·요기요 등과 함께 과점 구조를 형성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매각 딜에 대해 “8조원 밸류에이션은 인수자 입장에서 만만치 않은 베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시장 구조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 수수료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 라이더 처우 문제, 플랫폼 규제 강화 움직임, 성장률 둔화 등 복합 리스크를 감안할 때 DH가 측정한 몸값은 지나치게 높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배달 시장 성장률은 둔화 국면에 접어든 반면, 마케팅·프로모션 비용, 라이더 인건비, 규제 대응 비용 등은 꾸준히 상승해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은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배민 인수자는 단순 배달앱 비즈니스만으로는 투자 회수(ROI)를 정당화하기 어렵고, 광고·핀테크·로컬 상권 데이터 비즈니스·O2O 커머스·구독 멤버십 등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플랫폼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수 요건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IB업계 한 전문가는 "이번 배민사례는 네이버·우버 같은 플랫폼 플레이어에게는 기회지만, 재무적 투자자(PEF)에게는 구조조정 및 엑싯 전략 설계가 한층 더 까다로워 질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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