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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논란] 트럼프·시진핑 베이징 회담, 글로벌 '새 질서' 신호탄?…6개월 만의 재회 속 숨은 계산법과 외교적 함의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월 14~15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며 양국 관계의 새로운 전환점을 모색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한국 부산에서 열린 정상회담 이후 약 6개월 만의 재회로, 당초 3월 말로 예정됐다가 이란 전쟁으로 인해 5월 중순으로 연기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은 2017년 첫 임기 이후 약 9년 만이며,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으로는 같은 기간 중 처음이다.

 

회담 직후 양 정상은 이례적으로 우호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은 함께 환상적인 미래를 가질 것"이라며 "시진핑은 위대한 지도자이며, 중국은 아름답다"고 극찬했다. 시진핑 주석 역시 "중국과 미국의 공동 이익은 차이보다 크다"며 "양국은 경쟁자가 아니라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중국 관영 CCTV는 양국 경제·무역팀이 "전반적으로 균형 잡히고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했다"고 보도했다.

 

관세 휴전 연장과 300억 달러 규모 협상 윤곽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관세 휴전 연장과 무역 협상, 이란 전쟁 문제로 압축된다. 로이터 통신은 양국이 300억 달러 규모의 수입품 관세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으며,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휴전을 연장하고 중국의 보잉 항공기 대규모 주문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에서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한 관세를 10%포인트 인하하고, 중국은 희토류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미국의 대중국 평균 관세율은 57%에서 47%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즉시 재개하고 펜타닐 차단에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베이징 회담에서는 이러한 잠정 합의를 연장하고 추가적인 무역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이란을 압박하길 원한다"며 "이란에 대한 어떠한 지원도 미중 관계에 해롭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CCTV는 양 정상이 중동, 우크라이나, 한반도 문제까지 폭넓게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문제, 시진핑의 '레드라인' 재확인


시진핑 주석은 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강조하며 "대만 문제를 매우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경고했다. 시진핑은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루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와 지원 축소를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만 정부는 "미국은 대만 지지를 반복 확인했다"고 발표하며 미국의 입장 변화가 없음을 강조했다.

 

시진핑은 또한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며 "동등한 협의와 대화가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향후 3년 이상 미중 관계 전략 방향을 설정하고, 건설적이고 전략적으로 안정된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장기적 협력 프레임워크 구축 의지를 드러냈다.

 

일론 머스크·젠슨 황·팀 쿡, '테크 외교' 총출동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는 미국 주요 기업 CEO 18명이 동행해 '경제 외교'의 성격을 부각시켰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애플의 팀 쿡,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했으며, 블랙록 CEO 래리 핑크,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 씨티그룹 CEO 제인 프레이저 등 금융계 거물들도 함께했다.

 

머스크는 "중국에서 많은 좋은 일을 이루길 희망한다"고 밝혔고, 젠슨 황은 "회의는 훌륭했다"며 "정상회담이 성공적이길 바란다"고 평가했다. 팀 쿡은 회담 관련 질문에 엄지손가락 제스처로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이번 CEO 동행이 "대규모 무역 거래와 새로운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리창 총리는 5월 14일 베이징에서 미국 CEO들과 별도 회동을 갖고 중국 시장 개방 확대 방침을 설명했다. 시진핑 주석도 "중국의 개방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미국 기업들은 중국에서 더 큰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엔비디아 H200 승인, 반도체 전쟁의 미묘한 타협점

 

회담을 앞두고 미중 간 첨단 기술 협력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은 지난 1월 엔비디아의 고성능 AI 반도체 'H200'의 중국 수출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H200의 중국 수출 정책을 '원칙적 거부'에서 '사안별 검토'로 전환했으며, 중국 향 수출량을 미국 내수 판매량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조건을 달았다.

 

로이터 통신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대형 IT 기업 3곳이 약 40만 개의 H200 구매 승인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레노버, 폭스콘 등 일부 유통업체도 구매 승인 대상에 포함됐으나, 실제 배송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상반된 보도도 존재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H200 수입을 '필요한 경우에만' 허용한다는 지침을 기업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T 전문 매체 더인포메이션은 중국 당국이 대학 연구소 등 특별한 경우에만 H200 사용을 승인하고, 자국 기업들에게 국산 AI 칩 사용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수출 완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기술 자립을 위해 수입 통제를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시장과 전문가 "'관리된 갈등의 연장선"


이번 회담을 앞두고 아시아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으며, 유가는 정상회담 기대감 속에 하락 전환했다. 미국 원유 선물은 시진핑의 무역 진전 발언 이후 하락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근본적인 구조 문제를 해결하는 '빅딜'이라기보다는 '관리된 갈등'의 연장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상 전문가인 최병일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미국은 관세 부과를 늦추고 중국은 자원 빗장을 여는 식의 비대칭적 거래를 통한 관리된 갈등의 연장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스콧 케네디는 "피상적 휴전이 중국에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삼성증권 전종규 연구원은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성사될 경우 '잠정적 합의', 즉 마음의 데탕트(Mind detente) 성과를 도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은 승자를 가리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이기지 못하는 두 강대국의 한계를 드러내는 자리"라며 "미국은 중국을 압박할 수 있지만 자기 질서 안으로 되돌려 놓지 못하고, 중국은 세계를 공급할 수 있지만 설득하지는 못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식 실용주의와 중국의 전략적 인내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의 기술(Art of the Deal)' 외교 스타일과 중국의 전략적 인내가 맞물린 결과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무역은 완전히 상호주의적이 될 것"이라며 공정 무역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시진핑과 매우 강하고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개인적 친분을 부각시켰다.

 

미국외교협회(CFR)는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며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은 중국뿐 아니라 동맹국도 불안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헤리티지재단은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은 재설정이나 돌파구가 아닌 준수 점검 지점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제한적인 미중 협력만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연구소(AEI)의 이본 츄 연구원은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첨단 기술 수출 통제 완화와 추가 관세 부과 자제를 압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중국은 무역·보건·관광·농업·법 집행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제안하며 포괄적 협력 프레임워크를 제시했다.

 

이번 회담은 미중 관계가 전면 충돌이 아닌 '전략적 경쟁 관리'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은 관세와 기술 통제라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서도, 경제적 상호 의존성과 글로벌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협력 채널을 유지하는 줄타기를 지속하고 있다. 향후 3년간 미중 관계의 방향을 좌우할 이번 회담의 진정한 성과는, 합의문이 아닌 양국이 얼마나 약속을 이행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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