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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꿀벌의 ‘귀소 본능’ 이식한 드론…GPS 없이 수백 미터 귀환, 초경량 AI의 반란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과학자들이 꿀벌의 귀소 방식을 모델로 한 드론 항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경량 로봇이 GPS나 고사양 컴퓨팅 장비 없이도 수백 미터를 비행하고 출발지로 귀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연구는 농업 및 산업 현장에 소형 자율 드론 군집을 배치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선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TechXplore에 따르면, 네덜란드 델프트공과대(TU Delft)와 바헤닝언대, 독일 올덴부르크대 공동 연구진이 꿀벌의 항법 원리를 모사한 드론 내비게이션 시스템 ‘Bee-Nav’를 개발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GPS나 고성능 컴퓨팅 장치 없이도 드론이 수백 미터를 비행한 뒤 출발 지점으로 복귀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초경량 자율비행 기술의 새로운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Bee-Nav의 핵심은 꿀벌의 ‘학습 비행(learning flight)’ 전략이다. 꿀벌은 장거리 채집에 앞서 벌집 주변을 짧게 선회하며 시각적 환경을 학습한 뒤, 이후 복귀 시에는 복잡한 경로를 거치더라도 거의 직선에 가까운 경로로 귀환한다. 연구를 이끈 가이도 드 크룬 교수는 “꿀벌은 구불구불한 경로로 이동해도 귀환 시에는 효율적인 직선 경로를 선택한다는 점이 핵심 영감이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시스템에서 드론은 출발 직후 기지 주변을 비행하며 파노라마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기반으로 초소형 신경망이 ‘집 방향’과 ‘거리’를 추정한다. 주목할 점은 연산 자원의 극단적 경량화다. Bee-Nav에 사용된 신경망은 단 42KB 메모리로 구동되며, 일부 실험에서는 3.4KB 수준까지 축소됐다. 이는 일반적인 자율주행 드론이 수십~수백 MB급 연산 자원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하면 수천 배 이상 효율적인 수준이다.

 

성능 검증에서도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됐다. 격납고와 같은 실내 환경에서는 100% 귀환 성공률을 기록했으며, 바람과 외란이 존재하는 실외 환경에서는 약 70%의 성공률을 보였다. 연구진은 “현재 결과는 고무적이지만 실제 환경 적용을 위해서는 강건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기존 곤충 모방 드론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TU Delft 연구팀은 2024년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서 56g 초경량 드론이 100m당 1.16KB 메모리만으로 경로를 추적하는 기술을 발표한 바 있다. Bee-Nav는 여기에 한 단계 더 나아가 ‘경로 기억’이 아닌 ‘직접 귀환’ 기능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기술적 진보로 평가된다.

 

산업적 파급력도 주목된다. GPS 의존도가 낮고 연산 요구가 극히 적다는 특성은 온실 농업, 물류 창고, 산업 설비 점검 등 폐쇄·실내 환경에서의 드론 활용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다수의 초소형 드론을 동시에 운용하는 ‘군집(swarm)’ 시스템 구축에 유리하며, 저비용·저위험 구조로 작업자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용화 가능성이 크다.

 

다만 외부 환경 변수에 취약한 점은 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바람, 조도 변화, 시각적 특징 부족 환경에서의 인식 정확도 저하는 향후 알고리즘 보완 및 센서 융합 기술 발전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결국 Bee-Nav는 “더 작고, 더 단순하지만 더 영리한” 자율 시스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꿀벌의 뇌가 가진 효율성을 기계에 이식하는 시도가, 드론 산업의 비용 구조와 운용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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