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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클로드의 반란’…기업용 AI 시장서 앤트로픽, 처음으로 오픈AI 추월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2026년 4월 기준으로 미국 기업의 실제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집계한 Ramp AI 인덱스에서 앤트로픽이 기업용 AI 도입률 1위에 오르며 오픈AI를 처음으로 앞질렀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압도적 선두였던 오픈AI가 수성에 실패하면서, 생성형 AI 시장의 ‘1강 체제’가 ‘양강 구도’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숫자로 확인된 ‘역전의 1년’


핀테크 기업 Ramp가 5월 공개한 AI 인덱스에 따르면, 4월 한 달 동안 앤트로픽을 유료로 사용하는 기업 비율은 전월보다 3.8%포인트 급증한 34.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픈AI는 2.9%포인트 하락한 32.3%로 내려앉아, 두 회사의 순위가 처음으로 뒤바뀌었다. 전체 기업의 AI 유료 도입률은 50.6%로 지난달보다 0.2%포인트 오른 수준에 그쳤다는 점에서, 성장분의 상당 부분을 앤트로픽이 가져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흐름은 단기 변동이 아니라 1년짜리 트렌드라는 점이 더 의미심장하다. Ramp 이코노믹스 랩을 이끄는 아라 카라지안(Ara Kharazian)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앤트로픽의 기업 도입률은 약 4배로 뛰어오른 반면 오픈AI는 같은 기간 고작 0.3%포인트 증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2025년 5월만 해도 미국 기업의 32.4%가 오픈AI에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고 앤트로픽의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렀지만, 2026년 3월 기준으로는 처음 AI를 도입하는 신규 기업과의 일대일 비교에서 앤트로픽이 70% 승률로 오픈AI를 압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라지안은 자신의 분석 노트에서 “지난해만 해도 오픈AI가 가장 공격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시장이 불과 1년 만에 정반대로 뒤집혔다”고 평가하면서, “신규 사업자가 몇 달 만에 시장 선도자를 흔드는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엔터프라이즈 우위’가 기업 가치에 직결

 

엔터프라이즈(기업) 시장에서의 이 같은 역전은 곧바로 앤트로픽의 몸값으로 연결되고 있다. CNBC와 TechCrunch 등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현재 400억~500억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 조달을 제안받고 있으며, 협상이 마무리될 경우 투자 전 기업 가치는 약 9,000억 달러 전후로 책정될 전망이다. 이는 2025년 말 약 90억 달러로 추산되던 연간 환산 매출이 2026년 들어 450억 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데 따른 것으로, 불과 1년 새 매출이 5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앤트로픽은 올해 1월 약 3,500억~3,800억 달러 수준의 기업 가치로 한 차례 라운드를 마무리한 데 이어, 2월에는 시리즈 G에서 300억 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이번 라운드가 9,000억 달러 전후에서 성사될 경우, 앤트로픽은 전 세계 비상장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기업 가치를 기록하게 되며, 연초 약 8,520억 달러 포스트머니로 초대형 라운드를 마친 오픈AI까지도 시가총액에서 넘어서는 구도가 된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밸류에이션 급등을 “엔터프라이즈 채택률이 곧 프리미엄”으로 해석하고 있다. Business Insider는 Ramp 데이터와 투자자 발언을 인용해 “기업 고객이 지갑을 여는 방향으로 자본이 따라붙고 있으며, 앤트로픽이 ‘기업이 실제로 돈을 쓰는 AI’라는 상징적 위치를 먼저 선점했다”고 전했다.

 

구조가 바뀌는 기업용 AI 판도


앤트로픽의 약진은 단순한 점유율 경쟁을 넘어, 기업들이 어떤 성격의 AI를 선호하는지에 대한 선호 변화까지 시사한다. Ramp의 2~3월 인덱스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2026년 2월에만 4.9%포인트, 3월에는 4%포인트 안팎의 도입률 상승을 기록해,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가파른 월간 증가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오픈AI는 1.5%포인트 감소하는 등 조정을 겪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겹치는 고객’의 성격이다. Ramp는 2026년 초 기준으로 앤트로픽 고객의 약 79%가 오픈AI에도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전체 기업 가운데 16%는 두 회사 서비스를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1년 전 양사 동시 사용 비율이 8%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들은 오픈AI 단일 벤더 의존에서 벗어나 앤트로픽을 추가로 도입하는 ‘멀티벤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Axios와 TechCrunch는 이 같은 흐름의 배경으로 “보안·규제 리스크에 민감한 기업들이 앤트로픽의 안전성·컴플라이언스 전략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를 전했다. 또 Ramp의 카르지안은 최근 링크드인 포스트에서 “앤트로픽은 첫 도입 기업과의 경쟁에서 70% 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이는 가격·기능·안정성 조합에서의 승리로 해석된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만만치 않은 역풍과 오픈AI의 반격 여지


다만 이번 역전이 앤트로픽의 ‘영구 집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주요 매체와 애널리스트들은 공통적으로 경고음을 내고 있다. 카라지안은 Ramp 이코노믹스 랩 분석에서 앤트로픽 앞에 놓인 세 가지 위험요인을 꼽았다. 첫째, 토큰 가격 책정 구조가 장기 이용 기업의 인센티브와 엇갈릴 수 있다는 점, 둘째, Claude 서비스의 잦은 장애·레이트 리밋 문제가 누적될 경우 불만이 경쟁사로의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셋째, 이미지가 포함된 프롬프트의 토큰 비용이 최대 3배까지 치솟을 수 있는 최근 모델 업데이트가 가격 민감도가 높은 고객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특히 코드·자동화 영역에서는 오픈AI가 여전히 견고한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오픈AI의 코딩 보조 제품군(보도에서는 Codex·코딩 기능 전반으로 언급)은 유사한 업무를 더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벤더에 락인(lock-in)되지 않은 채 손쉽게 다른 모델로 갈아탈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앤트로픽의 우위가 언제든 되돌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오픈AI 역시 “엔터프라이즈 매출 측면에서 올해 안에 앤트로픽을 다시 추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다고 로이터와 CNBC는 전했다. 특히 오픈AI는 소비자 시장에서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월 구독 기반 매출을 바탕으로 앤트로픽보다 넓은 저변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용 시장에서의 일시적 열세를 상쇄할 수 있는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 지갑을 여는 AI’ 경쟁, 2026년이 분수령


이번 Ramp AI 인덱스 업데이트가 보여주는 것은 숫자 몇 개가 아니라, 생성형 AI 시장이 “누가 더 똑똑한 모델을 만들었느냐”에서 “누가 더 많은 기업 지갑을 열었느냐”의 게임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한 해 동안 오픈AI가 누구보다 빠른 성장곡선을 그렸다면, 2026년 들어서는 앤트로픽이 같은 그래프를 더 가파른 각도로 그리며 선두를 빼앗아 간 형국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벤더에 묶이지 않고 두 개 이상의 모델을 병행해 쓰는 것이 점점 더 일반적인 옵션이 되고 있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결제 데이터로 확인된 엔터프라이즈 도입률이 기업 가치를 정당화하는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두 회사 모두에게 2026년은 “더 많은 파라미터”가 아니라 “더 많은 인보이스”가 승패를 가르는 분수령의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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